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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기사님, 조금 늦어져도 괜찮습니다.

스플매거진_10월 마지막 주_에디터스 토크



“문 앞에 택배 두고 갑니다.”

6시 반에 알람을 듣고 일어난 뒤, 가장 처음 확인한 문자가 바로 택배 알림 문자였는데요.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지만, 반대로 언택트 소비 환경만큼은 기존보다 몇 단계를 뛰어 넘어 상상을 초월할 만큼 진화된 모습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새벽 배송부터 시작한 배송 경쟁은, 당일 배송은 물론 즉시 배송에 이르는 배송 전쟁으로 번졌는데요. ‘아, 세상 참 좋아졌다.’ 말이 절로 나올 때가 많을 정도로요.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는 내가 주문한 것을 하루빨리 받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주문하는 것들 대부분이 과연 지금 당장 필요한 물건들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이렇게까지 과하게 빠른 속도에서 살아갈 필요가 있을까요?



빨리빨리를 외치는 민족주의의 극대화를 보여주고 있는 택배 전쟁의 현실은, 어느덧 올해 들어 벌써 ‘13명째 택배 기사 사망’이라는 뉴스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문제가 하나 둘 터지기 시작하자, 광복절 전날을 택배 없는 날로 지정하기도 했지만 역설적으로 그 이후에 물량이 몰려 더욱 과로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고요. 그 이후로도 한동안은 예전 그대로 고질적인 문제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되었습니다. 노동량에 비해 최저시급에 가까운 임금이나 15시간 넘는 근로시간 등 열악한 처우에 대한 개선은 미미한 선에서 이뤄지고 있는 반면, 노동의 강도는 더욱 더 강해지는 현실에 ‘워라밸’을 외치는 2020년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 과로사 하는 분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죠. 


하지만, 연이어 사망자가 발생하자 보다 더 근본적인 근로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불거지기 시작했는데요. 

이에 최근 들어 H 택배사는 ‘심야 배송은 하지 않겠다.’ 선언하였고, C사는 ‘분류 작업에 4천 명의 인력을 추가 투입하여 근무시간을 단축하겠다.’는 안을 발표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근로 환경 개선과 더불어 개개인이 스스로 할 수 있는 택배 소비 자체를 줄이기로 했습니다.

사실 어디서든 핸드폰만 있으면, 쇼핑부터 결제까지 편리하게 이뤄지니 온라인 쇼핑이 습관화되어 버렸는데요. 굳이 사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습관처럼 장바구니에 담고 결제를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이게 정말 필요한 것인가 적어도 세 번은 고민해 보고 쇼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현명한 소비 습관의 첫걸음을 뗀 것 같아 어쩐지 뿌듯하기도 한데요.


더불어,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아주 간단하고도 쉬운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택배 주문 시 배송요청란에 ‘지연배송 수락’에 대한 문구를 추가해 주는 것이죠. 그럼 택배사에서는 모든 물량을 무리하게 당일 배송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여러분은 어떠세요?

여전히 ‘택배 기사의 사망’ 관련 뉴스는 남의 일이라고 느껴지나요?

물론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모든 이들의 사정을 헤아리면서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다만 많은 이들의 삶의 질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더더욱 중요한 이슈이고, 개개인이 솔선수범하여 조금씩 노력하면 눈에 띄게 개선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그들의 힘듦에 귀 기울여 주는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모두의 배려와 이해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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