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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게인과 스타트업의 닮은 점

스플매거진_2월 셋째 주_에디터스 토크

지난 몇 개월간 위로와 감동을 주었던 ‘싱어게인 무명가수전’의 막이 내렸습니다.

‘싱어게인’은 세상에 아직 이름을 알리지 못한 무명가수, 한때는 인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잊힌 가수들에게 무대에 다시 설 ‘기회’를 주는 음악 경연 프로그램입니다. 사실 방영 전까지만 해도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미 10년 가까이 너무 많이 소비되어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었는데요. 특히 ‘다시 한번’ 기회를 준다는 설정 또한 이미 여러 차례 쓰여 새롭지 않았으며, 근 1~2년 사이에는 트로트 오디션이 대세였기 때문에 더더욱 주목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첫 방송 이후, 화제성 및 시청률은 물론 스트리밍 지수까지 폭발적인 인기를 자랑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으며, 많은 이들의 월요병을 해소시켜 주기도 했죠. 싱어게인은 화려한 퍼포먼스와 자극적인 경쟁 구도 없이 뛰어난 노래 실력과 진정성 있는 무대만으로 정면 승부를 했고, 반복되는 치열한 일상에 지친 우리들은 순수한 열정이 가득한 그들을 보며 위로를 받았습니다.



이름에게


무명가수전이라는 타이틀답게 그들은 각각의 이름이 아닌, 번호로 불렸습니다. 대다수의 무명가수들은 얼굴과 이름은 물론 심지어 노래도 모르는 경우가 상당했고, ‘스카이캐슬’, ‘꽃보다 남자’ 등 드라마 OST가 흘러나올 때면 모두의 반응은 한결같았는데요. 

“이 노래 부른 가수가 저 사람이었어?”


생각을 더듬어 보면 우리는 생활 전반에 있어 큰 의미를 두지 않고, 굳이 이름을 기억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들이 많습니다. 누적되거나 애정하지 않는 이상 흘려버리기 일쑤죠.
배달의 민족(우아한 형제들), 토스(비바리퍼블리카), 무신사 등과 같은 유니콘 기업들도 처음엔 모두 스타트업이었습니다. 대개 편한 서비스가 있다던데, 핫한 서비스가 있다던데 로 시작하여 점점 많은 이들이 그들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기억하게 된 것인데요.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이름 모를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있습니다. 그들의 하루는 24시간도 부족할 만큼 치열하죠. 노력과 성과가 정비례하지 않는 기업도 대부분입니다.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맛본 무명가수들처럼, 여러 번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빛 한 번 보지 못한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있습니다.
오늘부터라도 여러분이 사용하는 어플, 서비스에 좀 더 관심을 가져보는 건 어떠세요?


주류와 비주류


음악업계에도 주류와 비주류 음악이 있는 것처럼, 스타트업계에도 비슷한 무언가가 존재합니다.

대중의 취향과 입맛에 맞춰 돈 되는 음악을 만들 것인지, 내 소신껏 하고 싶은 음악을 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무명가수들을 보고 있자면 스타트업 대표님들의 고민이 자연스럽게 오버랩되더라고요. 


물론, 모든 서비스는 이용자가 있어야 하고 모든 음악은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이 생깁니다. 대부분의 무명가수들은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를 선택하면서, 많은 고민과 어려움이 있었을 것입니다. 돈과 대중성은 비례하기 때문이죠. 


세상에 없던 서비스를 탄생시키는 스타트업들 또한, 대중에게 선보이기 전까지 결과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런칭 전까지만 해도 기가 막힌 아이템이라 믿었고, 많은 이들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기대와는 다른 결과를 안겨줄 때가 많습니다. 때때로 이들에게 스타트업이니 여러 번의 시행착오 정도는 견뎌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예술하는 사람들이 가난해도 되는 게 당연하지 않은 것처럼 스타트업들이 가난함과 고됨을 견디는 게 당연함이 되어선 안 됩니다. 우리가 편하게 사용 중인 서비스들이 많은 이들의 노고에서 만들어진 것임을 상기해 볼 수 있는 하루이길 바라봅니다.


빨간 맛보다 착한 맛


‘싱어게인’이 여타의 오디션 프로그램들과 달랐던 가장 큰 점은 자극적인 경쟁 구도와 억지 서사를 만들어 ‘공감’과 ‘감동’을 강요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대신 ‘진심’을 보여줬습니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악마의 편집 대신, 개개인의 무대와 노래에 집중했습니다. 심사위원 또한 음정과 박자 등을 따지며 민감하게 심사를 하기보단 무대 그 자체를 순수하게 즐겨주고, 실수를 해도 타박하지 않고 위로를 건네며 그들을 뮤지션으로 존중해 주었죠. 오디션의 특성상 누군가는 반드시 탈락하기 마련이지만, 경쟁 속에 살아남는 자에 조명하기보다는 가수 한 명 한 명을 부각시키려 애쓰는 모습 덕분에 불편함이나 죄책감이 덜했습니다. 치열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승패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본질’이라는 것을 알려준 프로그램이었죠. 


우리가 좋아하는 스타트업도 들여다보면 한결같습니다. 트렌드에 휩쓸리거나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기보단 서비스 본질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경쟁을 하다 보면, 가끔 길을 잃고 처음의 마음가짐을 잃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국 모두가 좋아하는 서비스의 인기 요인을 보면, 변치 않는 신념입니다. 

첫 발을 내디딜 때의 용기, 흔들리지 않고 나아갈 수 있는 신념을 꾸준히 지켜 나가는 행보 또한 그 둘의 닮은 모습 아닐까요?


오늘 이후로도 여전히 빠른 속도와 성과 위주의 치열한 사회를 살아갈 우리지만, 때론 느리고 꾸준한 묵묵함을 응원하기도 하는 따뜻하고 여유로운 마음을 가져 보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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