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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MBTI는 당신인가요?

[스파크플러스 에디터스토크]

물고기자리는 감수성이 풍부하고.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별자리를 가지고 성격을 추측해보는 유행이 있었습니다. 태어난 월에 따라 성격부터 지능, 심지어 예술성까지 짐작했어요. 그런가 하면 소개팅 자리에서 상대의 혈액형을 맞춰보는 일도 왕왕 벌어졌습니다. 


"아 A형이세요? 소심하시겠네요"

"어쩐지 엉뚱하시더라니 AB형이었군요"


저와 같은 시대를 살아왔던 분들이라면 한 번쯤 별자리나 혈액형별 특징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을 테죠.


그런데 작년부터는 이상한 알파벳 조합들이 새로운 구분 짓기 아이템으로 입소문을 탔습니다. ISTP, ENFP, INTJ... 바로 MBTI 성격 유형 지표입니다. MBTI는 마이어스 브릭스 유형 지표(Myers-Briggs-Type Indicator)를 의미합니다. 작가인 캐서린 쿡 브릭스와 그의 딸 이저벨 브릭스 마이어스가 카를 융의 분석심리학을 토대로 만들었어요. 20세기에 만들어진 만큼 그다지 새로울 것 없었던 지표인데요. 2020년에 별안간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에 MBTI별 유형을 정리한 밈들이 마구 등장하며 MZ세대들의 새로운 놀이 아이템으로 급부상했습니다. 



어떻게 구분되는데?

사람의 성격을 총 네 가지 척도로 나눠서 분석합니다. 에너지의 방향이 외향형(Extraversion)인지 내향형(Introversion)인지, 선호하는 인식 방법이 감각형(Sensing)인지 직관형(Intuiting)인지, 선호하는 판단 방법이 사고형(Thinking)인지 감정형(Feeling)인지 선호하는 삶의 패턴이 판단형(Perceiving)인지 인식형(Judging)인지를 구분하는 거예요. 만약 외향적이고 미래보다 현재를 중시하는 감각형이고 공감에 강한 감정형이자 즉흥성이 강한 인식형의 사람이라면 그분은 ESFP인 겁니다. 각 척도 별 앞 글자를 따서요. 이렇게 구분하면 총 16개의 유형이 탄생합니다. 4가지로만 구별이 되었던 혈액형 타입보다 가짓수도 많은 데다 수십 가지의 문항에 답을 해서 얻어낸 결과인 만큼 괜히 신뢰가 가는 MBTI 유형. 그래서 그럴까요? 빠르게 관심을 옮기는 MZ세대에게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는 지표입니다.



저는 인프피입니다

MBTI는 자기소개를 해야 될 때 본인을 쉽게 인식시킬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해요. 인프피(INFP), 엔프피(ENFP) 등 유형 조합을 소리 나는 대로 불러 애정을 담기도 하고요. 그런데 과연 당신의 MBTI는 당신인가요?


70억 명의 사람들이 16개의 유형으로 딱 나눌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인싸들 사이에 끼면 아싸가 되고, 아싸들 사이에 끼면 인싸가 된다는 ‘조건적 외향인’이라면 이 사람은 E일까요 I일까요. 냉철하게 상황을 분석해 결정을 내리면서도 공감 능력이 강해 상대에게 상처 준 밤을 끙끙 앓으며 보내는 사고형 인간은 과연 순수한 T일까요? 같은 MBTI 유형의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연애 스타일을 가지고 있을까요? 쉽게 답을 내리기 어려운 질문들입니다.



한 가지 모습으로 존재하기엔

MBTI는 나를 드러내기에, 상대의 성향을 짐작하기에 유용한 소재입니다. 하지만 틀에 끼워 넣다 보면 상황에 따라 제일 근사한 나를 만드는 데 서툴러질 수 있어요.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화해가는 본인의 모습을 인지하기도 어려워지고요. 이는 타인을 바라볼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을 구분 짓는 건 결국 선입견으로 이어질 수 있거든요.

저 또한 인프피(INFP)로 제 자신을 규정하면서 점점 내향적이고 감정적인 사람으로 저를 포지셔닝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사실 모르는 사람에게 신나서 말을 걸 때도, 이성적이게 토론에 참여한 적도 많았는데 말입니다. 규정짓지 않았다면 저도 더 근사하고 넓게 뻗어갈 수 있을 텐데요. 


그래서 제 다짐을 공유하며 여러분께도 한 가지 제안하고 싶습니다. 우리 MBTI에서 한 발짝만 떨어져 볼까요? 한 가지 모습으로 존재하기에 우리는 너무 입체적입니다. 열여섯 그룹으로 깔끔하게 구획하기에 우리는 한 명 한 명 참 독특합니다. 친해지기 위한 이야깃거리로 본인의 MBTI 유형을 소개하는 것까지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한 마디를 더 떠올려봅시다. 타인의 소개를 들었을 때도 그 한 마디를 가슴에 새기시고요.



"저는 인프피입니다"

(사실 그 이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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