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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은 어쩌면 원피스 한 벌

[에디터스토크] 오늘 누군가에게 촛불을 선물하셨나요?

"전 어릴 때 사고를 당해 이렇게 되어버려서 얼마 동안 밖에 안 나갔어요. 완전 은둔형 외톨이 같았어요. 그러다 엄마가 아주 예쁜 원피스를 사줬어요. 그걸 입으니... 저도 참 단순했죠. 점점 밖으로 나가게 되었어요"

영화 '미나미 양장점의 비밀' 속 요코의 대사입니다. 요코(쿠로키 하루)는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장애인입니다. 요코를 굉장히 아끼는 오빠 후지이는 동생의 결혼식을 앞두고 디자이너 미나미를 찾아가요. 동생을 위해 특별한 웨딩드레스 제작을 부탁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오빠 덕분에 인연이 된 미나미와 요코는 우연히 만나 함께 이야기를 나눕니다. 요코는 본인이 예쁜 옷 덕분에 세상에 나온 과거, 오빠가 옷의 힘을 믿게 된 계기를 담담하게 고백하죠.

이 영화에는 옷과 관련한 다양한 에피소드가 나오는데요. 저는 유독 요코의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세계를 바꿀 마법은 어쩌면 '예쁜 원피스 한 벌'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우울시계가 째깍째깍
우울시계가 째깍째깍
지난 10월 OECD는 '코로나19가 정신 건강에 미친 영향'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우울 수준은 36.8%로 15개국 중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정신과 질환 진료를 받은 사람도 증가했어요.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우울증 환자 수는 83만여 명으로 전년보다 4.1% 늘었습니다. 공황장애도 6.7% 증가했고요.

1020세대는 보다 심각합니다. 지난 9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국내 전체 자살 사망자 수는 총 13195명으로 전년 대비 4.4% 감소했는데요. 10대는 9.4%, 20대는 12.8%로 급증했습니다. 특히 10대 남성과 20대 여성의 자살률이 눈에 띄게 높아졌습니다. '청소년 1388'에 접수된 정신 건강 관련 상담 건수 역시 2019년에 비해 30%나 증가하기도 했어요.

안 그래도 빨랐던 한국의 우울시계, 코로나19 유행 장기화로 인해 또 한 번 빨라졌습니다.


촛불을 켜는 삶

조심스러운 날들입니다. 추워지는 날씨만큼 주변 사람들도 얼어붙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어요. 사실 저조차 끝없이 밑으로 가라앉을 때도 있고요. 그럴수록 사소한 것들의 힘을 빌려봅시다. 힘들어 보이는 동료에게 건네는 커피 한 잔, 오늘 입은 니트의 색깔이 참 예쁘다는 칭찬, 당신의 센스 덕분에 내가 행복해졌다는 감사.

요코의 원피스처럼 한 인간을 바로 구원해 줄 수 없어도 괜찮습니다. 누군가를 10분이라도 기분 좋게 만들 수 있다는 건 귀한 능력이니까요. 어쩌면 10분짜리 조그마한 촛불 몇 개로 한 인간은 하루를 견딜지도 모릅니다. 어렵사리 지나간 하루들 끝에 다시 따뜻한 계절에 도착할 수도 있고요.


마법 같은 순간

스파크플러스 크루들의 명함에는 모두 이름 앞에 자신을 표현하는 한 마디가 새겨져 있습니다. 제 이름 앞에는 '마법 같은 순간'이라는 슬로건을 적었습니다. 사소한 것들의 거창함을 믿기 때문입니다. 오늘 누군가에게 촛불을 받으셨나요? 없었다면 자신을 위해 켜세요. 좋아하는 영화 한 편, 퇴근 후 조금 비싼 술 한 잔.

오늘 누군가에게 촛불을 선물하셨나요?
아니라면 지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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