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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런, 이런 부지런 어떠세요?

[에디터스토크] 사람들이 오픈런 게임에 참가하는 이유

스플러를 위해 숨겨왔던 꿀팁을 하나 공개합니다. 평소에든 가던 식당과 카페만 방문하는 저도 친구들과 약속을 잡을 때면 꼭 활용하는 검색 방법이 있어요. 검색창에 만나려는 지역과 '오픈런'이라는 단어를 함께 치는 거예요. 삼각지 오픈런, 압구정 오픈런 이렇게 말입니다. 유명세가 높아야 한다는 제약이 있는 단어라 그런지 광고성 글보다는 직접 경험해본 '인기 맛집' 포스팅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지인들에게도 종종 그 방법을 추천했는데 매번 좋은 반응을 얻었어요. 사실 저는 마케터치고 유행에 민감한 편이 아닌데요. 이런 저에게도 오픈런이라는 단어는 하루하루 큼지막한 보폭을 자랑하며 가까워집니다. 영화제 예매를 하거나 반지를 사야 할 때, 맛집을 가고 싶을 때 저 또한 '오픈런 게임'의 참가자가 되더라고요.



2040세대 10명 중 6명 "오픈런 해봤죠"

오픈런은 매장 문을 열자마자 바로 뛰어들어가는 행위를 뜻하는 신조어입니다. 명품을 사기 위해 백화점 개점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행렬을 가리키며 쓰던 단어가 근 2년 만에 일상적인 단어로 통용됐죠. 통용이라는 건 일반적으로 두루 써야 가능한 일인 만큼 '오픈런'은 정말 일반적인 액션이 되었습니다. 최근 롯데멤버스가 리서치 플랫폼 라임을 통해 전국의 20~40대 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62.2%가 오픈런을 경험했다고 답했습니다. 2040세대 10명 중 6명이 오픈런을 해봤다는 거예요.



오픈런 분야 1위는 '피켓팅'

'런'해본 분야도 다양했습니다. 콘서트나 뮤지컬과 같은 공연 티켓을 끊기 위한 오픈런이 25.9%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괜히 피켓팅(피가 튀길 정도로 치열한 티켓팅)이라는 단어가 붙은 게 아니에요. 2위는 식당이나 카페 등 맛집 오픈런이 차지했습니다(20.1%). 그밖에도 예적금이나 대출 등 은행 오픈런(18.7%), 일명 '포켓몬빵' 등 캐릭터빵 오픈런(16.3%) 등이 3~5위로 높은 순위에 올랐습니다. 대형마트 오픈런이나 주류 오픈런도 순위권에 올랐고요.



현실을 넘어 메타버스 오픈런도 있다

출처=SSG | 메타버쓱 이벤트 기사 발췌

지난 8월에는 또 한 번 이색적인 오픈런도 등장했습니다. SSG닷컴이 게임과 쇼핑 요소를 메타버스에 녹여 '메타버쓱 오픈런'이라는 이벤트를 열었어요. 메타버쓱 오픈런은 메타버스 플랫폼 젭(ZEP)을 통해 주어진 미션을 성공한 고객에게 인기 상품을 특가로 판매하는 이벤트였습니다. 가상 캐릭터가 마치 게임을 하듯 목적지로 달려가야 '득템'이 가능했어요. 열흘간 운영한 이 서비스의 누적 이용자 수는 약 20만 명. 오픈런에서 순위권에 든 고객 중 70%가 실제 상품 결제까지 마쳤어요. 메타버스라는 트렌드와 오픈런이라는 특성을 두루 살린 이벤트로 SSG닷컴은 같은 마케터 입장으로는 너무 부러운 성공을 거뒀죠.



같은 값이면 '오픈런하고' 다홍치마

그렇다면 오픈런은 왜 벌어질까요? 저는 크게 두 가지에서 기인한다고 봅니다. '기대심리'와 '인정욕구'입니다. 앞서 소개해드린 라임 조사에 따르면 오픈런 경험자의 31.4%는 '오픈런만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어'라 답했습니다. '돈이 있어도 구하기 어려워서'라는 응답도 30.9%로 많은 편이었어요. 이 두 결과는 기대심리, 인정욕구와 맥을 함꼐합니다.


먼저, 기대심리는 어떤 일이나 대상이 원하는 대로 되기를 바라고 기다리는 마음이나 상태를 의미하는데요. 음식점이나 액티비티까지 홍수처럼 쏟아지는 세상에서 오픈런 대상은 공인되었다는 기대심리를 불러일으킵니다. 평균 이상은 할 것 같은 무언가에 우리는 기꺼이 공을 들이는 거예요. 오픈런만의 혜택은 한정판 사은품일 수도 있고, 타 브랜드 대비 저렴한 치킨이나 좋아하는 배우들로만 구성된 황금 라인업일 수도 있습니다. 한정된 시간과 재화로 만족스러운 물건이나 경험을 치하고 싶은 욕구는 사람들을 공급자의 시간에 의존하게 만들어요.



득템력이 있어야 인정받는 시대

인정욕구는 더욱 강력합니다. 타인에게서 자신의 존재 가치 따위를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의미하는 이 개념은 소통하는 사람들의 범위가 넓어진 현대에 더욱 빈번하게 발현이 됩니다. 특히 소셜미디어 내 핫플, 잇템 등 인증 문화는 희소한 자원을 얻었다는 성취감과 '해낸 사람'이라는 인정욕구를 충족하는 놀이로 여겨지고요.


김난도 교수의 저서 '트렌드코리아 2022'에는 '득템력'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합니다. 그는 득템력을 '경제력 지불 능력만으로는 얻기 어려운, 희소한 상품을 얻을 수 있는 소비자의 능력'을 의미하는데요. 김 교수는 사치의 대중화로 인해 '높은 가격보다 획득의 어려움이 차별화의 기호가 됐다'며 상품 과잉의 시대에 현대판 구별짓기 경쟁이 시작됐다고 세태를 분석했습니다.



오픈런, 이런 부지런 어떠세요?

오픈런에 대한 반응은 사람들마다 다릅니다. 부지런하고 열정적인 구매자라며 엄지를 치켜세우는 사람들도 있고, SNS 업로드를 위한 허세라며 비판하는 이들도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오픈런 문화가 자연스럽다고 느낍니다. 개인 운영 미디어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사회적인 공표부터 개인별 축적까지 정보 활용이 훨씬 용이해졌습니다. 두 활동 모두 실시간으로 진행이 되고요. 그렇기에 개인들의 움직임은 물고기 떼처럼 가시성 높은 형체가 되곤 합니다. 오픈런은 개인들의 움직임이 몰리면서 생기는 문화 중 하나로 보이며 인간의 본질적인 기대심리 그리고 인정욕구와 맞닿아 있는 불가피한 행위 같아요. 아주 긍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부정적이라고 단정 짓기는 어려운 게임인 거죠. 확실히 재미도 있고요.


물론 오픈런 아이템들이 지나치게 많아지고 그 아이템의 인기 주기 또한 급격히 짧아지면서 생기는 우려도 많습니다. 지나친 물질주의에 대한 피로감과 공급자의 위상이 거대해지는 데 따른 소비자 권리 위축은 그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문제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오픈런, 이런 부지런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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