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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y Park Aug 23. 2019

뜻밖의 전화가 울리다...

좌충 우돌 캐나다 영주권과 취업 도전기

영주권 Invitation 소식이 날아온 후 내 마음은 뒤숭숭하기 시작했고 일도 손에 잡히질 않았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은 영주권 손에 쥐기어서 마음을 가다듬고 일터에 나가서도 아무런 일이 없었던 듯 일에 열중했다. 그래도 기분은 좋은 법, 마음 한켠으로는 싱글벙글 했다.


이제 영주권 랜딩 페이퍼만 이주공사 주소로 배달되면 되는 것이었고 4월 23일 Invitation을 받았으니 최장 6개월이 걸린다는 승인까지는 10월 23일이라 아직 시간적으로는 많은 날이 남았다. 기쁨도 시간이 지나니 무덤덤해 지기 시작할 무렵, 7월 11일 오후 1시 53분에 발신자제한번호라고 뜨면서 본인 휴대폰으로 의문의 전화벨이 울렸다. 식당이 주 7일로 돌아가는 바람에 나의 주중 휴무일도 화요일이 아닌 매주 목요일로 바뀌었고, 마침 쉬는 날 오후에 전화가 온 것이었다.




한국 같았으면 광고 전화라 생각하고 전화를 받지 않았을텐데, 이 곳 캐나다 와서 전화 올 일도 없어 무심코 전화를 받았다. 전화 저편에 들려오는 목소리는 여성분 목소리였고 이름도 밝히지 않고 나의 이름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다짜고짜 말해 주는 것이었다. 캐나다는 1년 동안 냈던 부가가치세를 다음 해에 일부 돌려 받는 제도가 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다 받았지만 본인은 받지 못해 온라인으로 청구서를 작성하여 우편으로 보낸 기억이 나서 해당 기관에서 나한테 전화하는 줄로 착각을 하고 영어는 그런데로 한다는 나였지만 지례 예상을 하고 저쪽에서 들려오는 얘기를 대충 듣고 지나가고 있었다. 전화로 배우자에 대해 묻고 들어올 날짜 등을 묻길래 "어라, 이건 뭐지?" 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부가가치세 얘기를 해야 하는 데 왜 배우자 입국 날짜등을 물어볼까? 하는 의심이 갑자기 들면서 이내 내 머리 속으로 "아, 이건 부가가치세 담당이 아닌, IRCC(이민국) 직원이 나한테 전화를 한 거구나!"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정신이 없어졌다.

IRCC (캐나다 이민국)

정신을 차리고 다시 또박또박 물었고 해당 직원은 친절하게 "이번에 영주권 신청에 배우자가 빠졌는데 지금이라도 추가를 하면 같이 영주권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신청 후 배우자가 캐나다로 랜딩을 해야 하는데 내가 영주권 랜딩 후 배우자는 8개월 내로 입국을 하여 랜딩이 필요하니 이에 동의하냐는 것이었다. 만약 동의를 하지 않으면 나중에 초청을 하여 진행하면 되는데, 이는 시간도 시간이지만 별도의 비용도 발생하므로 지금 하는 쪽으로 유도를 하는 것이었다. 얼떨결에 나는 하겠다고 하였고, 해당 직원은 그럼, 바로 진행할 터이니 그리 알라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배우자를 처음부터 영주권 신청에 넣지 않았던 이유는 EXPRESS ENTRY로 진행 시 배우자의 영어성적이 없어 내 신청 점수가 현재보다 낮아져서 영주권 신청에 불리하였기에 이주공사와 협의하여 배우자를 빼고 진행했던 것이었다. 이주공사는 나중에 초청하여 진행하면 된다고 하여서 그리 알고 있었는데 이민국에서 넣겠다고 전화를 준 것이다. 그리고, 이민성 직원이 처리를 하면서 배우자 지문취득 신청이 이메일로 날아 올 것이라고 하였다. 아무튼 해당 직원의 말투도 영어였지만 친절히 설명해 주니 고마운 여운이 강하게 남았다.


전화를 약 5분간 하였고, 이주공사 담당자에게 바로 전화를 하여 오늘 받은 전화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였더니 깜짝 놀라면서 묻는 것이었다. "JAY씨, 정말인가요? 정말 신기하네요.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지요?"

지금까지 영주권 진행을 많이 해 보았지만 JAY씨 같이 이민성 직원이 직접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여 배우자 추가 여부를 확인하고 물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JAY씨는 참 운이 좋으신 것 같아요" 라는 것이었다.


다음날 이주공사에서 연락이 왔다. 이메일로 이민성 직원이 얘기한 것 처럼 배우자 지문을 취득하라는 것이었다. 한국에 있기에 지문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서울역 근처의 VFS GLOBAL 이라는 캐나다 지문 취득 대행 사무소로 가야만 했다. 급히 KTX를 예약하여 월요일 예약을 잡고 서울로 와이프가 가도록 조치를 취했다.

와이프는 월요일 아침 첫 차를 타고 상경하여 무사히 지문을 취득하였고 캐나다 시각 월요일 지문 취득이 완료되었다고 이메일이 날아온 것이다.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는 것 같아 흐뭇했다.


이제 조금만 더 참자 라고 되내이며 일에 몰두하고 있으려니 본인 이메일에 IRCC로부터 온 메일이 발견되었던 것이다. 7월 15일 날짜로 온 메일의 제목에 "Confirmation of Permanent Residence Interview - L'entrevue pour la Confirmation de la Résidence Permanente" 라고 되어 있었고 떨리는 손으로 마우스를 움직여 해당 메일을 열어 보았다. 8월 1일 오후 1시까지 캘거리의 IRCC OFFICE로 인터뷰를 하러 오라는 메시지와 함께 만약 해당 날짜에 나타나지 않을 경우 영주권 취득에 관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취소도 가능하니 유의하여 출석하라는 것이었다.


이메일을 이주공사에 전달했고, 담당자로부터 "축하합니다. JAY씨, 드디어 랜딩하라는 인터뷰 요청이 왔네요." 라는 것이었다. 엥? 내가 알기로는 랜딩페이퍼가 날아오면 그걸 들고 외국으로 나가거나 국경으로 가서 다시 입국하면서 랜딩하는 게 원칙인데 왜 인터뷰를 하러 오라는 것이지요? 라고 되물었다. 이주공사 직원은 요즘은 국경이나 공항을 가지 않고 캐나다 내 IRCC 사무소에서 직접 랜딩 인터뷰를 하고 Confirmation of Permanent Residence Letter를 발급해 준다는 것이었다. 나는 들고 갈 준비물은 여권이랑 사진 2장만 있으면 되는 것이었다. 이 또한 나에게 주어진 두번째 행운이었던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랜딤 페이퍼가 우편으로 도착하고 부득이 외국으로 나갔다 와야하는 수고를 해야 하는데 나는 지척인 캘거리에서 이 모든게 진행되는 것이었다.


한가지 걱정이 있었다. 인터뷰 날짜가 내가 쉬는 요일이 아닌 다른 요일이면 사장님께 이 사실을 알려야 하는데

날아온 이메일에 적힌 인터뷰 날짜가 8월 1일이라니 이게 무슨 요일인가? 바로 내가 쉬는 목요일이었다. 너무나 잘 된 일이었다. 사실 랜딩한다고 사장님께 얘기를 하면 축하한다는 말로 축하해 주시겠지만 내심 "아, 이 사람 이제 얼마 안 지나 갈 사람이겠구나!"라고 아쉬운 마음과 걱정이 앞설 것이라 생각이 들었기에 기쁜 소식이지만 알리기에는 부담이 컸었다.


언젠가는 알릴 것이라 생각하고 이제 진짜 터널 끝까지 온 것이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고 8월 1일이 2주가 남았지만 참으로 멀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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