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식물이 주는 초록빛 유연함과 부드러운 연둣빛이 좋았습니다. 풀벌레들도 좋았고요. 그땐 좋아하고 그런 게 뭔지 잘 몰랐어요. 연습장에 식물무늬를 넝쿨 덩굴 그려내곤 했어요. 지금은 동물이 아닌 식물을 기르며 그 생명력과 강인함에 놀라곤 합니다. 누가 식물이 생각이 없다 했나요. 애정을 주면 주는 대로 표현하는데 자세히 봐야 보일 뿐입니다. 자세히 보면 작은 것들이 사랑스러워요. 우리를 구원할지도 모르는 작은 것들이요. 우리 집 식구인 남편과 저는 잡식성이긴 하지만 식물에 가까 워요. 웬만해서는 타인을 헤치지 않습니다. 서로가 숨 쉴 수 있는 적당한 거리에서 서로를 바라봅니다. 식물성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미래는 또 알 수 없지요. 우리에게 다정함과 상냥함이 더 많아지기를. 사랑이 언제나 성공하기를.
저는 나무처럼 살고 싶어요. 나무처럼 강하고 단단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강인한 내면의 특질이 외면으로 나타나는 그런 사람이요. 어떤 비바람에도 휘둘리지 않고 유연하게 자신의 특질을 발하는 나무. 그런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식물은 고독하지만 자유롭잖아요. 지금은 주거공간인 실내에서 기를 수 있는 종이 한정 되어 관엽 식물 위주로 기르고 있긴 하지만, 언젠가 커다란 아름드리나무를 가꾸는 정원사가 되고 싶은 꿈이 있어요. 해가 쨍쨍 들고 비가 오고 그런 들판에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