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까지는 광고 제안서 작성 시 TF팀에 속하여 작성하게 되고, 4~5년 차부터는 본격적으로 제안서를 맡아 쓰기 시작한다. 3~4년 차 정도가 넘어가게 되면 2가지 부류로 나뉘는데 혼자서 작성할 수 있는 사람 or 작성 못하는 사람이다. 필자는 이 2가지가 AE로서의 실력이 가장 분별되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광고회사에서 제안서는 곧 '매출을 일으키는 문서'이기 때문에 가장 최우선 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윗 직급으로 올라갈수록 제안서를 쓸 수 있는 자와 그렇지 못한 자의 차이는 점점 벌어지게 된다.
운영자가 되고 싶니? 기획자가 되고 싶니?라고 묻는다면 필자는 후자다. 전 회사의 이사님의 말씀 중 하나는 결국 광고회사에서는 '기획자'가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크게 공감하는 부분이다. 운영을 배우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제안서는 창작과 같은 부분이 있어 차별성을 가진다. 제안서에는 기획자의 전략, 철학, 개념이 담겨 있고, 하다 못해 PPT표현 스타일까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스스로 판을 짤 수 있는 기획력은 곧 매출이라고 생각한다. 윗 상사를 볼 때 제안서를 혼자 쓸 능력이 있는가? 본인만의 스타일이 있는가? 전략 기획 시 본인의 철학이나 개념이 잡혀있는지를 본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전략이라면, 프로세스가 있다면, 브랜드나 타겟에 대한 다른 접근 방법 등 본인만의 노하우와 개념이 있다면, 나는 기꺼이 존경하고 따를 것이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과연 10년 뒤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솔직히 말해서 회사에서 기획력과 실력 없이 정치로 연명한 사람은 결국 점점 도태될 수밖에 없다. 상사에게 배울 것 없는 하급자들은 떠나갈 것이고, 결국 남은 하급자의 아이디어와 전략으로만 유지할 수밖에 없다.
반면, 하급자에게 제안서 처음 작성해 보라고 지시했을 때 나올 수 있는 반응은 다음과 같다.
'안 해봤는데요', '할 줄 몰라요', '가르쳐주세요'와 같은 반응들이다. 하얀 PPT 배경에서부터 시작되는 막연함과 무거운 책임감, 어떻게 전략을 짜야할지,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할지, 어떤 말들을 써야 할지 두려움이 앞선다. 이를 가르쳐 줄 수 없는, 주지 않는 상사도 있겠지만, 본인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준비가 안된 부분도 있다고 판단된다. 3~4년 동안 광고회사라는 업종에서 일하며 스스로의 노력도 필요하지 않았을까?
작성법을 논하기에 앞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제안서 작성 실력을 기르기 위한 Tip을 드리고자 한다.
1. 많이 봐라.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다. 천재가 아닌 이상 경험이 적은 상태에서 작성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 하지만 다양한 제안서를 보면 무엇부터 해야 할지, 어떤 식으로 문제에 접근했는지, 풀어나갔는지, 방법은 무엇을 사용했는지 등을 볼 수 있다. 작은 회사를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큰 회사일수록 높은 수준의 제안서를 보유할 확률이 높고, 수량도 많아 좋은 교재로 삼을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이다. 하나의 잘 된 제안서를 보는 것뿐만 아니라, 안 된 제안서, 못썼다고 판단되는 제안서도 봐야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다. 필자 또한 처음에는 여러 제안서들을 보아왔고, 필요한 부분은 베껴 쓰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를 옮겨가면서 다양한 스타일의 제안서를 보다 보니 견문이 넓어진 느낌이다.
필자 스스로 제안서를 기가 막히게 잘 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거나 전략을 내는 능력은 다소 떨어진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생각과 포인트를 살려 광고주가 보기 편한 틀에 담을 수 있다.' 는 수준은 되는 것 같다. 필자도 처음에 마찬가지로 회사의 제안서를 다양하게 보아왔고,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어떻게 표현했는지 부분 등을 많이 배웠고 유용했다.
2. 따라 만들어 봐라.
제안서를 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직접 만들어 봐야 한다. 그냥 똑같이 따라 만드는 것이 아니고, 보완하거나 새롭게 본인의 생각을 담아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어떤 제안서든 보다 보면 스스로 어느 부분이 아쉽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기존의 PPT에 있는 카피를 그대로 쳐보기도 하고, 논리가 부족하다면 보완하는 장표를 만들어 보거나, 색을 변경해보거나, 더욱 좋게 표현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심화과정으로는 기존 작성된 제안서의 흐름을 정리해본다. 필자의 경우 엑셀로 단락과 구분을 지어 정리해보고 논리가 부족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을 보완하거나 생각을 담아 고쳐서 흐름을 다시 정리해본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연습을 정성스럽게 3~4번 정도 하면 제안서 방향을 잡는 연습까지 한꺼번에 하게 되니 좋은 습관이라고 생각된다. 귀찮은 작업이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미뤄질 수도 있다. 하지만 1~3년 저연차라고 한다면 이 연습방법을 실천해보는 것을 강력 추천한다.
3. 많이 어필해라
의지가 있는 직원에게는 기회를 주는 법이다. 필자의 이야기를 하자면 사실 운도 좋았지만 스스로 기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였다. 저연차일 때 제안서를 작성하지 못했던 상사는 제안서 작성을 팀원들에게 요구했으나, 팀원들은 하기 싫어했다. 솔직히 필자는 그때 오히려 제안서를 써볼 기회라고 생각하여 쓰겠다고 자처하였다. 그 이후에는 제안서를 작성하게 되는 기회를 받게 되었다.
과정을 이야기하자면 개고생 하였다. 야근과 주말 출근은 물론이요, 디자인팀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스스로 전략을 잡아보고, PPT 1장을 4시간씩 걸쳐 고쳐보는 등 엄청난 고민과 시간을 투자하였다. 이 과정 속에서 나는 제안서를 쓸 기회가 많이 받았고, 팀원들은 왜 스스로 고생하는지 물어봤지만 그때 당시 나는 즐거웠다. 과장, 팀장급 정도가 되어야 메인으로 작성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치기 싫었다. 그리고 나 같은 저연차에게는 큰 기대감은 없다 라는 생각과 함께 작성했다. 작은 캠페인 제안서부터 시작하여 60장, 80장, 100장, 130장, 150장 점점 늘어갔고 PPT장수뿐만 아니라 내 스스로 성장하는 느낌, 그리고 나만의 스타일을 정립하게 되는 중요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제안서 쓸 때 무엇부터 해야 할지, 어떤 자료를 찾아야 할지, 어떻게 전략을 잡아야 할지, 기획력과 더불어 PPT스킬까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느낌이었다.
수많은 제안서를 직접 고민하고 써본 결과 처음 작성했던 제안서와 비교하면 퀄리티가 크게 올라갔다. SNS 이벤트, 게임 프로모션, 영상 캠페인, 퍼포먼스 캠페인, SNS 제안서 등 다양하게 작성했던 경험이 현재 커다란 눈덩이처럼 득으로 돌아온 게 아닐까 생각된다.
나중에 이직할 때도 "스스로 작성한 제 스타일의 제안서입니다. 거짓말이라고 생각되시면 전 회사에 연락해보셔도 좋습니다. 저는 이 정도 능력이 있습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며 내밀 수 있었고 대부분 좋은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제안서를 쓰는 것 정말 매우 힘든 일이고 귀찮고, 시간을 빼앗기는 일이다. 인정한다. 하지만 스스로도 노력해보자.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많이 보고, 쓰고, 어필하자
구독자가 500명을 돌파했네요!
바쁜 일상 속 누군가 나의 글을 읽어 준다는 것은 매우 감사하고 기쁜 일입니다. 글을 더욱 정성스럽게 쓰게 되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구독자 여러분들을 위해 이벤트를 준비하려고 하는데 아직 어떤 것을 할지는 생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고 공지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