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파르타코딩클럽 Jul 06. 2023

팀퀸트: 시간을 잘 쓰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창}이 투자한 스타트업 이야기 <3>

“각각의 개별입자나 행성들은
그것이 움직이는 위치나 방법에 따라서
각기 고유한 시간척도를 가진다”   
스티븐 호킹 <시간의 역사> 중


우리는 늘 시간에 쫓기며 삽니다. 온전히 나의 일에 집중하고 싶지만 부차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죠. 문서 정리나 결재 업무에 허덕이고 커뮤니케이션에 온 에너지를 소진하는 식입니다. 이런 일들 때문에 정작 ‘나의 시간’을 내 것처럼 쓰지 못하죠.


스타트업 팀퀸트(Quntt)는 바로 이 문제에 주목했습니다. 팀퀸트의 미션은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시간 가치를 온전히 누리는 것. 지난 7월에는 이 미션에 충실한 첫 프로덕트를 런칭했습니다. 치과 기공사들을 위한 자동장부정리 솔루션 DentiQube죠. {창} 데모데이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아 3000만 원의 Seed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습니다.


팀퀸트는 치과 기공사들의 시간을, 나아가 우리의 시간을 어떻게 바꿔놓을 수 있을까요. 김희연 대표를 만나 팀퀸트가 꿈꾸는 시간 솔루션을 들어봤습니다.


팀퀸트 김희연 대표

01.

자신의 약점에서 고객의 페인포인트를 발견하다

김 대표는 늘 시간 부족에 허덕이는 사람이었습니다.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도무지 시간 여유가 나지 않으니 잠을 줄이면서 일을 했습니다. 대학에서 앙트러프러너십(entrepreneurship, 기업가정신)을 전공할 만큼 사업에 대한 열망이 컸기에 부족한 시간은 크나큰 약점으로 느껴졌습니다.


분명 누구에게나 공평한 24시간인데 제 시간은 늘 부족했어요. 저보다 훨씬 바쁠 게 확실한 내노라 하는 기업가들도 수많은 일을 24시간 내에 해내는데 저는 왜 그렇지 못할까 답답했죠. 비효율적인 시간들이 불공평하게 느껴지기까지 했어요.


김 대표는 시간이 ‘상수’가 아니라는 생각에 이르렀습니다. 비효율적인 일들로 일과를 보내야 하는 시스템에서 시간은 납작해집니다. 얼마 되지 않은 시간의 틈에 하고 싶은 일을 우겨 넣으니, 허덕일 수밖에요.


앙트러프로너(entrepreneur, 창업가)를 꿈꾸는 사람답게 그는 여기서 기회를 포착합니다. 약점을 강점으로 변화시켰죠.

시간 관리를 잘하는 사람들이라면 ‘저 사람은 비효율적이네’ 하고 넘겼을 일들이 제겐 눈에 띄었습니다. 시간의 세계에서 고객의 페인 포인트를 발견하는 감각이 생긴 거예요.


첫 타깃은 요양보호사들의 시간. 김 대표는 요양원에서 봉사 활동을 갔다가 요양보호사 한 명이 워낙 많은 업무를 처리하느라 정작 노인의 건강 상태를 제대로 들여다 볼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요양보호사의 업무를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어요. 대신 노인 분들에게 스마트 워치를 착용해 드리자는 아이디어를 냈죠. 요양보호사가 놓치는 시간들을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어요.

이때 확실히 알게됐습니다. 스마트 워치처럼 일상이 되버린 흔한 기술로도 시간을 세이브할 수 있는 곳이 아직 많다는 걸요. 남다른 기술이 없어도 충분히 창업을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었죠.



02.

시간에 관한 철학을 공유하는 팀원을 만나다

창업에서 공동창업자는 사업의 명운을 가를 정도로 중요한 요소입니다. 지금은 시대를 이끄는 회사가 된 애플과 구글 역시 서로 상보적인 관계의 사람들이 공동 창업하여 성장했습니다. 애플은 ‘비즈니스 천재’ 스티브 잡스와 ‘컴퓨터 천재’ 스티브 워즈니악, 구글은 ‘신중한’ 래리 페이지와 ‘외향적이고 실천력이 뛰어난’ 세르게이 브린이 함께 창업했죠.


김 대표에게도 함께 시너지를 낼 공동창업자가 필요했습니다. {창}에 합류한 이유도 이 때문이었죠.

전 사업 감각과 직관력이 뛰어난 사람이지만 표현을 잘 못한다는 한계가 있어요. 제 머리에 떠오른 것을 찬찬히 정리해서 설명해줄 사람이 필요했죠.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지금 함께하고 있는 한지희 님이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지희 님과 만난 첫 날 수많은 질문을 주고 받았어요. 가장 행복한 순간, 슬펐던 순간, 실패 경험, 이 시대에 대한 견해 등 창업과는 무관해 보이는 이야기를 끝없이 나눴어요. 물론 시간에 대한 서로의 철학도 공유했습니다. 그날 속으로 생각했죠. ‘공동창업자를 찾았다’
팀퀸트 홈페이지

두 사람은 일찍이 시간을 창업 아이템으로 삼아보자고 결심했습니다. 기업명에도 시계를 형상화 한 ‘Q’를 넣었어요. 팀퀸트의 첫 아이템은 궁극의 시간 관리 서비스. 아이언 맨의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를 현실에 구현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금세 피봇을 결정했죠.

지금 스텝에서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어요. 개발자도 없는 단 두 명의 조직에서 할 수 있는 아이템이 아니었어요. 지희 님의 재주를 활용해 창업가를 위한 사주 서비스로 피봇했습니다.


사주 서비스는 예약이 물밑듯이 밀려 들어올 정도로 성공했습니다. 소위 ‘돈이 벌리는’ 사업이었죠. 그러다 멈칫. 팀퀸트는 지나온 길을 찬찬히 되돌아봤습니다.

이 사업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되물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돈 외에 다른 가치가 없는 거예요. 창업의 목적이 결코 돈은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그래서 과감히 또 한 번 피봇을 했습니다.



03.

치과 기공사의 시간에서 비효율을 찾아내다

팀퀸트는 다시 ‘시간’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엔 치과기공사의 시간. 아이디어는 한지희 님의 치과기공소 근무 경험으로부터 출발했어요. 치과기공소는 치과의 의뢰를 받아 의치나 교정용 장치와 같은 보철물을 제작하는 곳이죠.

치과기공소의 모든 작업은 의뢰서로 통해요. 치과에서 수기로 작성한 의뢰서를 기공소로 보내면 작업자들이 의뢰서를 주고 받으며 각자 맡은 작업을 하죠. 마지막으로 의뢰서를 바탕으로 장부를 작성합니다. 들어간 재료 양을 산정한 뒤 미리 치과와 계약해 둔 단가를 곱해 최종 금액을 뽑아내요.

거래 치과 20~100곳의 계약 단가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보통 기공소장님이 혼자서 하루 2~3시간 동안 장부를 작성합니다. 장부를 수기로 작성하느라 시간을 더 들이는 곳도 있어요.


전산 처리가 익숙한 우리가 보기엔 비효율적인 구석이 많습니다. 그러나 김 대표는 쉬이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기공사 30명과 직접 인터뷰를 했습니다. 한지희 님이 기공소를 근무한 경험이 있었지만, 이마저도 개인화됐을 가능성이 있겠다 생각했죠.


아마 창업가라면 ‘수기 의뢰서’가 가장 먼저 눈에 띌 거예요. 실제로 한 창업가가 치과에서 수기 대신, 디지털로 의뢰서를 작성하는 서비스를 런칭했었죠. 하지만 기공소에서는 수기든, 디지털이든 어차피 의뢰서를 출력해서 작업해야 해요. 의뢰서 자체는 큰 불편함이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장부 작성이었어요. 장부가 기공사 본업의 시간을 앗아가고 있었습니다.


이 문제는 아주 간단한 기술로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손글씨를 인식하는 OCR과 재료에 따른 단가를 곱해주는 정산 시스템. 팀퀸트는 빠르게 기공사를 위한 자동장부정리 솔루션 DentiQube의 MVP를 만들어 실험했습니다. 반응은 긍정적이었습니다. “2~3시간 걸렸던 게 10분이면 되더라.” “덕분에 퇴근이 빨라졌다.” “정식 버전 나오면 알려주세요.” DentiQube가 ‘비효율의 구석’에 제대로 적중한 거죠.


사실 MVP에서는 기술을 완벽히 구현하지 못해 저희의 품을 많이 들였어요. 일명 ‘손OCR’이었습니다. 기공사들의 시간을 줄인 대신, 저희의 시간을 쓴 거예요. 기술은 부족했을지라도 MVP 런칭을 빨리 한 덕분에 ‘되는’ 아이템이라는 것을 확실히 검증했어요.
DentiQube MVP 서비스 과정


04

내일 : 세상에 낭비되는 시간이 없도록

팀퀸트는 곧 DentiQube의 정식 런칭을 앞두고 있습니다. 10년 가까이 ‘창업가’를 열망해온 한 사람이 꿈을 이루는 순간이기도 하죠. 김 대표는 이것은 ‘시작’일 뿐 무엇을 달성한 것도, 성공한 것도 아니라고 덤덤하게 전했습니다.

아주 긴 여정의 첫 페이지일 뿐이에요. 의미를 지닌다면 그 첫 페이지를 잘 썼다는 것, 그 정도겠네요. 사실 사주 서비스를 피봇한 데는 이런 이유도 있었어요. DentiQube가 성공을 하든 실패를 하든 이 서비스로 팀퀸트의 정체성을 마련한 것은 잘 한 일이라 생각해요.


자연스레 팀퀸트가 완성할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도 궁금해졌습니다.

세상을 바꾸고 싶습니다. 앙트러프러너십학과에 지원했을 때부터 다짐했던 꿈이에요. 혁명을 일으키겠다, 정치를 하겠다 이런 의미가 아니라 DentiQube가 치과기공사들의 하루를 변화시킨 것처럼 누군가의 시간을 변화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계속 만들고 싶습니다. 마침표가 아닌 물음표로 꿰어질 팀퀸트의 여정을 응원해 주세요.



{창} 투자팀 이야기 : <내일의 창>

직장인 창업 부트캠프 {창}은 누구나 자신만의 ‘큰일’에 몰입하며, 내일을 직접 만들어가는 기회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내일의 창> 시리즈를 통해 {창}이 투자한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만나보세요.


{창} 더 알아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