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장보다 감사패를 받을 때 더 큰 제 마음속 깊은 울림을 느꼈습니다.
피의자를 체포한 사건 담당자가 맛깔나게 만든 검거보고서와 3 급지 경찰서이지만 수사과장으로 일 좀 했다고 티를 내는 언론보도자료를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제2청에 보고하라고 쥐어주면 수사과장은 그 뒤로 사건에 대한 관심은 사라집니다.
사건 담당자로부터 사건이 손을 떠나게 되는 시점은 체포한 피의자 전00 이름으로 의정부 지방법원에서 발부된 구속영장을 집행하고 나서 1주일간 시간이 주어집니다.
1주일간 포천경찰서 유치장에 입감해 데리고 있을 수 있으며 그 기간 동안 추가 피해자가 확인되면 처음에 수사했던 범죄사실에서 피해규모가 더 확장됩니다.
추가로 보강 수사할 수 있는 기간인 1주일 동안 처음 수사할 때 발견되지 않은 범죄사실을 확인하고 마지막 날 의정부 지방 검찰청으로 구속된 피의자 전00과 그동안 수사했던 사건 서류 그리고 압수한 증거물을 함께 의정부 지방검찰청으로 전부 보내게 되는데 이 과정을 ‘송치’라고 부릅니다.
"송치는 송아지 새끼인가요?"
저에게 검거되거나 체포된 피의자 아니면 자발적으로 출석한 피의자들 조사를 마치고 앞으로 과정 설명할 때 많이 받은 질문 중의 하나입니다.
“오늘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와 고소인이 제출한 증거, 제가 확보한 증거들 묶어서 수사결과보고서를 작성해 검찰에서 최종적으로 죄의 유무를 판단할 수 있도록 서류와 증거물 전체를 보내는 과정을 송치라고 합니다.!”
수사업무 하면서 피해자와 피의자들에게 공통적으로 많이 알려드렸던 부분입니다.
구속영장이 발부된 날로부터 1주일이라고 하지만 항상 그렇듯이 시간이 촉박합니다.
의정부 지방검찰청에서는 구속한 피의자가 있는 사건이 있으면 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하는 요일은 금요일은 피해 달라고 합니다.
구속 피의자가 서류와 함께 검사에게 배당되면 검사는 다른 사건보다 먼저 구속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데 구속 기간을 연장할지 아니면 곧바로 공판검사에게 배당할지를 판단해야 합니다.
담당 수사관이 작성한 서류에 나와있는 범죄사실을 바탕으로 피의자가 부인한다든지 범죄사실이 복잡한 경우에는 검사가 구속 기간을 연장할지를 결정해야 하나 인터넷 직거래 사기사건의 경우는 검사가 추가 인정 피의자 신문 조사를 작성하고 곧바로 법원에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절차 ‘구공판’을 신청합니다.
그만큼 처음 사건 담당자가 구증한 수사 서류와 증거물들이 피의자의 범죄 형량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인터넷 직거래 사기 사건의 경우는 피해자들 규모와 합의 여부가 피의자의 형량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합니다.
사실상 저에게는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1주일이 아니라 며칠밖에 남지 않게 됩니다.
만약 구속영장이 발부된 날이 월요일이면 월, 화, 수, 목, 금, 토, 일 1주일을 피의자를 유치장에 넣어놓고 조사할 수 있는 기간으로 계산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고 목요일까지 서류를 모두 완성해 검찰로 보내거나 아니면 늦어도 금요일 오전에는 준비된 서류와 피의자를 검찰로 보내야 합니다. 그리고 구속 피의자를 송치하기 전날 반드시 검찰 담당자에게 미리 전화를 해 사건기록 페이지수, 사건 담당자, 사건 죄명, 피의자가 범죄사실을 인정하는지 여부 등을 개략적으로 알려줘 다음날 검사가 미리 대비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저에게는 4일 안에 구속된 피의자 전00 추가 피해자들을 찾아서 피해자들이 입금한 통장 거래내역서, 그리고 피의자가 피해자에게 콘서트 티켓 표를 가지고 있다며 거짓말로 보낸 SNS 대화 내역 등을 제출받아 기록에 모두 추가해야 합니다.
‘더치트’에 공지사항을 띄우자 제 사무실 전화가 연예인 매니지먼트 회사가 된 것처럼 빗발치기 시작했습니다.
“공지사항 보시면 제가 피해자분들 작성할 수 있는 진술서를 첨부파일로 등록했으니깐 그거 내려받아서 작성하고 반드시 전00 이름으로 개설된 통장인지 확인해야 하니깐 계좌번호가 다 표시되어 있는 거래내역서 꼭 보내야 합니다!”
공지사항은 피해자들의 SNS를 타고 공유되기 시작했고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온라인 카페에서도 검거 소식이 공유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을 가리지 않고 학생들은 쉬는 시간에 저의 사무실로 전화를 하고 인근 학생들은 직접 경찰서를 방문하였습니다.
처음 수사를 시작할 때 피해자가 30명 그리고 대전경찰서 사이버범죄 수사팀에 접수된 피해자들 약 30명 총 60명 피해규모로 집계하고 사건을 시작했지만 공지사항 등록하고 1달 동안 40여 명이 넘는 피해자들로부터 추가 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
사건을 마무리할 때 피해자가 약 100명으로 집계되었고, 체포 직후 언론에 보도자료 배포할 때는 피해금액이 700만 원가량이었지만 최종적으로 피해 금액이 천만 원에 이르렀습니다.
매일 울려대는 전화통에 4일 안에 추가 피해자들을 모아서 확장된 범죄사실 구증하기가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직접 방문한 피해 학생들 대상으로 기본 조사와 사건 설명하느라 몇 시간 지나 버리고 또 애들은 경찰서 처음 방문하면 너무나도 신기한 게 많다 보니 이것저것 형사에 대한 좋은 이미지 만들어 줄려면 그냥 하루가 지나가 버렸습니다.
이럴 때는 어쩔 수 없이 피의자를 체포했을 때 확보된 피해규모 중심으로만 범죄사실을 만들어 의정부 지방검찰청으로 송치하고 추가로 접수되는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접수될 때마다 취합해서 추가로 서류를 보내는 방식으로 바꿔야 했습니다.
“서울 사는 피해자인데요 콘서트 티켓 사기꾼 잡았다는 연락받고 신고하려고 전화했습니다!”
“네 입금자가 전00이고 아이돌 콘서트 티켓 사기 맞는 거죠?”
추가 피해자 접수하는 동안 입금자 명의만 전00이고 제 사건과는 다른 사건으로 신고하는 분들이 있어서 확인차 전화상 물어보다가 목소리가 40대가 넘는 것 같아 딸이 피해를 당한 건 지 다시 물어봤습니다.
“딸이 콘서트 갈려다가 피해를 당한 건가요?”
“아니요 제가 갈려고 했습니다.”
“엥? 학부모님 아니신가요? 저희 나이 때는 아이돌 콘서트 가기가 좀 그렇지 않은가요?”
“엑소 동생들 제가 얼마나 좋아하는데요!”
전화받느라 정신없었지만 되게 즐거웠던 피해자 분과의 통화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 피해자들 중 제가 작성한 범죄사실 일람표에 최고령자 피해자분으로 등록하였습니다.
저도 AOA의 사뿐사뿐 좋아했지만 차마 딸과 집사람한테는 팬이라는 말을 하면 변태 취급을 받을 것 같아 출퇴근 길에 차 안에서 간혹 노래만 듣습니다.
"돈은 돌려받을 수 있는 건가요?”
학생들이 신고하면서 공통적으로 물어보는 질문이기도 하지만 인터넷 사기당하신 피해자분들이 신고할 때 제일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의 하나입니다.
피의자는 피해자들로부터 입금받은 돈을 불법 사설 토토 사이트와 게임 아이템 구매하는데 전부 다 써 버렸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피해자들에게 돈을 돌려줄 상황은 안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피해자별로 각각 돈을 돌려 달라고 민사적으로 소송을 거는 ‘민사재판’ 즉 소액 청구를 하거나 이번 사건은 피의자를 검거하였기 때문에 형사재판 과정과 함께 피해자들이 피해금액을 요구하는 ‘배상명령’을 청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들 대부분이 학생인데 이번 사건으로 경찰서를 처음 방문한 순진한 친구들이 제 아무리 네이버 검색을 해도 알 수 없는 소송을 위한 소장을 작성하라는 게 말이 안 됩니다. 특히 개인적으로 10-20만 원 되는 돈을 돌려받기 위해 검찰과 법원을 오가면 소장을 작성하라는 말은 포기하라는 말과 똑같습니다.
피의자를 서류와 함께 검찰로 넘겨준 후 부모님과 면담이 이루어졌습니다.
혼자 살고 있던 아들의 실제 상태를 확인하고 많은 충격을 받으셨는지 계속 울기만 하셨지만 그동안 수사하면서 발견된 사실 피해규모 그리고 피해자들과의 합의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도 알려 드렸습니다.
사건은 제 손을 떠났지만 2가지를 고민하였습니다.
피해자들이 대부분 학생이라 사건 처리 후 결과서를 각 피해자들 집으로 우편으로 발송해야 하는데 부모님이 알게 될지를 걱정하는 피해자들.
피의자 전00 부모님이 아들을 대신해서 100여 명의 피해자를 일일이 만나 합의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은 무엇인지.
사건 처리 결과 통지는 대학생과 성인 피해자분들은 사건 처리 결과서를 우편물로 발송해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고 중고등학생들 중에 우편물을 받기를 희망하는 피해자를 제외하고 문자와 ‘더치트’ 공지사항에 올려 열람하도록 하였습니다.
경찰서에서 통지는 문자로 한다고 하더라도 서류가 검찰에 넘어가기 때문에 검찰에서도 통지가 올 수 있으니 부모님에게 반드시 피해 사실을 알려야 한다고 일일이 전화 통화로 알려 주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피해자 부모님이 경찰서나 검찰에서 우편물을 받게 되면 굉장히 당황한다는 걸 알고 있어서 직접 말하기 곤란하면 사무실로 전화를 하도록 해 담당자하고 통화도 된다고 알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피해자들과의 합의는 100여 명이 넘는 피해자를 개별적으로 만나는 상황이 오히려 다른 문제가 야기될 가능성도 있어 피의자 아버지가 선임한 변호사 사무실과 논의 끝에 확보된 피해자들과 추가로 신고 접수되는 피해자들 일람표를 만들어 환불 대상자로 지정해 변호사 사무실에 피해자들이 환불을 요청하면 변호사 사무실에서 처리해 주는 방식으로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더치트 공지사항으로 신고 접수된 피해자들 목록이 확인되었으니 환불을 위해 변호사 사무실에 전화를 하면 환불 처리가 이루어진다는 내용으로 띄우니 변호사 사무실에서 전화가 오기 시작합니다.
“애들 전화가 한꺼번에 너무 많이 오네요! 명단 확인하랴 입금하랴 정신이 없습니다. 추가 피해자가 아직 얼마나 남았을까요?”
“일주일이면 웬만한 피해자분들 다 전화 올 겁니다. 저도 전화를 많이 받았었는데 전화 올 때 혹시 피해자가 아닌 분들이 전화할 수 있으니 꼭 명단 체크하셔야 합니다.”
더치트 공지사항을 띄우고 나서 피해자 학생들이 돈을 돌려받았다고 고맙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 기분은 검거보고서를 수사과장에게 주면서 들었던 “어, 박형사 고생했어!”때의 기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뿌듯한 일을 해낸 것 같았습니다.
“왜 이렇게 직거래 사기는 사람들이 쉽게 피해를 당할까?”
“콘서트 티켓 양도 원해요!라는 글을 올리면 범죄자가 접근해서 편집한 티켓 사진을 보낼 거라는 건 예상이 안될까?”
“입금하기 전에 판매자가 과거 판매 이력은 없는지, 짧은 시간에 동일한 물건 판매글이 많이 올라오면 사기를 의심해 봐야 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 아닌가?”
개인적으로 중고 직거래로 물건을 사본 경험이 많은 저도 이런 기본 상식을 모르는 게 답답했습니다.
특히 사기꾼만 체포해 구속하면 우리의 할 일은 다 한 거지만 피해자들이 피해 회복 후 저에게 직접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형사님!”은 제 마음속 깊이 울림이 내려왔습니다.
지방경찰청으로부터 저에게 내려온 표창장.
그리고 직거래 사거 피해 대응 사이트 ‘더치트’사로부터 저에게 내려온 감사패.
둘 다 고생한 저에게 주는 의미 있는 보상이긴 했지만 ‘더치트’의 감사패는 저에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사이버범죄 검거보다는 피해 예방에 대한 안내와 팁을 드렸을 때 피해자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것도 직접 느끼게 되었습니다.
'사이버범죄 피해를 좀 줄여 보도록 사이버범죄 예방을 해 봐야겠다!'
사이버범죄 수사 업무 시작한 뒤 만 2년째 마음을 굳혔습니다.
사실 업무 시작 한 지 2년 초 되던 때 예방교육을 시작하려고 했지만 피피티도 만들지 모르고 남들 앞에서 강의 한 번 해 본 경험이 없는데 교육은 무슨 교육이냐며 생각만 했다가 접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몸이 먼저 움직여야 할 것 같아 바로 수사과장을 찾아갔습니다.
“과장님, 우선 군부대 대상으로 사이버범죄 예방교육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오래전 경찰을 그만두고 완전히 자연인으로 돌아가신 박00 과장님은 당연히 필요하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근데 지금 보이스 피싱이 난리니깐 보이스 피싱 예방교육도 함께 해봐!”
보이스 피싱 수사 업무도 해 본 터라 교육하는 건 무리가 없을 것 같긴 한데 당장 피피티 자료를 구 할 곳이 없었습니다.
직접 만들 줄 알면 편집이라도 해 볼 건데 누군가가 건네준 파일을 열어만 봤지 슬라이드는 만들어 볼 일이 없었습니다.
급하게 수사지원팀에 가서 보이스피싱 교육자료 피피티 파일을 구걸해서 겨우 받았지만 남이 만든 자료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수사지원팀 서무직원에게 피피티 슬라이드 만들 때 자료 밑에 발표자가 읽을 수 있는 내용 작성법을 물어보고 만들어진 슬라이드를 제가 읽어 나갈 수 있도록 시나리오를 작성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자동 저장 설정을 하지 않아 작성하다가 갑자기 꺼져 버리고 저장해 놓은 파일을 다른 컴퓨터에서 열어보니 글자가 어긋나 보이고…
교육하겠다고 말은 했는데 정작 저는 개인 노트북도 없었습니다.
다행히 사이버범죄 업무용으로 지급받은 문서 편집용 저용량 노트북이 있어 업무용 노트북을 퇴근 후 집에도 들고 가서 파일을 만들었습니다.
군부대 주임원사에게 보이스피싱 교육을 해 드리겠다고 연락하니 군부대는 바로 1주일 뒤에 교육을 잡았다고 알려 왔습니다.
완성도는 둘째치고 당장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해 본 적이 없는데 시간이 다가올수록 범인 체포하러 가는 것보다 더 긴장돼서 집에서 노트북 화면 띄워놓고 슬라이드 화면을 넘기면서 읽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집사람이 보면 안 될 것 같아서 방에서 혼자 중얼거리고 있으니 뒤에서 몰래 문을 열고 집 사람이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뭐 하는데?”
“내일모레 강의 있다.어서 문 닫아라!”
남들 앞에서 말도 못 하는 게 무슨 강의를 한다는 건지 우습다는 듯이 문을 닫고 나갔습니다.
그렇게 남들 앞에 처음으로 보이스피싱과 사이버범죄 예방교육을 했습니다.
내용 전달이 잘 됐는지 실수는 하지 않았는지 걱정보다 그때 처음 사람들 앞에 서서 강의라는 걸 하다 보니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또 해야 할 것 같은데 갑자기 사람들 앞에서 서는 게 두려워졌습니다.
그런 사정도 모르고 수사과장은 그날 다녀온 교육 사진을 달라고 하셔서 수사지원팀에서 연천경찰서는 범죄자도 잡고 예방교육도 한다고 자랑해 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