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직거래 사기 범죄로 뛰어든 피의자
대전에서 경기도 연천 사무실까지 넉넉잡아 2시간 30분에서 3시간 정도 걸릴 것 같고, 사무실에 도착하자 말자 고생한 형과 동생 그리고 피의자 4명이서 중국요리시켜먹고 나면 본격적인 조사는 저녁이 되어서야 시작될 것 같은 계산이 나왔습니다.
올라가는 길은 형이 운전하기로 하고 저는 피의자와 함께 승합차 맨뒤에 그리고 동생은 중간 좌석에 앉아서 연천을 향해 달렸습니다.
오만가지 생각을 하면서 심적 갈등을 일으키고 있을 피의자에게 항상 제일 먼저 하는 것은 ‘내려놓기’를 강조합니다.
앞으로 수많은 조사와 검찰과 법정 앞에 서야 하는 경험은 살면서 다시는 와서는 안될 시간이기 때문에 처음 담당자하고의 시작을 있는 그대로 시작해 마음의 무거운 돌을 내려놓으라고 합니다.
만약에라도 처벌을 피하기 위해 숨기거나 거짓으로 진술하게 되면 정상적인 사람은 검찰과 법원 앞에서 똑같이 거짓으로 진술할 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결국 수십 배의 고통으로 되어서 돌아온다는 것을 몇 번이고 강조합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저의 몸과 마음이 바빠지기 시작합니다.
분명히 추가 피해자들이 많을 것 같으니깐 일단 먼저 접수된 피해자들 대상으로 범죄사실을 확인하고 구속영장이 나오면 며칠 동안 유치장에 넣어놓고 그동안 ‘더치트’에 공지사항을 올려서 피해자를 확보하자.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에 보고할 보고서는 구속영장이 발부된 후 작성해야 사건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혹시 과장이 먼저 달라고 할 수 있으니 미리 만들어 놓자.
오늘 체포했고 내일까지 구속영장 서류 작성해서 늦어도 저녁에 검찰에 접수하면 그다음 날 의정부 지방법원에서 영장 실질 심사가 잡힐 건데 그날 이사가 잡혀 있는데 어떡하지?
피해자 대부분이 미성년자인데 나중에 사건 처리 결과를 집에 우편물로 보내면 부모님들이 걱정 와서 한꺼번에 전화 올 건데 어떡하지?
혹시 검찰에서 구속영장 기각시키면 피의자는 풀려나서 다시 검거하기 어려울 건데 설마 구속영장 기각시키지는 않겠지?
피의자가 법정에서 울면서 반성하는 척 연기해서 구속영장 기각되면 수사과장한테 완전히 깨질 건데 설마 기각하지는 않겠지?
비록 머릿속은 바쁘지만 피의자와의 교감은 사무실에서 도착해 본격적으로 조사가 이루어지기까지 유지해야 합니다. 압송되는 차 안에서는 체포된 피의자가 우월적인 위치에 있지만 밖으로는 절대 그런 표시를 드러내면 안 됩니다. 갑자기 차 안에서 이상 행동을 한다든지 아니면 자신도 모르는 인격을 끄집어내 순간적으로 변해버려 사고라도 나게 되면 그 모든 책임은 사건 담당자인 제가 다 뒤집어써야 합니다.
그래서 초반에 모든 것을 쏟아 내면서 자백하도록 마음을 열어야 합니다.
“통장 거래 내역을 보니깐 피해자들이 돈을 입금하면 바로바로 무슨 회사 같은데 돈을 입금하던데 무슨 회사야?”
30명이 넘는 피해자들에게 편집한 콘서트 티켓 양도 사진을 보내주고 피해자들이 돈을 입금하면 곧바로 같은 회사명의 계좌로 바로바로 돈이 입금되었습니다.
“게임하는데 돈을 사용했습니다.”
“무슨 온라인 게임인데?”
“게임 아이템 사는데 썼습니다.”
거짓말하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나한테 조사받고 나서 검사실에도 조사를 받아야 되고 법원에서 판사 앞에서도 나한테 말한 것처럼 똑같이 말할 수 있겠어? 너는 그 고통을 절대 못 버텨낸다.”
1차는 사건 담당자인 제가 조사하지만 구속영장이 청구되고 나면 법원 영장 실질심사 법정에서 판사가 피의자를 대상으로 반드시 물어보는 질문 중의 하나가 바로 “피해자들로부터 가로챈 돈을 어디다 사용하였는가요?”입니다. 실질심사 후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나면 피의자는 제 손을 떠나 검찰로 넘겨지는데 이때 검사실에서 추가 조사를 할 때 역시 물어보는 질문이 돈의 사용처입니다.
처음에는 저하고 교감이 되면서 거짓말을 하더라도 버텨 낼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제가 확보한 거래 내역으로 보강 수사를 해 거짓이라는 수사보고서를 작성하면 검찰과 법원에서 그 점을 집중 추궁하게 되고 모두 다 무너지게 되어 있습니다.
“너 지금 마음에 돌 덩어리 가지고 있거든 다 내려놔야 앞으로 닥쳐올 고난을 넘길 수 있어, 돈 어디다 썼어?”
자백의 순간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물을 찾고 담배를 찾기 시작하는데 차 안이라 담배는 피울 수 없었고 물을 마시도록 했습니다.
“인터넷 도박하는데 썼습니다!”
“도박은 언제부터 시작했는데?”
“군 제대하고 나서 2년 동안 한 것 같습니다.”
“그러면 그전에 나한테 조사받은 것도 다 도박 때문에 그런 거야?”
“네 도박하는데 돈이 필요해서 그랬습니다.”
“토토야?”
“네”
"그러면 사이트 주소하고 다 알고 있겠네?”
대답을 확실히 하지 않았지만 컴퓨터에 방문 기록을 확인하면 금방 나오기 때문에 사이트 주소 확인하는 건 금방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피의자가 입금한 회사 명의 통장의 실질적인 운영자를 찾는 건데 그 당시에는 깊이 수사를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도박사이트 수사는 최소 팀 단위로 붙어서 수개월간 수사를 해야 하는 대규모 작업이어서 혼자 버티고 있는 저로서는 엄두도 못 낼 규모의 사건이었습니다.
피해자들에게 아이돌 콘서트 티켓을 양도하는 것처럼 사진을 편집해서 거짓으로 돈을 입금받았고 사진을 편집한 증거들이 컴퓨터에서 발견되었기 때문에 범죄사실 입증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습니다. 더욱이 직거래 사기 사건으로 처벌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범죄를 저질렀다는 말은 더욱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마지막으로 피해자들의 돈을 불법 사설 토토 사이트에 배당하는데 써 버렸으니 그냥 구속될 이유가 열 가지가 넘었습니다.
사무실에 도착하면서 이제 모든 주도권은 저에게 넘어왔습니다.
모든 자백을 이미 차 안에서 다 끌어냈기 때문에 무난한 서류 작업과 저를 괴롭히지 않을 전화들 그리고 갑자기 이쁨 받기 위해 지휘관에게 보고하게 체포 보고서 만들어 달라는 수사과장의 난리만 없으면 거침없이 서류 작업이 이루어질 것 같았습니다.
사무실에 오자말자 중국요리를 시켜서 아주 맛나게 먹고 곧바로 피의자 신문조서 작성에 들어갔습니다.
너무 고생해준 사랑하는 형과 동생에게는 사건 마치고 술 한잔 하자는 약속과 함께 집에 가도록 했고 경찰서에 남아 있는 야간 당직팀 형사들의 도움을 받아서 서류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이미 차 안에서 대화를 하면서 범죄사실과 관련된 진술은 모두 나왔기 때문에 피의자 신문조서는 금방 마쳤습니다. 조사를 마치고 늦은 저녁이 되어 유치장에 입감해야 했는데 당시 연천에는 유치장이 없어 왕복 1시간 넘게 걸리는 포천경찰서 유치장에 입감하고 돌아왔습니다.
1차 조사를 마치고 나니 새벽 1시가 가까웠고 4-5시간 잠만 자고 나오면 무난히 일과시간 안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집에 가서 잠시 잠만 자고 바로 출근해 추가 조사를 위해 포천경찰서 유치장에서 피의자를 사무실로 데리고 온 뒤 추가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제가 입증해 놓은 모든 범죄사실에 대해서 아무런 이견도 없이 전부다 인정했습니다.
“아무리 도박이 좋다고 그래도 피해자들 돈을 이런데 쓰면 합의도 어렵겠네?”
“사실 제가 생각해도 도박 중독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러면 밖에 나가지도 않고 깨어있는 시간은 계속 도박만 한 거야?”
“예 돈을 베팅해서 받은 배당금으로 피해자들 돈을 돌려 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안돼서 계속 그만두려고 인터넷에 도박중독 상담을 알아봤는데 직접 가서 상담은 안 받았습니다."
그 당시 도박관리센터 존재만 알았더라도 부모님과 상담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안내했겠지만 그럴만한 여유가 전혀 없었습니다. 아니면 CPGI테스트를 해서 곧바로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수 있었지만 구속영장 청구에 집중되어 있다 보니 저의 시야에는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2년 전 친구의 권유로 도박을 시작했고 분명 도박의 배당금에 재미를 봤을 것입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도박사이트 운영자는 고객 관리를 잘하기 때문에 다른 사이트를 권유하고 그러면서 도박을 게임에 투자하는 시간의 배이상 늘어나면서 본인의 제어 능력을 넘어서게 됩니다.
이 단계에서 피의자는 도박 사이트 베팅 자금 마련을 위해 부모님 돈에 손을 대고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쓰거나 사채에 손을 대야 하는데 부모님에게는 이런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이 과정을 뛰어넘고 곧바로 중고거래 사이트에 사기로 돈을 충당하는 방법을 택한 것입니다.
2018년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 수사대로 근무지를 옮겨 6개월간 도박사이트 운영자 집중 단속 기간에 국내에 운영 중인 도박 사이트 운영자들 20여 명을 검거하여 구속한 적이 있습니다.
나중에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을 집중 검거하면서 자연스럽게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을 지칭하는 ‘토사장’과 도박 중독자들을 지칭하는 ‘토쟁이’ 세계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피의자 전00은 도박에 심각하게 중독된 ‘토쟁이’였습니다.
그 징후가 바로 도박을 못하면 불안해지고 피해자들 돈을 도박에 베팅해 배당금을 받으면 돌려줄 수 있기 때문에 잠시 빌린다는 용도로 착각에 빠져 있으면서 집안은 온통 쓰레기 천지로 되어 있는 상황이 도박 중독자를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추가 조사까지 마치고 출근한 형사팀 직원들에게 포천경찰서까지 다시 입감해 달라고 부탁하고 저는 구속영장 청구를 위한 서류 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출근하신 과장은 마음이 급해 검거 보고서가 필요한 모양이었습니다. 검거보고서야 눈 감고도 만들어 내는 서류이기 때문에 일단 만들어 건네주고 서류 작업에 몰입했습니다.
이럴 때는 저에게 주어진 일과시간이 왜 이렇게 짧은지 모르겠습니다. 일과시간이 오후 6시까지라고 하더라도 검사가 서류를 검토할 시간을 주어야 하기 때문에 늦어도 오후 4시 30분 안으로는 검찰에 서류를 가져다 주어야 합니다.
중요한건 경기도 연천에서 의정부 지방검찰청까지 가야 하는데 가는 시간만 45분가량 걸리기 때문에 늦어도 여기서 3시 50분에는 다 완성된 서류를 들고 검찰로 차를 내리 밟고 검찰청 민원실에 접수한뒤 중간에 검찰 직원 시키면 늦기 때문에 제가 바로 서류 들고 검사실로 튀어 올라가 접수시켜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서류를 들고 가더라도 고생했다며 반갑게 맞아주는 검사도 많았고 심지어는 직접 서류 검토해 주면서 오타난 부분 있으면 직접 수정해 주고 그 자리에서 바로 오탈자를 수정했습니다. 그래서 항상 검사실에 서류 접수할 때면 담당자 도장도 잊지 않고 가지고 다녔고 그때만이라도 검사와 얘기할 기회가 생겼는데 이제는 검경이라는 두꺼운 벽이 생겨버렸습니다.
구속영장 청구 후 사무실에 복귀해 먼저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 면회는 포천경찰서에서 하면 되고 사건 담당자인 저를 만나고 싶으면 연천경찰서로 오도록 알려 드렸습니다. 그리고 ‘더치트’ 사이트에 아이돌 콘서트 티켓 사기 추가 피해자를 찾는다며 범행에 사용된 계좌와 관련 정보를 공지사항으로 등록해 놓았습니다.
검찰에 영장 접수하고 나서 적어도 3시간 안에 담당 검사로부터 전화가 오면 2가지를 예견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서류는 잘했는데 보강자료가 필요하다는 것.
이런 상황은 대부분 나중에 최종 서류 완성할 때 보내려고 준비해 놓은 증거 찾는 경우이기 때문에 금방 자료 만들어서 검찰로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영장 기각한다는 전화입니다.
이렇게 되면 완전 사건 담당자는 정신이 혼미해지면서 추가 수사에 대한 의욕이 급격히 떨어지고 수사과장한테 욕은 바가지로 먹게 됩니다.
하지만 전혀 전화가 없는 걸 보니 검사가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할 것 같았습니다.
저녁 무렵 의정부 지방법원 당직실에 전화를 걸어,
“연천경찰서 사이버팀 박중현입니다. 오늘 구속영장 청구한 전 00 피의자 영장 청구되었는가요?”
“아 예 내일 오전 9시 30까지 8호 법정으로 오시고 그전에 먼저 국선 변호인 면담 진행하겠습니다!”
그리고 통화가 끝나자 바로 경찰서 사무실로 피의자 영장 실질심사가 잡혔다는 팩스가 법원으로부터 내려왔습니다.
이제 내일이면 피의자에게 구속이라는 지울 수 없는 전과가 생길지 결정되는 날입니다.
수많은 피해자들의 돈을 도박 때문에 써버린 것은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이지만 혹시 내가 이런 젊은 친구의 인생을 발목 잡는 건 아닌가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그냥 불구속으로 하더라도 피해자들도 돈만 돌려받으면 구속되든 불구속되든 별 관심도 없을 건데 굳이 구속을 해야 되나라는 의문도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처벌받은 전력, 피해자들은 청소년, 도박자금 마련, 자신도 인정하는 도박 중독자 이 단어들은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이사를 해야 되는데 집사람에게 정말 미안했습니다. 큰 것만 옮겨놓고 나머지는 와서 한다고 말하고 잠만 자고 바로 사무실로 출근했습니다.
오전 9시 30분 포승줄에 묶은 피의자를 데리고 의정부 지방법원 8호 법정에 들어와 형사와 피의자들 대기석에 앉아서 순서를 기다렸습니다.
국선 변호인 면담을 마친 피의자는 모든 걸 받아들이는 자세로 표정이 덤덤해 보였습니다.
“순서 돼서 들어가면 판사가 몇 가지 물어볼 건데 사실대로 말하면 돼 알겠제?”
“네 알겠습니다.”
그날 영장 실질 심사하러 들어온 각지의 경찰서 형사팀, 강력팀, 교통사고 조사계 직원분들이 2인 1조로 피의자를 양 옆에서 포승줄에 묶어서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저희 팀 순서가 다가왔고 저와 함께 지원 나온 형사팀 직원과 피의자가 함께 8호 법정에 들어가니 계속 피의자 신문을 하고 있던 판사가 서류를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피의자는 그날의 경험이 생전 처음 태어나서 겪는 상황일 겁니다.
이때부터는 담당 형사의 발언권은 전혀 없고 판사의 질문과 피의자의 답변으로만 진행되고 피의자는 울먹이면서 담당자에게 진술했던 범죄사실 그대로 번복 없이 다 쏟아냈습니다.
영장 실질심사 마치고 다시 차에 올라 포천경찰서 유치장에 입감 시키고 저는 사무실로 돌아와 판사가 영장을 발부할지를 기다렸습니다.
오후 4시가 되었을 무렵이 되면 결과가 나온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의정부 지방법원 영장계에 전화를 걸어,
“연천경찰서 사이버팀 박중현입니다. 오늘 실질 심사한 전00 구속영장 발부되었나요?”
“아 예 발부되었습니다. 영장 하고 기록은 검찰 당직실에 둘 테니깐 찾아가세요!”
제일 먼저 수사과장에게 보고를 하고 이어서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구속 사실을 알리고 사무실로 오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추가 피해자들을 확보해야 하는 중요한 일이 남았습니다.
수사과장은 구속 영장이 발부되면서 나름 큰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제는 언론보도를 해야 된다고 빨리 준비하라고 합니다.
그나저나 당장 내일부터 피해자들 전화 무지하게 올 것 같은데 하루 종일 전화만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