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에 심각하게 중독되어 있었습니다.
검거 당일 사건의 현장 지휘자이자 책임자의 임무는 경찰서 출발부터 체포 장소에 도착해 검거 후 압송하기까지 조그만 사건이나 혹여나 발생한 사고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수사부서에 근무하면서 범죄자 체포와 검거는 많이 해 봤지만 그래도 온전히 혼자서 팀장과 팀원 그리고 서무의 역할을 다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심적 부담감은 정말 상당합니다.
특히 자발적으로 체포 현장에 함께 따라가는 형과 동생의 안전까지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무리한 검거는 하지 말고 안전하게 체포해서 압송하기로 서로 합을 맞추고 테이저건, 삼단봉, 수갑, 체포영장, 압수수색 검증영장, 포승줄을 준비해 평일보다 일찍 사무실로 출근해서 과장님께 보고를 마치고 대전으로 출발했습니다.
사건 브리핑은 사건 담당자인 제가 내려가는 차 안에서 진행하고 형과 동생은 오래간만에 모인 자리라 그동안 사무실에서 못다 한 얘기들을 풀어냅니다.
수사부서에서 근무하는 형사들의 험담은,
영장 청구했는데 기각한 검사들의 성향.
오늘은 사건 몇 개 접수했는데 누적된 사건 건수가 몇 개인지 서로 비교하기.
야간 당직 서면서 발생한 사건 얘기.
저는 차를 운전하면서 대화 중간에 틈틈이 형과 동생에게 우리가 지목하고 있는 장소에 체포해야 할 피의자가 그대로 있는지 확인하도록 부탁합니다.
피의자 체포를 위해서는 최소 1달 전부터 실시간 이동 반경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기초 수사를 마무리 해 두어야 합니다.
목적지가 다가올수록 피의자는 이동하지 않았지만 점점 저의 마음은 무거워졌고 머릿속은 생각이 많아지면서 말수가 줄어들고 형과 동생의 대화만 들으면서 내려갔습니다.
목적지는 대학교와 인접해서 그런지 빌라들이 많은 곳이었습니다.
주변이 번화가라 체포를 하고 내려올 경우 3명의 형사에 둘러싸인 피의자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체포와 동시에 승합차에 탈 수 있도록 출입구 인근에 세워두었습니다. 그런데 아침 일찍 출발하다 보니 모두들 밥을 먹지 못한 상황이라 배가 고프기 시작했습니다. 곧바로 올라가 체포를 하면 압송하는 도중에 밥을 먹기 위해 휴게소에 들러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위험 변수가 많아져 휴게소에 들르지 않고 올라가기로 다시 한번 사인을 맞췄습니다.
하루 종일 밥을 못 먹을 걸 생각하니 모두들 배가 많이 고팠고 마침 목적지가 상가 복합 건물이어서 1층 바로 정면에 음식점 간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일단 밥 먹고 올라가요!’
지금 먹는 밥으로 하루 종일 버텨야 할 상황일 것 같아서 2그릇 이상씩 먹고 체포 장소로 올라갔습니다.
동생은 삼단봉을 들고 저는 검거 현장에 항상 들고 다니는 액션캠에 전원을 켜고 형님은 동생 옆에서 돌발 상황에 대비해 문을 열면 동시에 진입하기로 신호를 주고받았습니다.
점심을 먹고 곧바로 피의자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처리한 사건 때문에 그런다고 집에 함께 있는지 확인해 보았지만 없는 걸 확인하고 더 이상 지체할 여유 없이 검거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앞장선 동생이 한 손에는 삼단봉을 들고 문을 두드렸습니다.
“택배 왔습니다!”
노크 소리는 분명히 들렸는데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전날 친구들이랑 술 먹고 휴대전화를 두고 갔나?”
“집에 있는데 부모님이 거짓말을 한 건가?”
“오늘 체포하지 못하면 다른 곳으로 도망갈 것 같은데 그냥 강제로 문을 따고 들어갈까?”
순간 고속도로 차 안에서 예상했던 시나리오가 머릿속을 채우면서 4명이 아닌 3명만 다시 올라가는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한 번 더 문을 두드려보라는 신호를 주자 동생이 다시 노크를 하였습니다.
“택배 왔습니다!”
원래 택배는 문을 두드리지 않고 문 앞에 놔두고 가지만 저희는 그냥 문 열어 달라는 신호를 택배 왔습니다라고 자주 사용합니다.
그리고 3층 건물이었기 때문에 만약 눈치를 채고 창 밖으로 뛰어내리더라도 번화가 골목이어서 쉽게 발각이 되기 때문에 곧바로 내려가서 체포할 수 있었습니다.
“누구세요?”
출입문 안에서 잠에 덜 깬 목소리가 들렸는데 분명히 피의자였습니다. 직접 조사도 했었고 전화로도 몇 번 통화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수갑을 채워야 할 피의자가 분명했습니다.
더 이상 택배 배달 왔다고 말하기보다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습니다.
“전 00 문 좀 열어 보세요!”
출입문 옆에서 조금 떨어져 있던 저는 안 쪽에서 출입문이 열리는 모습을 목격하고 곧바로 달려가 문 손잡이를 잡았습니다. 그리고는 3명이서 동시에 문을 열고 안쪽으로 들어가 분위기를 제압해야 합니다.
“전 00 맞아?”
분명 목소리는 맞는 것 같은데 처음 조사했을 때 이미지와는 다르게 얼굴이 심하게 부어 있는 것 같았고 몸에서 냄새도 많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네 저 맞아요!”
제가 들고 있던 피의자의 사진과 처음 조사했을 때의 이미지가 다른 것 같아서 목소리를 높여서 다시 물었습니다.
“전 00 맞냐고?”
이때 뒤에서 따라오던 형이 사진 속 인물이 맞다고 말해줘서 안심을 했고 순간 저도 긴장해서 사진 속 얼굴을 그리면서 다른 사람을 상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출입문을 닫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 갈려니 이상하게 방 안에서 심한 냄새가 올라오고 있었습니다.
“일단 문 열고 방으로 들어가자!”
체포와 동시에 저에게는 아주 중요한 서류 작업과의 전쟁이 남았습니다. 오늘부터 집에는 늦게 들어갈 것 같고 빨리 연천으로 올라가서 조사하고 서류 작성해야 하기 때문에 이제는 마음이 더 급하기 시작했습니다.
“저 아직….”
피의자가 현관문을 열기를 주저해서 곧바로 제가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이게 뭐야?”
“너.. 너 왜 이러냐?”
방하나에 베란다 그리고 화장실 하나 있는 단출한 구조였는데 화장실 빼고 방안이 온통 쓰레기 천지였습니다.
순간 저도 당황해 신발을 벗고 들어 갈려다 다시 신발을 신고 방으로 들어갔고 뒤에 따라오던 형과 동생에게도 신발을 신고 들어오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장면은 제가 머리에 차고 있던 액션캠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피의자는 저를 보면서 고개만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00야, 내가 왜 왔는지 알고 있지?”
“예..”
제일 먼저 전 00 이름으로 발부된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그리고 곧바로 이어서 압수수색 검증영장도 집행하였습니다.
범죄에 사용된 컴퓨터를 확인하기 위해 책상에 앉아 전날 새벽까지 사용한 채 그대로 켜져 있는 모니터를 들여다보니 유튜브 게임방송이 멈춰져 있었고 한쪽에는 카카오톡 PC버전이 깔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카카오톡 안에는 동시에 100여 명에 가까운 사람들과 동시에 대화를 하고 있었고 대화 내용의 대부분이 돈을 송금했는데 콘서트 티켓을 보내 달라는 내용과 이미 사기임을 짐작한 피해자분들이 경찰서에 신고하기 전에 돈을 돌려 달라는 대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컴퓨터 화면 하단 고정 화면 메뉴에 기본적으로 설치되어 있는 사진 편집기로 마치 자기가 콘서트 티켓을 양도받은 것처럼 인증숏을 올리기 위한 사진 편집도 하고 있었습니다.
“피해자가 도대체 몇 명이지?”
혼잣말로 컴퓨터를 압수하기 위해 컴퓨터 전원을 끄고 베란다 문을 열어 보니 언제부터 쌓여 있는지 모를 쓰레기들이 꽉 차 있었습니다.
얼마나 냄새가 심하게 났는지 구역질을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피의자는 여기서 몇 달 동안 외출하지 않고 오로지 집안에서 배달음식과 편의점 음식으로 때우면서 콘서트 티켓 양도를 빌미로 청소년들로부터 돈을 가로채고 있었습니다.
“네가 사용하고 있는 통장 총 몇 개야?
피해자들이 입금한 돈이 남아 있는지 여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피의자가 저에게 제출한 2개의 통장과 입출금 서류를 보면서 물었습니다.
“피해자들이 너에게 입금한 돈이 내가 알기로는 수백만 원인데 잔액 얼마 남아 있어?”
“다 썼어요!”
“잔액이 얼마나 되는데?”
피의자는 고개만 숙인 채 말이 없어 통장 거래내역을 보니 잔액이 만원도 되지 않았습니다.
“다 네가 저지른 범죄 인정하는 거지?”
“네”
앞으로 제가 혼자 처리해야 할 서류 작업이 쌓여 있기에 여기서 소비할 시간이 없어 수갑을 채운 피의자에게 외투를 입도록 하고 곧바로 올라갈 준비를 하였습니다.
출입문을 열고는 1층까지 내려가서 다른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신속하게 내려갈 준비를 하고 출입문을 닫고 나오는 순간 이제 이방은 당분간 사용자가 없을 것 같은데 청소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피의자를 체포하게 되면 가족에게 알려야 하기 때문에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먼저 알려 줘야 할 것 같았습니다.
“어머님 좀 전에 전화드린 연천경찰서 사이버팀 박중현 형사입니다.”
부모님은 아들일 때문에 경찰서에 전화 오는걸 두려워하는걸 잘 알고 있지만 체포에 이어서 구속 영장을 청구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알려 드려야 했습니다.
“사기사건 때문에 체포를 했는데 혼자 살고 있는 집에 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마음 같아선 사진을 찍어서 문자로 보내 드리고 싶었지만 전혀 상황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안 그래도 반찬 가져다 줄려고 집에 가 보려고 했는데 계속 오지 말라고 해서 못 갔었습니다!”
어머니도 뭔가 큰일이 있는 것 같다는 짐작을 하셨는지 떨리는 목소리로 어떻게 되는지 계속 물어보셨습니다.
시간이 촉박해 전화상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연천경찰서로 압송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거라고 알려 드리고 연천 경찰서 사무실에 꼭 방문해 달라고 당부드렸습니다.
그리고 전화가 끝나면 분명히 바로 아들이 살고 있는 집에 올 것 같아서 혼자서는 못 치우니깐 반드시 청소 업체 불러야 된다는 주의 사항도 알려 드렸습니다.
어느 정도 여기에서의 상황은 마무리된 것 같아 피의자 좌측과 우측 그리고 뒤에서 둘러싼 채 신속히 계단을 걸어 내려와 승합차에 탑승했습니다.
승합차에 올라타는 순간 피의자 전 00이 저에게 한마디 했는데 아직도 그 말은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옥에서 꺼내 줘서 고맙습니다!"
지금부터 최대한 빨리 올라간다고 해도 고속도로에서 몇 시간을 보내야 되고 ‘더치트’ 사이트에 올려서 추가 피해자를 찾아야 되고 피해자 대부분이 학생들이어서 부모님에게 혼날까 봐 신고를 못한 추가 피해자가 많을 건데 체포했다고 하면 전화가 엄청나게 올 것 같은 두려운 상상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벌써부터 사무실에 혼자 전화받으면서 서류 작성하고 그리고 계속해서 사무실로 찾아와 궁금한 거 물어보실 수사과장님의 모습이 그려지기 시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