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에 접목시키고 싶은 교육을 찾아다니다.

업무와 공부로 설계된 일상과 인터넷 직거래 사기 사건

by 박중현

사이버범죄 수사팀에 근무하면서 늘 컴퓨터 개론, 통신에 대한 기본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이 저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 위치한 경찰 수사연수원에서 2주간의 과정으로 통신, 금융추적 수사 전문과정 모집 공문을 보고 곧바로 지원하였습니다. 2주간 자리를 비우게 되면 연천의 사이버범죄 담당자도 함께 부재중인 상황이 되지만 호흡이 잘 맞는 바로 옆 사무실 경제팀 직원들이 사건 접수와 간단한 처리는 대신해 주었습니다.

당연히 옆 사무실 직원들의 배려가 없으면 교육은 아예 생각할 수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어 항상 2주 이상의 교육을 다녀오면 집 사람이 직접 만들어준 호두파이를 하나씩 선물해 주었습니다.

경찰 수사연수원은 그 뒤로 천안 아산으로 이전하였지만 이전하기 전 서울 동대문구 휘경동에서 2013.4.15부터 4.26까지 2주의 시간은 부족한 지식을 채워주는 동시에 한참 더 많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뼈저리게 느꼈던 기간이었습니다.

컴퓨터 네트워크, 무선랜 환경, 인터넷 뱅킹 시스템의 이해, 신용카드 추적 수사 기법, 포털 및 개인정보보호 등 그동안 막연히 알고만 있었던 개념은 정리되었지만 2주만으로 제가 필요한 지식을 다 채울 수는 없었고 무선랜과 네트워크에 대해 더 공부하고 싶어서 서울 종로에 주말과정으로 직장인 대상 c언어 학원을 등록했습니다. 사실 c언어 과정은 무선랜과 네트워크를 이해하는데 별다른 관련성은 없었지만 컴퓨터 언어를 배워야 한다는 마음이 컸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2년 뒤 2015년 아산으로 이전한 경찰 수사연수원에서 4주간 사이버범죄 추적 수사과정 때 더욱 깊이 있게 네트워크와 무선랜 그리고 컴퓨터 기본 지식을 배웠습니다.


대학교 시절 이렇게 공부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후회를 주말에 종로 학원에서 한참 나이가 어린 고등학생 친구들과 같이 프로그래밍 공부를 할 때 많이 했었습니다.

건설공학 전공의 대학교 2학년 시절 전공과목 중 실습과목으로 ‘AUTO CAD’ 과정이 있었는데 정말 견디기 힘들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컴퓨터로 구조물을 그리는 컴퓨터 제도가 어려웠다기보다는 당시 선택한 전공이 수능 성적에 맞춰서 진학하다 보니 그냥 열심히 공부해서 무사히 졸업해 회사나 다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고 2학년 마치고 군 전역 후 3학년이 되어서는 더욱 이런 생각이 간절해져 그냥 열심히 공부만 했습니다.

졸업학년 시점에도 전공에 적성을 맞추다 보니 모든 과목에 애정이 가지 않았고 특히 컴퓨터로 실습하는 과정은 더욱 어렵게 다가와 그때부터 컴퓨터 공부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떨어졌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두 번째 직장 생활 중 기피 부서인 사이버범죄 수사팀에 자원하고 스스로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발견하게 되면서 경찰 수사연수원에서의 교육, 주말 직장인 과정 컴퓨터 프로그래밍 교육으로는 제가 채우고 싶었던 기본 중의 기본이 채워지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배우고 싶은 학원수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업무 마치고 구로디지털단지에 있던 컴퓨터 보안업체 종사자들의 퇴근 후 수업 과정에도 참석했고 서울 강남에 위치하고 있는 코딩 학원에도 등록해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 당시 들어간 수업료도 상당하긴 했지만 경기도 연천에서 구로 디지털 단지와 강남까지 수업을 듣고 집에 오면 거의 11시가 넘는 경우도 많았고 심지어 주말 보충 과정까지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충실했던 당시 열정을 생각하면 지금은 그렇게 못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해서 교육을 통해 배운 이론을 실제 사건에 접목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컴퓨터에 대한 기본 지식이 완전히 바닥인 상황에서 사이버범죄 수사와 굳이 하나의 연결점을 찾는다면 온라인 게임도 아닌 비디오 게임을 좋아했던 공통점으로 다른 동료들에게 사이버범죄 수사팀에 근무한다고 말하기에는 너무 부족해 보였고 특히 경찰 수사연수원에서 교육을 받을 당시 교수진들이 쏟아내는 그 수많은 컴퓨터 용어들은 태어나서 처음 듣는 용어들이 태반이었습니다. 그래서 2013년 교육 당시 교재로 지급받았던 ‘2013 통신 금융추적 수사’ 교재를 외울 때까지 출퇴근 경전철 안에서 수도 없이 들여다보고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당시 주변에 도움을 받을 지인이 없어서 모르는 분야와 관련된 책을 중고로 구매해서 공부하기를 꽤 오랫동안 했습니다.

2020년 현재까지도 한번씩 들여다 보는 2013 통신 금융 추적수사 교제

일과 시간에는 접수되는 사이버범죄 사건을 처리하고 주말에는 부족한 컴퓨터 지식을 채우는 시간으로 일상을 설계하다 보니 출근이 아주 가벼웠습니다. 오랫동안 한 경찰서에 근무하다 보니 근무지가 집처럼 편한 것일 수도 있지만 매일매일 새롭게 공부하면서 업무에 접목해야 할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동기가 출근길을 가볍게 했던 것 같습니다.




가끔 직거래 사기 사건이 동시에 접수되는 날이 있습니다.

직거래 사기를 당한 많은 피해자들이 경찰서를 동시에 방문해서가 아니라 전국의 경찰서 사이버범죄 수사팀에서 접수된 각각의 직거래 사기 사건이 피해자들이 입금한 계좌 개설지로 동시에 사건이 등기 우편으로 배달되기 시작하면 불길한 예감에 사로 잡힐 때가 있습니다.

피해자가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대금을 입금 후 사기를 당하게 되면 경찰서에 신고를 하게 되고, 신고를 접수한 경찰서에서는 제일 먼저 피해자가 입금한 계좌 개설 지를 확인합니다. 만약 피해자가 입금한 계좌가 경기도 연천에서 개설한 것이 확인되면 접수 당일 아니면 다음날 바로 등기 우편으로 연천으로 이송하는 시스템인데 중복 수사 방지와 효율적인 범죄자 체포를 위해 시행되고 있는 ‘집중 수사’라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경찰서에서 연속으로 매일 2-3건의 사건이 등기 우편으로 저에게 접수되기 시작하면 며칠간은 긴장해야 합니다. 길게는 2주일 동안 매일 2-3건의 직거래 사건이 이송되기 시작하면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량의 사건이 접수되고 나서 피해자가 최소 30-40명이 넘게 되면 소액이라는 이유로 신고를 포기한 분들까지 감안하면 실제 피해자는 2배가 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면 전국의 피해자분들이 사건 진행 상황이 궁금해 한 번씩 전화해도 30-40통의 전화를 받는 상황이 되고 그만큼 혼자서 사건을 처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건 처리가 늦어지기 때문에 신고자분들의 전화 문의는 큰 부담 중의 하나입니다.


2014년 4월경 연천과 전곡에 있는 중학교 여학생들이 ‘콘서트 티켓 양도 사기’를 당했다며 단체로 신고를 하러 왔었습니다. ‘으르렁’이라는 노래로 완전 대박을 쳤던 ‘EXO’가 콘서트를 개최하면서 티켓이 발매 직후 전부 매진되자 어떻게든 가고 싶은 여학생들의 마음을 이용해 트위터에 ‘EXO 콘서트 티켓 양도’라는 글을 올린 후 돈만 입금받고 콘서트 티켓을 보내지 않은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피해를 당한 여학생들이 보관하고 있던 트위터 대화 내용에 콘서트 티켓 사진을 확인해 보니 역시 조잡한 사진 합성을 인증샷으로 보내 피해자들을 안심시켜 돈을 입금받고 연락을 끊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피해자들이 입금한 계좌 명의자를 확인해 보니 굉장히 익숙한 명의자였습니다.

2달 전 직거래 사이트에서 전자제품을 판매한다고 글을 올려 몇 명의 피해자들로부터 대금을 가로채 피해자분들이 알려준 전화로 전화를 걸어보니 마침 전화를 받으면서 전자제품이 없었다고 쉽게 자백했던 피의자였습니다. 당시 대전에 살고 있었기 때문에 경기도 연천까지 올라올 수 없다고 해서 대전에 있는 경찰서 사이버범죄 수사팀에서 조사를 받을 수 있는 편의를 봐주었기 때문에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계좌 명의자 이름만으로 동일인물로 단정 할 수 없었고 피해 여학생들이 알려준 전화번호도 예전에 조사했던 피의자가 사용한 전화번호와 달랐기 때문에 이번에는 피해자들이 입금한 계좌 개설지로 사건을 보내지 않고 직접 처리하기로 하였습니다.

곧바로 계좌 명의자를 학 인하기 위해 압수수색 검증영장을 신청하고 은행에 집행하여 확인해 보니 역시 동일 인물이었고 자연스럽게 저의 최우선 순위 사건이 되었습니다.

다른 지역 경찰서에 접수된 사건을 보내 달라고 일일이 전화 통화를 시작하고 특히 대전에 있는 경찰서 사이버범죄 수사팀에게 접수된 사건을 모두 보내 달라고 하니 어느 정도 사건의 몸통이 완성되면서 사건 기록이 꽤 두꺼워졌습니다.

문제는 피의자는 과거 직거래 사기 사건으로 처벌받은 이력이 있기 때문에 본격적으로 ‘중신’ 즉 ‘중고 직거래 사기의 신’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과거와는 다른 범행 패턴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왜냐하면 과거에 비해 피해자가 몇 배로 늘어나면 본인도 이번에 잡히면 구속될 거라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범행 시작과 동시에 대포폰과 대포차 그리고 일정한 주거지 없이 생활할 것으로 예상돼 과거 확보한 정보들을 기준으로 머무르고 있는 장소를 추정해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조사 당시 확보한 정보로는 대학을 휴학 중이었고 특별한 아르바이트 경험이 없다고 했으며 경제적으로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고 그 당시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자금의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대포폰과 대포통장으로 범행을 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또래의 공범과 함께 범행을 해야 하나 통장은 피의자 명의 통장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단순히 휴대전화 번호만 바꾼 것은 단독 범행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여학생들이 제출한 트위터 증거 자료들을 보면 단순히 사진 합성을 이용하였기 때문에 본인이 직접 조작한 것이고 역시 단독 범행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마지막 문제가 바로 살고 있는 장소를 특정하는 과정인데 단독으로 본인 명의 통장에 전화번호만 바꾸어서 범행을 저지르기 위해서는 부모님이 살고 있는 집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서 살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사건의 몸톰이 완성된 후 3주 동안 통화내역을 분석하였습니다.

보통 팀원들이 있으면 역할 분담을 하면서 분업하면 길게는 1주일 짧게는 며칠 안에 통화내역을 분석할 수 있지만 혼자서 최우선 사건을 처리하면서 동시에 평일날 접수되는 다른 사건과 상담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 사건 처리 과정이 궁금한 피해자분들이 돌아가면서 전화를 하는 날에는 더 지체되고 간혹 피해자분들이 공동대응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서 수사 진행 상황을 서로 실시간 공유하기도 하는데 사건 담당자도 그 카페에 가입해 공지사항을 게시하기도 합니다.

이것도 사실 어느 정도 사건이 개인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피해자분들과 실시간 정보 공유가 가능하지 1인당 사건 건수가 월평균 수십 건이 되거나 범죄자 체포 직전부터 체포 후 구속영장을 청구하기까지의 시간은 일분일초가 아까운 상황이라 피해자들과의 소통도 불가능해집니다.


사실 이때만 하더라도 사이버 수사 기초과정을 수료했기 때문에 통화내역 분석외에도 피의자가 실제로 머무르고 있는 장소를 특정하기 위한 이론적인 접근 방법이 더 있었습니다. 하지만 구속이 두려운 ‘중신’들은 자주 주거지를 옮기고 수시로 사기 피해자 공동 대응 사이트인 ‘더치트’에 들어가서 피해자들이 얼마나 신고를 했는지를 파악하기 때문에 배운 이론을 접목하여 접근하는 방법으로는 검거 시기만 더 지체될 가능성이 높아 체포를 먼저 하기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통화내역 분석으로 머무르고 있는 장소는 특정되었지만 혹시나 검거 당일날 부모님의 집에 있을 가능성도 있어 체포 직전에 부모님에게 전화를 걸어 함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체포 전날 함께 내려갈 팀원들이 필요해 항상 저를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형사당직팀 형과 제 옆 사무실에서 늘 사이버범죄 수사방법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고 물어보던 주짓수를 취미로 하던 동생에게 부탁해 체포 당일 일찍 내려가기로 합을 미리 맞췄습니다.


그리고 2014.05.26 모든 사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사건 담당자인 저, 그리고 형사 당직팀 형과 제 옆 사무실 동생 3명이서 60여 명의 피해자분들께서 피의자에게 이름 지어준 ‘중고나라 사기의 신’ 타칭 ‘중신’을 검거하러 새벽에 대전으로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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