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 잡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보씨 Oct 19. 2020

왜 우리는 쓸데없는(?) 논쟁을 할까?

NBA 2020 시즌 이후 G.O.A.T 논쟁을 보며

코로나로 인해 중단되었던 NBA 2020시즌이 올랜도 버블이라는 획기적이고 참신한 방식으로 잔여 시즌 일부와 플레이오프, 챔피언 결정전까지 다사다난한 대장정을 끝마쳤다. 알론조 모닝과 팀 하더웨이가 주축이던 1990년대 후반부터 마이애미 히트를 응원하던 나로서는 팀 히트가 공격의 중심인 가드 고란 드라기치와 수비의 중심인 센터 뱀 아데바요의 부상 여파를 넘지 못해서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중단된 시즌이 재개될 때 어떤 전문가도 마이애미 히트가 동부 컨퍼런스를 제패하고 챔피언 결정전에 오를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았기에 팀 히트가 그들의 콧대를 납작하게 눌러버린 것만으로도 만족스럽고 나의 팀원들이 자랑스럽다.




사진 출처 : https://topclass.chosun.com/board/view.asp?catecode=J&tnu=201907100027


개인 블로그나 농구 관련 커뮤니티에 쓸 법한 이 글을 여기에 쓰는 이유는 이번 시즌 LA 레이커스를 우승팀으로 만들고 챔피언 결정전 MVP를 수상한 선수, 르브론 제임스와 관련한 국내외 팬들과 커뮤니티의 논쟁에 관해 말하고 싶어서다. 그간 NBA 팬들이나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The Greatest Of All Time 소위 G.O.A.T 즉, 역대 최고의 선수로 마이클 조던을 꼽는 데 이견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당장 은퇴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인 만 35세에도 최고의 기량으로 네 번째 챔피언 반지를 받으며 MVP에 선정된 르브론 제임스이기에, 그가 마이클 조던을 뛰어넘은 것이 아니냐는 그룹과 아직 그렇지 않다는 그룹 사이에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따지고 보면 프로 스포츠라는 것이 우리의 실제 세상과는 대체로 아무 상관이 없다. 내가 응원하는 선수가 좋은 성적을 내고, 내가 응원하는 팀이 우승한다고 그것이 나의 실제 삶에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럼에도 특정 선수를 응원하고 특정 팀을 지지하는 것은 그 선수와 팀에게서 감정적으로 조응하는 바가 있어서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이 잘할 때면 나도 따라 기뻐하고, 그들이 힘들어할 때면 나도 따라 고통스러운 것일 게다. 그렇다면 그 정도 선에서 그들을 응원하고 힘을 북돋아주면 되지 않을까. 세대가 다르고 활약한 시대가 달라서 직접적으로 겨뤄볼 수 없는 두 선수를 비교하며 누가 더 우월한지 답이 없는 논쟁을 벌이는 이유를 나는 모르겠다. 




혹자는 이렇게도 말할 수 있겠다, 그런 것이 바로 스포츠의 매력이 아니겠느냐고. 물론 그렇다.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 것이 바로 스포츠를 즐기는 재미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마치 가장 예쁜 혹은 잘생긴 연예인이 누군가를 따지는 것과 다를 게 하나도 없는 게 아닐까 싶다. 사람에 따라, 성향에 따라, 가치관에 따라, 어떤 기록이나 역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문제라는 말이다. 그저 "저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라거나 "아,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 정도에서 끝나야 할 문제로 내가 자주 가는 몇몇 커뮤니티는 불이 붙었다. 몇 명은 징계를 받았고 몇 명은 제발로 커뮤니티를 나가기도 했다. 이게 비단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본토인 미국에서도 한참 논쟁이 되고 있다고 하니 사람 사는 곳은 어디든 다 비슷하다는 말이 정말 맞는 말인가 보다.




이런 일을 볼 때마다 절실하게 느낀다, 다름을 다름으로 인정한다는 것이 너무도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우리는 누구나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설득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 특히나 이런 종류의 문제에서는 설득이 가능하지도 않고 또 반드시 다른 사람을 설득할 필요도 없다는 것을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은 이성적 동물인 동시에 감정적 동물이니 이성적 판단대로만 행동하지는 않는 게 당연한 일이다. 자신이 틀렸고 다른 이에게 졌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내 자존심이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쓸데없는 일임을 알면서도 논쟁에 뛰어들고 내 삶과 하등 관계 없는 문제로 치열하게 싸운다. 한 편으로는 그렇기 때문에 인간이 매력적인 건 아닐까 생각도 해 본다. 인간이 언제나 이성적 판단만 한다면 기계와 다를 게 없지 않을까. 나는 그저 세월에 감사할 따름이다. 20대였다면 치열하게 댓글로 일전을 벌였을 키보드 워리어였던 내가 이제 감정 소모만 남고 결론이 나지 않을 글에 굳이 댓글을 달지 않고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게 된 것은 나이가 나에게 준 선물일 테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아버지의 시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