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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보씨 Jun 09. 2020

세상은 변해도 사진은 남는다

감기와 바꾼 사진 한 장



약 10여 년 전, 한동안 쉬는 날도 없이 일을 하느라 정신 없이 지내다가 모처럼 하루 휴일을 맞았다. 집에서 그냥 쉴까 하다가 친한 후배와 카메라를 들고 나의 고향과도 다름없는 도시 목포로 떠났다. 모든 카메라와 렌즈, 삼각대까지 다 챙겨서 목포의 구도심과 유달산 일대를 돌며 사진을 찍었다. 그러다 문득 기왕에 나왔으니 장노출 사진을 꼭 찍어보고 싶었다. 장노출 하면 야경이 최고 아니던가. 야경으로 무엇을 담을지 생각해 보니 바닷가의 일몰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어렸을 때 해수욕을 하며 놀던 바닷가에 삼각대를 설치하고 찍은 사진이 바로 이 사진이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한참 힘들게 고생을 해서였던지 지독한 감기로 며칠 간 고생을 했다. 그래도 현상한 포지티브 필름을 처음 루뻬로 들여다보며 아름다운 색감과 만족스러운 결과물에 황홀했던 게 바로 어제 일처럼 기억이 난다. 지금도 가끔 이 사진을 보면 그 때의 열정이 떠올라 미소를 짓게 된다. 지금은 사진에 대한 열정이 많이 줄어서 휴대폰으로 가끔 셔터를 눌러주는 것으로 만족하는 정도이지만 당시에는 카메라 바디 두 대, 렌즈 네 개, 플래시에 각종 필름들 다 싸들고 다녔을 정도로 사진에 열의를 쏟았었다. 강산도 바뀐다는 세월 10년여가 지나면서 나의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하지만 확실히 이것 한 가지만은 절대 부정할 수 없지 않나 싶다. 세상은 변해도 사진은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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