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이 나의 인상이 된다.
갑자기 제출해야 할 프로필 사진이 필요했다.
급하게 사진을 찾아보니,,,
가장 최근의 것은 참으로 정직하게 나온 여권사진과
무려 7년 전에 찍은 증명사진이었다.
제출처에서 요청한 사진 분위기는 대략 이러했다.
자연스러운 포즈에 얼굴이 다 담긴 사진
일상이나 여행 사진도 괜찮다 하였지만, 내 사진들이 괜찮지 않았다.
고민하다 어딘가에서 본 셀프 스튜디오가 생각났다.
1시간 동안 혼자 수십 번 셔터를 누르면 뭔가 건지지 않을까?
(정확히 1시간 동안 105번의 셔터를 눌렀다.)
스튜디오를 예약하고, 입을 의상과 액세서리를 골랐다.
어차피 상의만 나올 테니 잘 어울리면서 편한 블라우스를 택하고,
귀걸이와 목걸이 등 액세서리도 과하지 않은 선에서 고른다.
거울로 보는 것과 사진으로 보는 것이 다르기 때문에
2-3가지 안에서 실착 하여 사진을 찍어서 비교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당일에는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머리 세팅과 메이크업을 하였다.
스튜디오에 도착하니
카메라, 조명, 모니터, 바 의자 그리고 리모컨이 있는 하얀 방이 있었다.
준비가 되면 간단한 사용법을 안내받고,
혼자가 된다.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셔터를 눌러도 된다.
미소 띤 얼굴, 활짝 웃는 얼굴, 생각하는 얼굴, 정면 포즈, 사선 포즈 등
일반인들이 다양한 표정과 포즈를 구현하기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모델의 전문성에 존경을 보내며,
한 시간이 생각보다 길다고 느껴질 때쯤 끝이 났다.
내가 방문한 스튜디오에서는 촬영 원본과 함께 2개의 사진을 선택하면
수정 작업과 그중 한 장은 출력해서 종이액자에 넣어주는 서비스가 있었다.
최고의 사진을 고르기 위해서
참으로 오랫동안 나의 얼굴을 다양하게 볼 수 있었다.
서른 중후반을 지나면서 특별한 날이 아니고서는 내 사진을 찍는 일은 점점 줄어들었다.
사진은 거울보다 훨씬 더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내 사진을 찍는 일이 점점 줄어든 이유이다.
준비 없이 사진에 찍힌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삭제하기 일수였으니까.
이렇게 정성 들여 나를 단정하고 내 얼굴을 찍고 들여다보는 일이 과연 얼마만일까?
그렇게 마주한 내 모습이 생각보다 괜찮았다.
이십 대의 싱그러움은 사라졌지만
편안하고 안정감이 느껴졌다.
'내가 이렇게 보였으면 좋겠다.'라는 분위기와 닮아있었다.
'나 생각보다 잘 살았구나.'
셀프 프로필 촬영은 내 기대보다 훨씬 좋은 경험이었다.
나는 점점 늙어갈 것이다.
주름은 늘어나고, 살은 중력 법칙에 따라 아래로 쳐지겠지.
다시 20대로 돌아가는 일은 내가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내 표정, 내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내가 살고 있는 인생이 내 인상을 만들 테니까.
앞으로 매년 나를 기록하기 위해 셀프 프로필 사진을 남겨 볼까 한다.
연례행사처럼 말이다.
대학시절 유행했던 스티커 사진이 다시 돌아왔다.
조만간 마흔 시절의 네 컷도 담아봐야겠다.
촬영 팁!
사전에 표정이나 포즈를 참고할 만한 이미지를 저장해 두자.
따라 하는 것만으로도 다양한 컷들을 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