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 과제만 채점하는 게 아니라고
“교수님, 전 이 수업만 듣는 게 아니라고요”
인터넷에서 이런 하소연을 담은 글이나 영상을 종종 보게 된다.
나도 할 말이 있다.
학교에서는 성적평가항목으로 시험뿐 아니라 과제 평가도 필수로 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과제는 개인과 팀 과제 둘 다 하기를 권장한다.
학교나 학과에 따라서는 의무사항이기도 하다.
나의 경우는 한 과목당 개인과제 하나, 팀과제 하나를 내준다. (최소한의 의무/권장사항을 준수한다.)
간혹 개인과제만 내줬으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기도 하는데 팀과제를 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학생을 위해서다.
팀플을 위해 서로 시간을 맞추고, 각자의 역할을 나누고, 의견을 조율하고,
갈등이 생겼을 때 회피할 것인지, 조정할 것인지,
마주하기 싫은 부분도, 함께해서 좋은 부분도 경험해야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깨닫는다.
(덧붙이자면, 나는 이러한 경험을 자기소개서에 쓰라고도 한다.)
팀과제는 발표를 포함하므로 개인과제보다 더 세심한 작전이 필요하다.
팀과제에는 지켜야 할 사항이 있다.
1. 팀은 2~3인으로 구성한다. 3인을 초과하지 않는다.
4인 이상의 팀에서 무임승차 팀원이 발생하기 쉽다.
대규모 강좌에서는 어렵겠지만, 보통 20-30명 내외의 전공과목은 이러한 인원구성이 가능하다.
2. 발표사례의 현장방문은 필수이며, 팀 전체의 방문 인증샷을 제시한다.
과목 특성상 공간에 대한 사례조사를 진행하는데, 현장은 직접 가봐야 알 수 있고, 제대로 공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3. 발표에 대해서는 상호평가를 진행한다. 발표자인 동시에 심사자가 된다.
상호평가를 진행하면서 생각보다 학생들은 다른 이를 평가할 때 굉장히 엄격하다고 느꼈다.
보통 상호평가지에 가장 인상 깊었던 발표를 선정하고 그 이유를 적도록 하는데, 특별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는데도 나름대로 평가항목을 정하거나 점수화하여 제시하는 학생들도 있다.
팀과제를 위해서는 사전 작업이 필요하다.
발표 4주 전
팀과제와 발표가 있을 것임을 언급한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주에 안내할 것이지만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도록 한다.
발표 3주 전
팀과제 내용에 대해서 설명한다.
함께할 팀을 정하고 발표주제에 대해서도 다음 시간 전까지 정하도록 한다.
그리고 위 내용을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교내 인트라넷인 강의 사이트나 패들렛 같은 보조 사이트에 올리도록 한다.
가급적 조사대상지가 중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발표 2주 전 - 발표 1주 전
발표 순서를 정한다. 보통 제비 뽑기를 한다.
순서가 정해지면 팀별로 각각의 진행 정도를 직접 확인한다.
전체적으로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면 질문이 없지만,
개별적으로 확인하고 물어보면 그때서야 이야기를 털어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글로 풀어서 쓰니 뭔가 내용이 많은 것 같지만,
사실 중간중간 진행상황을 확인하는 작업을 추가하는 것뿐으로, 수업시간 중 10-20분 정도 소요된다.
그런데 이 사전작업을 하고 안하고의 발표의 질은 꽤 차이 난다.
학생들은 대학생임을 내세워 과감하게 현장 담당자들의 인터뷰를 해오기도 하고, 방문 현장을 영상으로 제작하기도 한다.
발표 끝에 상품이 걸린 간단한 퀴즈를 내어 본인들의 발표내용을 상기시키기도 한다.
팀과제의 결과는 발표이지만, 발표에서 그간의 과정들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과정이 허술한 데 발표가 깔끔할 수는 없다.
반면에 과정이 촘촘하면 발표 또한 빛이 난다.
이는 발표하는 팀도 그 발표를 듣는 이들도, 말하지 않아도 깨닫는다.
간혹 내가 몰랐던 공간이 나오면 나도 덕분에 방학 때 그곳을 방문해보기도 한다.
이번 학기 발표도 무사히…
오늘의 한마디
사실 나도 과제 채점하기 싫다. 그런데 사회는 팀플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