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옵니다
2020학년도 1학기 개강을 앞두고 학교도, 학생도, 교수 및 강사도 모두가 멘붕상태였다.
이전에 사스(SARS)와 메르스(MERS)를 경험했지만 이번 코로나19는 어떻게 진행될지, 언제 끝이 날지,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결국 2020년 3월 11일 WHO는 팬데믹을 선포하기 이르렀다.
매일 대규모의 인원이 모일 수밖에 없는 회사와 학교는 재빨리 재택근무와 재택수업을 적용하였다.
이미 EBS, 유명 입시학원, 사이버대학 등에서는 인터넷 강의를 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내가 인강을, 화상수업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갑자기 구글의 줌(zoom) 사용법을 익히고, 카메라와 마이크를 준비해야 했다.
언젠가는 사용하지 않을까 싶어 다운로드하여 두었던 동영상 편집기 프로그램을 열었다.
학교에서 정한 가이드라인은 화상강의의 경우 실시간 녹화하여 영상파일을 업로드해야 했고(이후 학교 자체적으로 웹엑스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녹화부터 업로드까지 자동이다.)
동영상 녹화 강의는 50분 수업 기준 25분 이상의 영상을 제작하도록 하였다. (현재는 녹화영상도 50분을 채우도록 변경되었다. 하아,,,)
지인들은 종종 이렇게 말했다.
"비대면 수업이면 학교에 안 가도 되고 편하겠네."
아주 억울한 누명이다.
동영상 강의 제작 시, 녹화부터 편집까지 걸리는 시간은 보통 수업시간의 두 배 정도가 소요된다.
3시간 수업의 동영상 강의 제작에 적어도 6시간 이상이 걸리는 것이다.
아, 강의자료는 미리 준비된 상태여야 한다.
처음에는 너무도 낯선 나의 목소리에 적응하는 시간도 필요했다.
게다가 말하는 중간중간 '어~', '음~'과 같은 쓸데없는 단어는 왜 이렇게 많이 내뱉는지.
편집을 통해 자르고 붙이고 매끄럽게 말투를 다듬고 나면 원본 영상은 1/2로 줄어들었고, 시간은 배가 들었다.
영원히 남을 영상에서는 가벼운 농담조차 부담스러웠다.
실시간 화상강의에서는 종종 상처받았다.
학생들은 카메라를 꺼두거나 빈 벽을 향하도록 고정시켜 두었고, 이름을 불러도 대답하지 않았다.
컴퓨터만 켜 두고 나간 것이다(oo야 돌아와~).
비대면 상황에서 성실하게 수업 듣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어차피 듣는 사람이 보이지 않으니 딴짓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다.
나도 그랬으니까.
(강사도 학교에서 강의를 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의무교육을 이수해야만 한다.)
그래서 강의 준비 외에도 눈길을 사로잡는 무언가가 필요하다.
학생들과의 소통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기 힘드니 간단한 과제나 퀴즈 등을 내주고 일일이 피드백을 해주어야 한다.
비대면 수업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려면 1:1 강의처럼 운영되어야 한다.
차라리 직접 만나서 수업을 하는 게 백배 천만 배 낫다.
(게다가 당시 나는 학교까지 차로 5분 거리에 살고 있었다.)
코로나19도 만 3년이 되어간다.
나의 경우는 올해부터 모든 수업이 대면 수업으로 진행되었다.
다만 몇 주 전에 사정이 있어 동영상 녹화 강의를 하게 되었다.
여전히 혼자 영상을 제작하는 데에는 시간이 꽤 걸리지만 대면과 비대면을 섞어서 진행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의 한마디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