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2병, 고4, 너희는 누구니

by 공간여행자

“요즘 애들 참 버릇없다.”

고대 수메르시대 점토판에도, 고대 이집트 파피루스에도, 로마 폼페이 유적에서도 이와 같은 문구가 적혀있다고 전해진다.


적어도 20년 이상 교수생활을 하신, 그래서 이런 학생 저런 학생 모두 겪어보셨을 법한 50대 교수님들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요즘은 학생들이 무섭기도 해요.”


실제로 그들이 버릇이 없다거나 무섭다기보다는

요즘 젊은이들의 생각이나 행동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뜻일 것이다.


처음 강의를 시작할 때 서른이었던 나는 학생들과 나이차이가 10년을 넘지 않았다.

간혹 군대를 다녀와 복학한 학생들과는 겨우 몇 살 차이 나지 않기도 했다.

당시 학생들이 하는 생각의 범위가 내 예상을 벗어나는 일은 없었다.

그들과 나의 상식의 기준이 다르지 않았다.

그들과 나의 말과 행동은 같은 주파수 내에서 움직였다.

당시 학생들과 나는 같은 세대 안에 속했다.


학위를 마치고, 회사일로 3년 정도 강의를 쉬었다가 2018년부터 다시 학교에 나가게 되었다.

처음으로 ‘세대차이’라는 말을 실감했다.


지금의 대학생들과 나는 다른 세대이다.

나의 세대는 대부분 형제가 한 명 이상 있고, 한 반에 50-60명이었던 국민학교를 다녔으며(오전/오후반으로 나눠서), 체벌이 사랑의 매란 이름으로 용인되었던 학창 시절을 보내고 눈부신 경제성장과 장기적 경기침체를 경험한, 유선전화와 브라운관 TV에서 삐삐와 386 컴퓨터를 거쳐 지금의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다루게 된 세대이다.


지금의 대학생 세대는 IMF 이후에 태어나 한글보다 스마트폰 작동법을 먼저 익히며, 한 반에 20명 남짓의 초등학교를 다니고, 체벌과 촌지는 범죄인 학창 시절을 보낸, 그리고 태어나서 지금까지 계속된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세대이다.


우리는 서로 다른 시대에 태어나 다른 문화 속에서 다른 교육을 받아왔다.


다시 강의를 시작하면서 학교에 아니, 학생들에게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필기구를 가지고 다니지 않고, 늦잠을 자서 강의에 지각하거나 결석하는, 수업 내용을 카메라로 찍거나 녹음하는 학생들에게

시험 때는 꼭 필기구를 가지고 올 것을.

발표나 시험 때는 절대로 지각하지 않을 것을.

민감한 내용이나 유출이 우려되는 내용은 촬영과 녹취를 중단할 것을.

중간중간 체크하거나 안내해야 했다.


그러나 수업 중 불쑥불쑥 강의실을 나가거나, 엎드려 자거나, 수업과 관련 없는 핸드폰의 영상을 보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과연 성인인 이들에게 수업에 집중하라는 식의 이야기를 굳이 해야 하는지 고민스러웠다.


마치 억지로 학교 책상에 앉아있는 고등학생들을 보는 기분이 들 때가 많았다.


그리고 그때 교수법 특강에서 '대 2병*'이란 단어를 처음 들었다.

실제로 대학교 2학년에 휴학이나 자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고 4**'는 코로나 이후 입학한 학생들과 함께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한 교수님은 개강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어느 날

모든 학과 수업이 끝난 시간에도 강의실에 앉아 있는 1학년 학생을 보고 왜 아직 여기에 있느냐고 물었는데,

학생은 “아무도 집에 가라고 이야기하지 않아서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아마도 고등학교 때처럼 담임선생님이 종례를 해야 집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라고 추측했다.


코로나 이전에도 학교 기숙사 직원들은 3월 한 달간 오전에 학부모들의 전화를 꽤 받는다고 했다.

우리 아이가 1교시 수업인데 아침잠이 많으니 깨워달라는 이유에서다.

서울의 소위 명문대라는 대학교에서도 개강시기에 수강신청 변경을 요청하는 학부모들이 있다고 한다.

학생과 4년 계획을 세워놓았는데 이번학기에 이 과목을 못 들으면 모든 계획이 틀어진다는 이유다.


아직도 온전히 그들을 이해하기는 힘들다.


오늘의 한마디
라떼는 말이야,,, 아차차!


*대2병

: 중2병처럼, 방황하는 대학생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자신감이 폭발하는 중2병과 달리 대2병은 자신감과 자존감이 급격히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미래에 대한 걱정이 늘어난다고 한다.


**고4

: 고등학교 3학년 다음 대학교 1학년이 아닌,

고등학생에서 그대로 이어진 듯하여 고등학교 4학년으로 빗댄 표현이다.

부모의 통제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다.


참고자료>

SBS스페셜 466회, 대2병, 학교를 묻다.

“강의 어렵고 학점 짜다” 뉴욕대, 학생들 불만에 교수 잘랐다, 조선일보, 2022.10.05일 자 기사

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2022/10/05/7TZ5QC7QEFFS7O3ZERCQ7M5XC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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