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강사가 본업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처음 강의를 시작할 때는 대학원 박사과정 중이었다.
직업을 밝혀야 할 때는 대학원생 신분을 사용했다.
학위를 마치고 일을 구하면서 강의를 할 때도 본업을 갖기 전까지 하는 임시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강사는 계약직 직원이다.
직장인이라면 모두 가입되는 4대 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에서 한 가지가 빠진다.
바로 건강보험이다. 다른 직장이 없다면, 건강보험이 지역가입자로 된다.
보통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유무로 전업강사인지 아닌지를 구분하곤 한다.
학생신분일 때는 가족들에게 기대어, 직장에 다닐 때는 당연히 직장가입자였던 내가 최근 건강보험료를 지역가입자로 납부하기 시작하면서 현타를 세게 맞았다.
일주일에 잘해야 이틀을 학교에 나가는 내가 전업강사가 되면, 생계가 위태롭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예전에 어느 사이트에 봤던 글이 생각났다.
그 역시 대학의 시간강사였고, 가족의 가장이었다.
생계를 위해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그곳에서는 어느 대학에서도 해주지 않았던 4대 보험에 가입해 주었다.
어느 날 일하다 손을 다치게 되었는데 당연히 보험처리를 해주었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그동안 몸담았던 학교보다 하루 4시간씩 아르바이트하였던 그곳에서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글의 내용은 김민섭 님의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의 일부이다. 책으로 발간되기 전 글을 연재할 때 읽었던 기억이다.)
처음 글을 읽었을 당시, 반은 내이야기고 반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딱 절반정도만 공감했었다.
그러나 7-8년 지난 지금 다시 그 글을 떠올릴 만큼 마음이 착잡해졌다.
최근 브런치 통계의 유입 키워드 중 하나가 ‘시간강사 강의료’이다.
그렇겠지. 시간강사 강의료가 얼마인지 궁금하겠지.
학교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내용만 말하자면, 사립대보다 국립대가 시간당 페이를 더 많이 받는다.
그리고 3학점 과목이면 3시간에 해당하는 페이를 받는다.
한 학기라면, 3시간 x 16주(또는 18주)
한 학기를 16주에서 18주(방학기간 2주를 포함)까지 책정하는 방식도 학교마다 다르다.
사실 적어도 3곳 이상의 학교에 출강하지 않으면, 강의만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
그래서 시간강사는 본업이 될 수 없다.
이렇게 금전적인 이유뿐만이 아니더라도
나의 경우에는 본업이 있는 상태에서 강의를 하는 것이 본업에도 강의에도 도움이 되었다.
갑갑한 본업 중 강의하러 가는 시간은 잠시 숨을 돌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본업의 현장 경험은 강의 생생함을 더했다.
본업에서 상처받는 일이 있을 때 '나는 강의하는 사람이야'라는 마인드컨트롤로,
나에게는 매력적인 부캐가 있음을 위안 삼았다.
반대로 강의하면서 상처받는 일이 있을 때 본업은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앞으로도 내가 바라는 것은 본업과 강의를 병행하는 삶이다.
오늘의 한마디
요즘은 부캐가 더 잘 나간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