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후반의 우리 엄마는
아침 주식뉴스로 하루를 시작하신다.
그리고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는 시간이 날 때마다 주식 어플을 확인하신다.
우리 가족은 2021년부터 주식을 시작했다.
누구든 넣기만 하면 돈을 벌었다는 그 시기 끝물에 올라탔다.
(아, 한 명은 제외! 아버지는 전혀 주식에 관심이 없으시다.)
어쨌든 가족이 모이면 주식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 화두이다.
엄마는 종종 내가 전혀 모르는 회사의 이름들을 이야기하셨다.
"ㅁㅁ야 이번에 OO 사서 재미 좀 봤잖아."
"대체 그런 회사는 어떻게 안 거야?"
"뉴스에서"
"엄마 이번에 OO관련주 많이 올랐다던데 엄마 것도 올랐어?"
"아 그거 하두 안 올라서 얼마 전에 팔았어."
하루에도 몇 번씩 주식어플에서 매수, 매도 버튼을 누르는 엄마를 보니 문득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사실 엄마의 주식 거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90년대 초반 나는 종종 엄마 손을 잡고 증권사를 들르곤 했다.
한쪽은 은행처럼 창구가 있었고, 다른 한쪽 벽면은 까만 전광판에 숫자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그 전광판을 향해 소파가 줄지어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소파에는 정장 입은 아저씨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그곳은 호기심을 자극할 신기한 것들이 많았지만, 나는 그곳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늘 매캐한 공기에, 사람들은 왠지 화가 나 있었다.
기분이 좋아 보이는 어른은 한 명도 없었던 기억이다.
그 기억이 떠오르자 갑자기 궁금해졌다.
"엄마 예전에는 주식을 사고팔 때 꼭 창구에 가서 사람한테 말해야 되지 않았어?"
"응 그랬지."
"그럼 엄마처럼 거래금액이 크지 않은 사람은 싫어했겠다."
"맞아. 나는 100원만 올라도 팔고 싶은데 가면 좀 더 놔두라고 하면서 잘 안 해주려고 했지.
근데 요즘은 이렇게 핸드폰으로 하니까 너무 좋아. 내가 한 주를 사든, 지금 팔든, 바로 다시 사든, 나한테 짜증 한번 안 내고 하라는 대로 다 해주니까."
오올~
우리 엄마 생각보다 스마트 시스템에 적응이 빠른데?
매일매일 주식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엄마의 목표는
오늘 점심값 벌기이다.
주식전문가들이 보면, '이렇게 하시면 안 됩니다.'의 패턴이지만,
뭐 어떤가. 주식을 점당 100원짜리 고스톱을 치듯, 같은 모양 맞추기 게임처럼 즐기는 엄마를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엄마 오늘 점심은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