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ellino, 1992
2000년대 초중반,
을지로의 대부분의 조명가게에는 이 날개 달린 전구가 입구를 장식하고 있었다.
호시탐탐 이 조명을 쓸 기회를 노렸지만, 당시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없어서 꽤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흔한 백열전구(알 전구) 양쪽에 하얀 깃털을 달고,
지지대를 가느다란 선으로 연결한 모습이
마치 날고 있는 듯한 모습을 연상시켜
날개 달린 전구, 천사의 날개라는 별명이 붙여지기도 했다.
(참고로 날개는 거위의 깃털이다)
이 조명은 1992년 발표 당시 전구에 생명을 불어넣었다는 극찬을 받았으며,
디자이너 잉고마우러는 이 작품을 통해 이름을 알리게 된다.
버디(Birdie)는 여러 개의 루첼리노가 달린 샹들리에 조명이다.
현재 생산되는 전구는 LED를 사용한다.
사실 백열전구는 엄청난 열을 발생하며, 효율성면에서도 그다지 좋지 못하다.
빛의 시인, 잉고 마우러의 여러 작품 중 대중적으로 유명한 제틀스.
제틀스는 광원이 드러나지 않는다. 얇은 종이를 통해 은은하게 비친다.
zettle은 독일어로 '메모'라는 뜻이다.
이 조명은 사용자가 직접 완성하는 작품이다.
전구가 들어 있는 스틸 원통에 스틱을 꽂고 그 끝에 종이를 달아준다.
스틱을 꽂는 방향, 종이를 다는 위치에 따라 형태가 달라진다.
(내가 끼우고 거는 대로 모양이 만들어진다. 마치 꽃꽂이 하듯~)
반투명한 일본제 종이는 총 80장이 제공된다.
제틀스 5를 기준으로 인쇄된 종이 31장, 빈 종이 49장이 제공되는데,
빈 종이는 비어있는 그대로, 또는 직접 그려서 채울 수도 있다.
루첼리노가 조명의 빛이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것에 비해
제틀스는 전구를 감싸고 있는 원통을 거쳐
종이를 은은하게 비추며 간접적으로 빛을 전달한다.
제틀스 5와 6은 크기의 차이이다.
제틀스 5는 전체 120x120cm 크기로 A5 종이가, 제틀스 6은 전체 80x80cm 크기로 A6 종이가 제공된다.
식탁 위에 제틀스를 매달아, 가족들이 서로 하고 싶은 말을 종이에 쓰고 달아본다면 어떨까.
아, 국물이 튈까 봐 신경 쓰이려나.
잉고마우러 (1932.05.12 - 2019.10.21)
독일 출신의 산업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