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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 조명

Beat Light Series, 2004

by 공간여행자

놋쇠 그릇을 뒤집어 놓은 듯한 이 조명은 디자이너 톰 딕슨이 인도여행 중 물항아리에 영감을 받아 디자인하게 되었다.

인도의 금속노동자들이 만들던 구리와 항동의 물항아리가 플라스틱으로 대체되자 이들의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 비트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비트 조명 시리즈는 형태에 따라 5가지로 나뉜다.


비트 웨이스트 - 비트 플랫 - 비트 팻



비트 와이드 - 비트 톨

시계방향으로 비트 웨이스트, 플랫, 팻, 와이드, 톨이다.

플랫과 와이드는 갓의 윗부분이 직선으로 떨어지는지 곡선으로 굴려지는지 모양의 차이이다.


매트한 검정 갓 안에서 황금빛이 비스듬히 새어 나온다. 이는 인도의 금속 장인이 황동을 수작업으로 두들겨서 형태를 만든 것으로 제작에 꼬박 4일이 걸린다고 한다. 손으로 일일이 때려 만든 황동 항아리 갓의 내부는 광원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굴절시키고 반사하도록 하였다.


마치 모던한 검은색 정장 안에 황금색 전통의상을 입은 느낌이다.

톰 딕슨의 작품에는 반전이 있다.

Melt, 2014

이름처럼 흘러내리는 형태의 멜트 조명에도 역시 반전이 있다.

조명이 꺼져 있을 때와 켰을 때 차이가 있는데, 조명이 꺼져 있는 상태에서는 거울처럼 비치는 금속표면이 보일 뿐이다.

그러나 조명을 켜면 표면은 반투명으로 바뀌며 광원의 모습이 드러난다.

이는 플라스틱의 일종인 폴리카보네이트 소재 위에 거울마감처리를 하였다.

조명이 ON/OFF에 따라 보이는 모습이 달라진다니. 무척이나 기발하다.


이를 디자인한 톰 딕슨의 이력 또한 특이하다.

그는 18세에 아트 스쿨을 6개월 만에 그만두었고, 웹툰 화가로, 밴드의 베이스 기타리스트로 활동하였다. 오토바이 사고 이후 그는 친구로부터 용접기술을 익히고 이를 금속 가구를 만드는데 적용하였는데 이를 통해 용접기술을 가진 디자이너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그가 톰 딕슨이라는 본인 이름의 회사를 차리고 그가 만든 제품들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은 2002년, 그의 43세 때였다. '스타 디자이너'라는 명성에 비해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한 시기는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아니다. '마흔이면 독립하기 적당한 나이지!'


톰 딕슨에게는 두 개의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정규 디자인 교육을 받지 않은 디자이너’

‘혜성처럼 등장한 디자이너’


그러나 그는 용접기술을 익힌 후 끊임없이 작품 활동을 해왔다.

소재를 바라보는 관점과 다루는 방식의 독특함은 다양한 경험에서 얻게 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디자인을 하는데 정규교육이 필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꾸준한 작업과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나만의 것을 만들고 싶다면 말이다.


톰 딕슨 (Tom Dixon, 1959 ~)

영국의 산업디자이너


사진출처 및 참고문헌:

https://www.tomdixon.net/en/

https://www.lumens.com/the-edit/the-makers/20-years-of-tom-dixon-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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