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바뀌지는 않습니다.

사진 속 서점: 퀸마마마켓 파크 Parrk (2019년 9월 운영종료)

by 공간여행자

처음 책출판을 결심하였을 때 나는 ‘책‘이라는 결과물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이미 자료가 있는 논문의 내용을 조금 수정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 접근하였다.


전에 글을 짓는 것은 건물을 짓는 것과 비슷하다고 표현했었다.

원래 있던 건물을 조금씩 수선하는 것보다 아예 모두 없애고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것이 더 쉽고 효율적일 때가 많다.


그렇다. 시작하자마자 알았다.

다시 처음부터 새롭게 쓰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다행히도 논문을 쓰면서 수집했던 사례에 대한 정보와 사진은 활용할 수 있었다.

같은 주제이지만 다른 톤으로 글을 쓰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논문에서는 금지되었던 해당 공간을 방문했을 때 느꼈던 인상이나 느낌에 대해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

다시 사진을 들춰보고 현재 업데이트된 정보들을 찾으며 그 공간에 대한 애정이 더욱 샘솟기도 하였다.


그렇게 글을 완성하고, 책표지까지 만들면 끝!인 줄 알았지만, 자가출판자에게는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남았다.

목차와 쪽번호를 맞추고, 책소개와 저자소개까지 써야 했다.

자가출판 사이트를 하루에도 여러 번 들락날락거린 끝에 무사히 책을 업로드하고 ISBN까지 신청하고 난 후부터는 기다림의 시간이었다.

책표지와 판권지의 저자명이 달라서 반려되어 다시 승인신청을 하는 과정들이 있었지만 드디어 ISBN을 발급받고 몇몇 서점에 등록이 완료되었다는 메일을 받을 수 있었다.


처음 한 달 정도는 내 책이 세상에 나왔다는 사실에 흠뻑 취해있었다.

나의 첫 책. 온전한 나의 창작물.

매달 정산내역을 안내하는 메일을 받으며 누군가가 나의 책에 관심을 갖는다는 사실도 신기했었다.

생전 처음 보는 저자의 책을 단지 몇 페이지에 불과한 미리 보기만 보고 결제한 멋진 분들의 용기에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


그러나 나의 삶은 그대로이다.

책 한 권으로 인생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지는 않는다.

첫 책에 기대했던 나의 바람들은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글을 쓰다 보면 알게 된다. 내 속에 쓰고 싶은 것들이 너도나도 슬금슬금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는 것을.

한껏 영감을 받아 쓰다가도 어느 날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어 쳐다보기 싫은 날도 있고,

‘뭐 어때 나만 보게 되더라도 쓰지 뭐.‘싶은 날도 있다

그런 날들이 모이고 쌓여 글이 되고 책이 된다.

내가 손에서 놓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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