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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오후 세시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

by 공간여행자

좋아하는 것이 의무가 될 때

무언가 하고 싶어 졌을 때

이거 재미있겠다, 해볼까

호기심, 설렘으로 시작한 것이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결과물이 짜잔~ 하고 나오면

'제 삶의 활력소예요.', '유일한 휴식처죠.'

라면 별거 아닌 듯, 그러나 자랑스럽게 말하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시작하고 나면 재미가 없어졌다

흥미는 작은 불씨조차 피워보지도 못하고 싸늘하게 사그라들었다.


어느 노래 가사처럼 먼지가 뽀얗게 쌓인 카메라가 나에게도 있었다.

캘리그래피, 천연비누, 그림, 필라테스, 등등 배우겠다고 들인 시간, 돈, 그리고 박스 안에 고스란히 남은 도구들,,,

(하나둘씩 늘어난 커피 도구들은 그래도 이따금 사용하니 넘어가기)


핑계 같지만 좋아하는 일을 위해서는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고, 돈이 있을 땐 시간이 없다.

그리고 나의 목표는 꽤 높다.

시간과 돈을 절약하면서 그러니까,,,

빠른 시간에 취미이지만 전문가에 가까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사진 찍는 취미를 예로 들어보자

카메라만 있으면 언제 어디든 혼자서 가능하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에도 도움이 될 테고

그런데, 나는 어쩐지 남들보다 좀 더 잘 찍어야만 할 것 같다.

좀 더 전문가스럽게 찍어야 했다.

좀 더 멋진 걸 찍어야 했다.

단렌즈니 광각이니 조리개니, 셔터 스피드니 전문가 수동모드는

나랑 상관없는데도 갖추고 있어야만 할 것 같았다.

사실 나에게는 어깨가 빠질 것 같이 무거운 DSLR 카메라는 짐일 뿐

그리고 당연하게도 1,000장의 사진을 찍기도 전에 지쳐버렸다.

그다음은 평화로운 중고나라 행~


지방 중소도시 G시에서 일 년을 지내고 보니

차를 타고 20분만 나가면 바다를 볼 수 있고, 걸어서 호수공원을 한 바퀴 돌 수도 있다.

핸드폰 카메라로는 부족한 이 느낌을 담고 싶었다.

최근에 다시 그 어깨 아픈 무거운 카메라를 들였다. 여전히 카메라에 대해 잘 모른다.

그러나 괜히 머리 아프게 사진 잘 찍는 법, 카메라 다루기 등의 글이나 영상을 보지 않을 것이다.

이 버튼 저버 튼 눌러보며, 다이얼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그냥 내 마음대로 찍을 테니까.

잘 알 필요도, 잘 찍을 필요도 없다. 내 마음에 들면 그걸로 만족이니까.

좋은 구도와 스킬을 익히기 위해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해도 상관없다.

앞으로 계속 쭉 할 거니까.


포기와 시작을 반복해온 지긋지긋한 것 중 또 하나는

가장 오랜 시간 나를 괴롭혀온 다른 나라 언어, 영어 배우기였다.

영어교재며, 학원이며, 원어민 전화영어까지,,, 그 시간과 돈은,,,

후,,, 굳이 따지지 않아도 동감하실 분들이 분명 계실테지.

나의 목표는 그저 소박하게 원활한 해외여행이 가능한 정도였다.

영어를 읽고, 메일을 보내고 하는 것은 그래도 더듬더듬 온갖 사전과 번역기를 돌려가며 가능했는데,

말하기는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머릿속에 이 많은 생각들이 영어로 줄줄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실 생각나는 대로 영어든 한국어든 말해도 된다. 완벽한 문장으로 말하지 않아도 된다.

소박한 저 바람 정도라면 그래도 상관없다.

"돈 버는 영어는 어렵지만, 돈 쓰는 영어는 쉬워!"라던 현명한 선배의 말처럼

돈 쓰러 간 여행에서는 대부분 내 말을 귀 기울여줄 테니까.

그러나, 확인이 필요하거나, 따져야 하는 상황 등은 거의 돈 버는 영어를 할 수 있어야 하겠지.

어쨌든, 영어에 대해서도 가능한 실수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생각이다.

좀 틀리면 어때. 배우고 있는 중이잖아.


"있지.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 좋아하는 걸 모두 잘할 필요는 없어."


부디 그저 좋아서 하는 일들도 잘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미리 싫증 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부담은 돈 버는 일로도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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