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오후 세시

마흔이지만 아무것도 되지 못했습니다.

by 공간여행자

다자이 오사무의 소설과 동명의 드라마 <인간실격>에서

주인공은 이런 독백을 한다.

'아버지, 나는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아무것도 되지 못했습니다.'


마흔은 금방 오지 않을 미래였다.

그래서 당연히 여겼다.

그때쯤이면 지금보다 안정적인

무언가, 무엇이든 되어 있을 거라고,,,


그러나, 막상 닥쳐온

마흔이라는 숫자는 당혹스러웠다.


나이의 앞자리가 바뀔 때 그 심정을 기억하는가?

십 대에서 스무 살이 되었을 때의 처음, 풋, 설렘

이십 대에서 서른 살이 되었을 때 안정, 편안함


성인이지만 모든 게 처음이고 서툴렀던 이십 대에서

좀 더 어른다운 성인이 된 것 같아서

안심되었던 삼십 대

여전히 처음 겪는 일들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도 하며

'인생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어.'

'산다는 건 늘 뒤통수를 맞는 일이야.'

하던 어른들 말씀이 맞았다는 것 깨달아 가면서

책임의 무게가 더해질 때마다 소주 한잔의 밀도가 채워짐을

배워가며 삼십 대를 보냈다.


달갑지 않았던 마흔을 맞이하고

더욱 당황스러웠던 사실은

당연한 줄 알았던,

변변한 수입도, 집도, 억 단위 자산도 없다는 것이었다.

마흔이지만, 아무것도 되지 못한 것 같아 서글펐다.


그런데 마흔 하고도 몇 년을 더 지내보니,

생각보다 나쁘지는 않다.

혹시나 마흔을 앞두고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어서

두렵다면,

괜찮다.

사실 남들도 그렇다.

반짝반짝하던 빛은 이제 희미해져 버렸을지 모르지만

어느 날 그 빛에 윤이 난 걸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마흔이어도 괜찮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잘하지 않아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