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는다는 목적과 다르게 음식을 만드는 일은 즐거웠다. 하루 걷기를 마치면 가장 먼저 알베르게 주방에서 사용 가능한 재료들을 살펴보고, 시에스타(2-5시)를 피해 Supermercado(수페르 메르까도: 슈퍼마켓) 재료를 들을 사 왔다. 사 온 재료들을 이용하여 조리할 때는 적당함이 필요하다. 순례자들은 서로 밥을 먹는 시간이 비슷하고, 함께 공간을 이용하기에 불판과 조리도구를 배려있게 이용하는 것은 가장 중요하였다. 간혹 혼자서 4개 불판 중 3개를 쓰거나 개수대에 사용한 그릇들을 담가둔 채 나두거나 칼, 도마, 냄비 등과 같은 중요한 도구를 모두 사용한다면 다른 순례자들의 엄청난 시선과 질문을 받을 것이다. '언제 다 사용해?'
혼자일 때면 소금이 필요하면 소금 한 뭉치를, 올리브 오일이 필요하면 올리브 한통, 쌀이 필요하면 쌀 한통이 필요했다. 나처럼 혹은 여럿이서 구입하였지만 필요한 양을 사용하고 남을 때면 냉장고 안에 혹은 밖에다 두었다. 덕분에 혼자서 요리하여도 필요한 소금, 올리브 오일, 양념 등을 적절할 때 잘 사용하였다. 주의할 점이 있다면, 냉장고에 있어도 상했는지 상하지 않았는지 꼭 꼭 확인해보아야 된다! 냉장고에 있다 안심하고 먹었다 배탈 난 사람을 여럿 보았다. 배탈 나면 며칠 동안 잘 걷지도 못하고 심하면 남아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그러므로 식재료 유통기한과 상태를 잘 확인해보고 사용하자. 그리고 다음 사람을 위해 깨끗이 사용하고 남은 것들을 잘 놓아두면 좋겠다.
그러다 보니 대부분 비교적 간편한 파스타를 많이 해 먹었다. 파스타만으로는 속이 불편해질 즈음, 제철과일과 샐러드를 곁들었다. 우리나라는 제철과일 이어도 꽤 값이 나가 살 때 고민을 하지만, 스페인은 식재료 가격이 너무나도 저렴하여 먹는 것에 부담이 없었다. 어느 정도 저렴하나면, 어떤 날에는 멜론 한통을 2000원이 안 되는 값에 구입하였다. 한국에서는 한 달에 두세 번 먹는 파스타가 점차 힘들어지면 어쩌다 구입한 라면 또는 쌀을 사서 밥 요리를 해 먹었다. 그럼로 800Km를 걸으며 살이 빠질 것 같지만.. 유지하면 다행이다.
초반에는 음식을 혼자 해 먹었지만, 걷다가 자주 마주친 순례자들과 함께 재료를 구입하여 요리하거나 서로의 음식을 나누었다. 어떤 날은 요리 양조절에 실패해 각자 나눌 음식이 풍족하여 '혹시 배고프니 이거 먹을래?'라는 질문을 여러 차례 받으며 의도치 않은 파티 같은 날을 만나기도 하였다. 산티아고에 가까워질수록 요리 횟수가 많아지면서 남모르게 요리 실력도 나날이 늘어갔고, 적당함을 유지하기 위해 간편하게 먹는 방법을 연구하면서 나만의 요리방법이 생겼다. 예상과 다르게 몸이 좀 더 건강해졌지만 음식을 요리하고 나눠먹는
것은 즐거웠다. 먹으면서 푸근해진 마음은 마음의 이야기를 꺼내게 하여 음식을 먹은 횟수만큼이나 좋은 친구와 추억들이 쌓였다. 보너스로 비용도 절감되었다. 어느 날은 5명이 1유로를 모아 거대한 저녁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음식을 나눠 먹는다는 것은 또 하나의 순례자의 길 이야기인 것 같다. 이 길도 넘기지 않고 걸었으면 좋겠다.
* 함께 걸은 순례자 중 나온 사진이 싫으면 삭제 요청해주시면 삭제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