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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We're tuff. 0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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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정 Nov 04. 2019

공항에서 만나요

캐나다 밴쿠버로 떠나기 며칠 전, 메일이 왔다.

밴쿠버 공항에서 나나이모로 어떻게 이동할지에 대해 적힌 메일이었다.

밴쿠버 공항에서 스카이 트레인을 타고 밴쿠버에서 하루 지낸 후,

그다음 날 배를 타고 2시간 30분 정도 나나이모로 이동하고,

선착장에 주차한 차를 타고 집으로 간다고 했다.

그리고 공항에서 서로를 알아볼 수 있도록


I will wait in the big crowds waving a bunch of “sunflowers”.


그간 들었던 걱정이 녹아내렸다. 나는 나타샤에게 '나를 알아볼 수 있게 티셔츠를 만들어 갈게요'라는 말과 티셔츠 제작과정을 사진으로 찍어 답장을 보냈다.


9월 17일 서울에서 중국 광저우로 약 3시간 이동.

22시간 체류, 13시간 비행 후 캐나다 밴쿠버 도착.

길고도 긴 비행이다.

굳이 서울에서 광저우로 이동한 후, 다시 광저우에서 서울을 지나 캐나다 밴쿠버로 가는 이상한 비행이다.

레이오버(경유지에서 체류시간이 24시간 미만을 의미)로 중국 광저우를 거치는데, 작은 실수가 큰 실수가 되지 않을까 싶어 이동법을 검색하여 읽고 또 읽었다. 다행히 한국 블로거들은 작은 것까지도 놓치지 않고 적어놓았다. '검색대에 들어가기 전 기기에서 와이파이를 번호를 뽑아가세요. 만약 와이파이 번호표가 인쇄되지 않는다면 이렇게 하세요' 실패하는 상황까지 연출하여 혹은 경험담들을 써놓았다. 덕분에 광저우 공항에서 와이파이도 이용하고 하루 남짓 체류한 후 경유 비행기도 문제없이 탔다.




9월 18일, 본격적으로 13시간 비행이 시작되었다. 긴 비행을 조금 더 빠른 느낌으로 보낼 수 있게 한국에서 책 한 권, 바느질 도구, 그림도구를 준비했다. 짐을 내려놓은 후 앉자마자 보고 싶은 영화 몇 가지를 선택하고 미리 준비한 세 가지 방법을 번갈아가며 시간을 보냈다. 다행히 최근 재밌게 본 알라딘이 있어, 한국어판과 영어판을 번갈아가며 세 번 정도 보았다. 보다가 눈이 아프면 잠깐 잠을 자기도 하고, 영화 알라딘을 귀로 들으며 바느질을 했다. 다양한 방법으로 알라딘을 즐기다 보니 캐나다 밴쿠버까지 km 수가 꽤 줄었다. 0km가 가까워지면서 다양한 언어로 방송이 시작되었고, 완벽한 0km가 되었을 때 비행기는 멈췄다. 나는 수화물함에 담긴 배낭을 챙겨 내렸다. 사람들이 나가는 방향을 따라 입국 심사서를 모바일로 신청하고, 심사의 차례를 기다렸다. 차분하게 기다리는척하면서 앞서 나가는 사람들이 어떤 질문과 이야기를 주고받는지 귀를 기울였다. 질문할까 싶어 홀로 중얼중얼 말을 외웠는데, 질문 은 없었다.


수많은 걱정으로 검색했던 나날들이 무색할 만큼 비행과 입국심사는 빠르게 끝났고, 새로운 걱정이 들기 시작했다. '나의 짐은 캐나다로 왔을까?'

중국 남방항공사를 검색하면 수화물 연착, 분실사고가 연관검색어로 떴다. 만일의 상황을 위해 여행자보험에 가입하고, 분실될 시 변상받는 방법도 알아놓았다. 그러고도 불안해 초조했지만 초조하지 않은 척 기다렸다. 혹시나 다른 곳에서 기다리는 것일까 싶어 산책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걸으며 전광판과 비행기표를 비교했다. 내 짐이 나오는 곳이 맞았고, 누군가 내 짐을 가져갔나 싶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다시 산책하듯이 자연스럽게 위탁 수화물이 나오는 곳을 빙글빙글 돌았다. 빙글빙글 돌기를 멈추고 분실물 카운터를 향해보고 있을 즈음 스티커가 가득 붙인 가방이 나왔다. 만세! 다행이다.


땀이 나는 시간들을 뒤로하고 기다릴 나타샤를 위해 빠르게 이동했다. 짐을 들고 바깥으로 나가는 사람들을 따라 이동했더니 어느새 입국장이다. 나타샤를 못 찾으면 어떡하지 걱정이 들새 없이 곧바로 해바라기를 들고 있는 나타샤가 보였다. 갈색 트렌치코트를 입고, 해바라기 모형의 조화를 들고 나를 발견하고 웃었다. 나타샤를 보는 순간 '이제 왔구나!' 하는 안도감과 함께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나타샤는 나를 보고 '왜 티셔츠는 안 입었어?'라고 물었고 나는 빠르게 나오느라 못 입었다 말하며 긴 포옹을 하였다.


2015년 이후로 4년 만에 만난 나타샤가 눈 앞에 있다는 사실에 안도되었다. 진짜로 캐나다 밴쿠버에 왔구나 싶은 안도감에 모든 걱정들이 녹아내렸다. 그리고 새로운 걱정이 시작되었다.






                                                                '영어로 잘 말할 수 있을까?'

Natasha & Je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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