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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We're tuff.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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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정 Nov 01. 2019

결정의 순간, 발런타인데이

발런타인데이에 우편물이 도착했다.

영어 가득한 글자를 보고 'Natasha?'를 떠올렸는데 역시나 'Natasha!'. 우편물을 조심스레 가위로 자르니 2019년 달력과 빨간 봉투가 보였다. 빨간 봉투 속 카드엔 발런타인데이를 축하하는 글이 담겨있었다. 한국의 발렌타인데이는 연인을 위한 날인데, 캐나다의 밸런타인은 대상의 폭이 넓구나 싶었다. 카드를 다 읽고 카드 안에 반듯히 접힌 흰 종이를 펼쳤다. 또 다른 글과 캐나다 달러가 있었다. 물음표와 함께 기념화인가 싶어 네이버에 검색하였다. 사용 가능한 돈이었다. 나타샤가 캐나다 달러를 보낸 이유를 찾기 위해 카드와 흰 종이에 적힌 글을 꼼꼼히 읽었다. 혹시나 놓친 게 있을까 싶어 번역기에 글을 옮겼지만, 돈에 대한 언급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러나 보낸 이유를 알 듯도 했다. 

'I do hope I will see you for your birthday this year!!'


돈을 보낸 일은 처음이 아니었다. 

까미노에서 나타샤와 빅토는 내게 연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칭찬 뒤엔 늘 '넌 굿 와이프가 될 거야! 너의 연인은 행복할 거야!'라고 말했다. 칭찬 덕분인지 2년 후 그 연인과 결혼을 약속했고, 소식을 전하기 위해 편지와 청첩장을 보냈다. 나타샤와 빅토는 축하와 함께 한국으로 가지 못해 미안해라는 글이 적힌 편지 그리고 나타샤의 엄마에게 물려받은 오래된 티스푼과 고양이 펜던트를 보냈다. 결혼식이 다가올 즈음, 또 한 번 우편물이 도착했다. 결혼을 축하하는 편지와 미국 달러가 들어있었다. 나타샤와 빅토는 내가 발리로 신혼여행을 가는 것을 알았기에 캐나다 달러를 미국 달러로 환전해서 보내주었다. 소식을 전한다고 청첩장을 보낸 일이 빅토와 나타샤를 미안하게 만든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결혼식을 마치고 다음 까미노를 준비하는 나탸사와 빅토를 위한 선물과 결혼사진, 영상을 보냈다. 나타샤와 빅토는 영상을 보내줘서 너무나 고맙다고 그리고 결혼식에 못 가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메일 끝엔 언젠가 나와 세문이 나나이모에 오면 좋겠다고 쓰여있었다.


퇴근하고 온 세문에게 나타샤의 편지를 보여주었다. 세문은 나에게 '아무래도 가야겠네'라고 말했다. 나도 가고 싶지만 걱정은 계속되었다. 까미노에서 다섯 번 남짓한 만남이었는데 괜찮은 걸까? 걱정이 되었다. 우선 며칠 뒤면 베트남 여행을 떠나기에 결정을 미뤘다. 나타샤에겐 발런타인데이 소포에 대한 이야기, 보고 싶은 마음 , 만일 가게 된다면 미리 계획을 전한다고 메일을 보냈다.   


베트남 여행 동안 나타샤와 메일을 주고받았다. 나타샤는 밴쿠버 아일랜드에 함께 여행하면 좋은 곳들에 대해 소개하는 글과 캐나다에 온다면 체류비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메일을 보냈다. 갈까 말까 한 마음은 점점 가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가야만 할 것 같았다. 베트남 여행에서 돌아와 여독을 녹이며 비행기 값을 비교하는 사이트를 들락날락했다. 저렴한 표가 나올 때면 세문에게 캐나다 여행 계획에 대해 운을 띄었고, 세문은 지지해주었고 걱정 끝에 나는 결정했다. 중국 남방항공 항공표를 결제했다. 


3주 동안 캐나다 밴쿠버아일랜드 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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