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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을 사는Joy Jan 01. 2023

사명서

생각이 흐르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내 생각이 손끝에서 자판을 통해 모니터에 찍힌다. 그 순간이 모여서 500자의 글이 된다. 어떤 목적을 위해 쓰는 글이 아닌 나를 바라보며 써낸 100장의 글을 모아 보고 싶다. 어떤 날은 아이들 덕분에 웃고 우는 나를 볼 것이다. 어떤 날은 조용한 일상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사건들로 종이를 채우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 옆의 커피나 작은 지우개가 내 무의식 안의 어떤 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오늘부터 시작되는 앞으로의 백일이 기대되고 두렵고 떨리는 이유이다. 어쩌면 며칠째 정적이 흐르는 하루하루를 보낼지도 모를 일이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하루가 힘에 부칠 날도 있을 것이니.


 무언가 열심히 해 보자 라는 다짐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저 생각이 흐르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해보려고 한다. 어쩌면 그것이 가장 어려운 일일지라도 나에게 가장 솔직하고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열심히 사는 시간이 될지도 모른다.  


 몇 해 전부터 매년 새해를 맞이하며 우리 집 다섯 식구가 모여 앉아 지난해의 감사함과 미안했던 일, 또 새로운 해의 다짐을 적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다. 각자의 일과로 바빠 어떻게 지내고 있었는지, 어떤 생각 속에 살고 있는지 잠깐이지만 스스로 점검하고 말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다. 또한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알기 힘든 서로의 마음속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다. “너는 그랬구나 몰랐어 미안해.” “응 속상했어 올해는 안 그러길 부탁해.” “그 말이 서운했구나. 지금은 어때?” “그럴 수 있겠다. 그럴 땐 어떤 방법이 좋을까?”

 

 어젯밤, 아직도 서툴지만 서로 간에 이야기를 나누고 들었다. 그 속에서 이해의 시간과 폭은 점점 늘어갈 것이라는 희망을 느낄 수 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무엇이든 허투루 하는 말과 행동은 없다. 의미는 부여하기 나름이니 말이다. 내 주변에 더 관심을 가지고 내 마음이 흐르는 대로 생각의 길을 따라 나만의 의미를 부여해 본다. 그것들의 뭉치가 내 손끝을 타고 엉킨 실타래 풀듯 글쓰기 여정을 함께하는 친구가 되어 주기를 바란다.


#책과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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