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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을 사는Joy Jan 03. 2023

어떤 빵은 기다려야 맛있어져요

나는 식빵 너는 깨찰빵

[100-3] 기다려야 맛있어져     

초보 베이커의 집에는 오늘도 버터 냄새를 폴폴 풍기며 오븐기가 돌아간다. 비주얼은 썩 마땅치 않지만 오늘도 그럴싸하게 나온 빵의 정체는 깨찰빵이다. 깨찰빵의 주원료는 타피오카전분. 그리고 약간의 밀가루와 버터, 계란과 소금이다. 하나에 천 원씩은 주어야 사 먹을 수 있는 빵을 뚝딱 내손으로 한 번에 몇 개씩 만들어내니 내심 뿌듯하고 썩 괜찮다. 그런데 오븐에서 나온 빵을 한 김 식혀 먹으려니 잇몸이 벗겨질 정도로 딱딱하다. 아니 왜? 속도 찔깃 찔깃 질기기 이를 데 없다. 그래도 맛은 나쁘지 않다며 마저 우걱우걱 먹어본다. 식감은 영 별로여서 위생비닐에 무심하게 담아 두고 한나절을 보냈다. 저녁나절에 입이 심심해서 꺼내 본 깨찰빵은 보들보들하고 쫄깃한 것이 막 나왔을 때랑은 완전히 딴판이었다. 이 빵도 숙성되는 시간이 필요하구나. 당연히 방금 나온 빵이 맛있을 거라 생각했던 내 고정관념이 또 한 번 깨지는 순간이었다. 뜸을 들이는 시간이 있어야 맛있어지는 쌀밥처럼, 고소한 버터 향이 코를 자극하지만 기다려야 맛있어지는 빵. 기다림은 지루하다. 기다리면 좋아질 거라는 확신이 있다면 덜 지루할 텐데 말이다. 쌀밥이나 빵처럼 기다리면 모든 것이 좋아진다는 확신이 있으면 좋겠다. 식빵이나 도넛은 나왔을 때 바로 먹어야 맛있다. 그렇지만 카스텔라나 치즈케이크는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 숙성이 되어야 맛있다. 뭐든 기다리는 것이 해답도 아닌 듯 기다림이라는 이유로 너무 오래 두어 곰팡이가 피지 않도록 살펴야 한다.   

   

『자로가 공자에게 물었다. “들으면 곧 실천해야 합니까?”

공자가 말했다. “부모 형제가 있는데 어찌 듣는 대로 바로 행하겠는가?”

염유가 같은 질문을 하자 공자가 말했다. “들으면 곧 행해야 한다.”

공서화가 물었다. “왜 자로와 염유의 같은 질문에 다른 대답을 하십니까?”

공자가 말했다. “염유는 소극적이라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한 것이고,

자로는 지나치게 적극적이어서 물러서도록 한 것이다.”』

_<선진>  

   

아! 너무 어렵다.

그때그때 달라요.

                          애 by 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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