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는 커서 누구랑 결혼할 거야?”
“아빠랑 결혼할 거야!”
이 짧은 대화를 나누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지금은 4살인 딸 서아는, 3살 때까지만 해도 “엄마랑 결혼할 거야”라고 말하곤 했다. 물론 딸의 마음속에서 엄마의 자리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엄마는 딸에게 전부이고, 나라는 존재는 아마 부차적인 배경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그런데, 드디어 이 말을 듣게 된 날. 나는 딸바보로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격을 느꼈다.
누군가는 그저 지나갈 수 있는 사소한 대화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딸이 “아빠랑 결혼할 거야”라고 말하는 순간, 내 마음속에는 잔잔한 따뜻함이 스며들었다. 어쩌면 이 말이 딸아이가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방식으로 보여주는 증거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딸과의 대화 속에서 이런 사소한 말들은 마치 보석처럼 소중하다. 아빠라는 자리가 단순히 “가족”이라는 틀을 넘어, 딸아이의 세상 속에 특별한 존재로 자리 잡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작은 한마디가 나에게 주는 감동은 가히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크다.
“아빠랑 결혼할 거야.”
아마도 시간이 지나면 딸은 이 말을 기억조차 못 할 것이다. 언젠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지금의 아빠라는 존재는 자연스럽게 딸의 세계에서 조금씩 멀어지겠지. 하지만 그날의 대화는 내 마음에 오래도록 남아 있을 것이다.
아빠와 딸 사이에서 오가는 이런 사소한 말들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는지, 딸을 키우기 전에는 몰랐다. 지금 이 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앞으로 이런 순간이 얼마나 귀할지 매일 새삼 깨닫는다.
우리 딸은 아직 4살이다.
아직 세상을 많이 알지 못하고, 지금의 “결혼”이라는 말도 그저 엄마와 아빠의 이야기를 따라 하며 나온 것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순간들을 가슴에 품고 딸아이와의 시간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싶다. 딸바보인 내가 감격했던 그 작은 순간을 떠올리며, 앞으로도 더 많은 따뜻함을 만들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