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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빈자리

by 스페셜티

지난봄, 둘째가 태어났다.

첫째를 키운 경험이 있었기에 산후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기본적인 상식은 있었다. 하지만 둘째가 태어난 날, 아내와 나는 첫째 때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문제를 마주했다. 바로 첫째와 엄마의 이별이었다.


출산을 하면 산부인과에서 3일 정도 입원한 뒤 산후조리원으로 이동해 1~2주 정도 머무는 것이 일반적이다. 첫째 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는 고민 끝에 10일간 산후조리원에 머무르기로 했다. 2주는 너무 길고, 1주는 너무 짧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둘째가 태어난 날, 첫째와 아내가 제대로 된 인사조차 나누지 못한 채 헤어졌다는 점이었다.

처음에는 첫째가 덤덤해 보였다. 하지만 밤이 되어 잘 시간이 다가오자, 엄마가 없다는 사실이 실감된 것인지 딸아이는 울음을 터트렸다. 장난감이나 놀이 같은 유혹도, 아무리 애써서 달래는 위로도 통하지 않았다.


결국 병원에 입원해 있는 아내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딸아이는 엄마의 얼굴을 화면으로 확인하는 순간 더 크게 울었다.


“엄마, 이리 와!”

“서아랑 같이 있어.”

“나도 갈 거야.”


4살짜리 딸아이가 엄마를 향한 그리움과 슬픔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엄마가 없는 세상이 딸아이에게는 얼마나 낯설고 두려웠을까. 화면 속에서 딸을 지켜보던 아내도 결국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렸다. 핸드폰 화면 너머로 서로를 바라보며 엄마와 딸은 한참 동안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엄마가 아이에게 주는 힘은 정말 크다.

아이에게 엄마가 사라지는 것은 세상을 잃는 것과 다름없었다. 딸아이는 엄마의 부재를 느끼며 울음을 터뜨렸지만, 그 뒤로도 우리는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장인어른, 장모님, 처남, 그리고 시댁 부모님까지 모든 가족이 총동원되었다.

낮에는 어린이집에 보내고, 저녁에는 딸아이를 위해 다채로운 놀이와 이벤트를 준비했다. 가족 모두가 바통을 이어받듯 딸을 돌봤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가족이 노력을 기울여도, 엄마의 빈자리를 완전히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느꼈다. 아이의 눈빛 속에는 여전히 엄마를 향한 그리움이 가득했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다시 한번 엄마라는 존재가 아이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깨달았다.

엄마는 단순히 아이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안전하게 만들어준다. 그 따뜻한 품과 한마디의 말이 아이에게는 전부다. 그리고 아빠로서 나는 딸아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역할을 더 잘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엄마의 빈자리를 완전히 메울 수는 없겠지만, 딸아이의 세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곁에서 함께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2주간의 이별 속에서도 딸아이는 무너지지 않았다.

그리고 나도, 우리 가족도 그 시간을 통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엄마의 빈자리를 절감한 만큼, 앞으로 엄마가 채워줄 따뜻한 시간의 소중함을 마음에 새기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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