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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빈자리

by 스페셜티

아내가 산후조리원에 있는 2주 동안, 우리 가족은 하나가 되어 아내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애썼다.

아침이면 내가 딸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었고, 장모님과 장인어른이 어린이집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딸을 집으로 데려왔다. 저녁에는 온 가족이 모여 함께 식사를 하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딸아이가 엄마의 부재를 느끼지 않게 하기 위해 매일 다양한 활동을 준비했다. 어느 날은 키즈카페로 향했고, 또 다른 날은 쇼핑몰로 나들이를 갔다. 주말이면 처남이 와서 딸아이와 온몸으로 뛰어놀며 에너지를 쏟았다. 일요일에는 내가 딸아이와 함께 교회 주일학교에 갔다. 엄마가 곁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머리를 묶어주고, 예쁜 옷을 골라 입혔다.


딸아이는 그런 노력을 알아챘을까?

우리의 바람대로 딸아이는 매일 즐겁게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그 즐거움이 진심으로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준 것인지, 아니면 딸아이가 그리움을 애써 숨긴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었다.


엄마의 역할이 크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아내가 산후조리원에 있는 동안, 그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는지 직접 경험하며 그 크기를 다시 한번 실감했다. 2주가 지나고 장모님과 장인어른은 긴장이 풀리셨는지 몸살에 걸리셨다. 나 역시 몸이 피곤하고 무거워졌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얼마나 대단한 사람일까?”

평소에는 당연하게 느껴지던 아내의 역할이, 아내가 없어진 순간 너무나 커다란 빈자리로 다가왔다. 매일같이 딸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하고, 나와 가족을 위해 애쓰는 그 모습이 얼마나 고마운지, 그리고 그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부분을 당연시하고 있었는지 깨달았다.


아내가 없는 동안 딸아이는 웃고 즐기며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나 그 웃음 뒤에는 분명 엄마에 대한 그리움이 숨어 있었을 것이다. 가족 모두가 최선을 다해 아내의 빈자리를 채우려 노력했지만, 그 자리를 완전히 채우는 것은 불가능했다. 딸아이의 마음 한편에는 여전히 엄마를 향한 그리움이 남아 있었을 것이다.


아내가 얼마나 대단한지, 그리고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2주라는 시간이 나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아내가 다시 돌아오면, 그 감사함을 꼭 표현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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