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산후조리원에서 나왔다.
첫째는 어린이집에 가 있는 동안 아내는 준비를 마치고, 2주 만에 직접 딸을 데리러 갔다. 나는 내심 딸아이가 엄마를 다시 만났을 때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어떤 아이는 엄마를 만나자마자 기뻐서 날뛰고, 또 어떤 아이는 엄마를 보자마자 엉엉 운다고 들었다. 과연 우리 딸은 어떻게 반응할까? 엄마를 다시 만난 딸아이의 모습이 궁금하면서도 약간의 긴장이 느껴졌다.
하지만 딸아이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딸아이는 엄마를 보더니 무덤덤하게 “안녕”이라고만 말하고, 심지어 엄마를 안지도 않은 채 차에 올라탔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집으로 돌아왔고, 집에서도 특별한 변화 없이 평소처럼 가족들과 놀았다.
아내와 나는 “괜찮은가 보다”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가족들이 정말 잘 챙겨준 덕분에 딸아이가 엄마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지 않았나 보다 싶었다. 딸아이의 담담한 반응이 안도감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그런데 밤이 되고, 모든 것이 달라졌다.
딸아이가 잠자리에 들 준비를 마친 뒤, 아내가 조용히 말했다.
“엄마가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해.”
그 말을 듣는 순간, 딸아이는 터져버린 듯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서럽게 우는 모습은 처음이었다. 온몸을 떨며 울음을 터뜨리는 딸아이를 보며 아내와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내는 딸을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엄마 이제 어디 안 갈 거야. 항상 너랑 같이 있을게.”
딸아이는 아내의 품속에서 한참을 울었다.
그동안 딸아이는 엄마가 다시 떠날까 봐 걱정하며 감정을 꾹꾹 눌러 담고 있었다. 엄마를 보자마자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이유도, 혹시라도 엄마가 또다시 자신을 두고 갈까 봐 마음의 벽을 세우고 있었던 것이다.
4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딸아이는 2주라는 긴 시간을 참아내고 있었다.
그 어린아이가 얼마나 많은 감정을 속으로 삼켰을지 생각하면 기특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딸아이의 눈물이 멈춘 뒤, 아내는 다시 한번 딸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그날 밤의 재회는 우리 가족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따뜻한 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