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교통은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동 수단이다.
평소에는 차를 이용하는 것이 일상이기에, 버스나 지하철은 가끔씩 아내가 차를 써야 할 때나 이용한다. 대부분은 출퇴근 시간을 피해서 움직이려고 하지만, 미팅 시간이 이른 아침으로 잡힐 때는 어쩔 수 없이 출근 시간대에 지하철을 타야 한다.
그날도 마침 출근 시간에 맞춰 지하철을 이용하게 되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제시간에 도착하기로 한 열차는 출입문 고장으로 인해 내가 서 있던 역을 그냥 지나쳐버렸다. 이미 플랫폼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어 발을 옮기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고장 난 열차를 보낸 후 다음 열차가 왔지만, 그 열차 역시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결국 그다음 열차에 억지로 몸을 밀어 넣었다.
마치 몸 전체가 짜부라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열차 안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사람들로 가득했다. 사람들은 그 상황에서도 각자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대부분이 무선 이어폰을 끼고 핸드폰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지옥철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순간이었다.
열차가 다음 역에 도착했을 때, 우리 칸에서 한 사람이 내려야 했다.
그는 “이번에 내려야 해요! “라고 소리쳤지만,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사실 반응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열차 안은 너무 꽉 차서 움직이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잠시 열차에서 내려주고 다시 타곤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이어폰을 낀 사람들이 그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심지어 문 앞에 있는 사람들도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다.
결국 그는 내리지 못했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나도 황당했는데, 내리지 못한 그 사람은 얼마나 더 당황했을까? 얼굴이 붉어지는 그의 모습을 보며 괜히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잠실역에 도착하자 열차 안의 약 80%의 사람들이 내렸다.
그동안 밀려있던 공간이 비었지만, 열차 중앙은 텅 비어 있었고 문 앞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빽빽하게 서 있었다. 새로 탑승하는 사람들은 문 앞에 몰려 있는 사람들을 향해 화를 냈다.
“안으로 좀 들어가세요! 자리가 이렇게 많은데 왜 안 움직이는 거예요!”
그 말은 맞는 말이었다. 열차 중앙에는 넉넉한 공간이 있었지만, 문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자신의 자리를 고수하며 상황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듯했다.
물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것도 중요하고, 남에게 간섭받고 싶지 않은 마음도 이해한다.
하지만 지하철이라는 공간은 함께 사용하는 공공의 공간이다. 최소한 내 주변 상황을 한 번쯤 살피고, 나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그날 지하철 안에서 보았던 광경들은 단순히 “불편하다”를 넘어서 “공동체의 기본적인 배려가 점점 희미해지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들게 했다. 사회라는 이름 아래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최소한의 공간과 배려를 나눠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