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어느새 핸드폰으로 사진 보는 방법을 터득했다.
최대한 핸드폰을 안 보여주려고 노력했는데, 이미 동영상을 보는 법까지 알아낸 걸 보면 디지털 기기는 어쩌면 그들에게 본능적인 도구일지도 모른다. 가끔은 내가 아이에게 핸드폰 사용법을 배울 날도 머지않았다고 생각이 들 정도다.
반면,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는 다르다. 핸드폰에 카드를 등록해 페이를 사용하는 방법부터 시작해, 간단한 어플 조작법까지 전화를 걸어 물어보신다. OTT 로그인 방법이 헷갈리신다며 한참을 설명해도 여전히 어려워하시고, 가끔은 직접 찾아가서 도와드려야 할 때도 있다. 어머니는 터치스크린을 세게 눌러야 반응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고, 아버지는 “왜 비밀번호를 계속 물어보는지 모르겠다”라고 투덜거리신다.
이렇게 우리 집은 디지털 세대의 스펙트럼을 모두 품고 있다.
아이처럼 디지털 기기를 본능적으로 다루는 세대가 있는가 하면, 부모님처럼 익숙하지 않아 한 걸음씩 배워가는 세대도 있다. 같은 스마트폰을 들고 있어도, 사용하는 방법과 접근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이 차이는 단순히 나이 때문일까? 아니면 디지털 환경에서 성장한 경험의 차이 때문일까?
아이들에게 디지털 기기는 장난감처럼 자연스러운 도구다. 클릭과 스와이프는 그들에게 마치 본능적인 행동처럼 보인다. 반면, 부모님 세대에게 디지털 기기는 여전히 낯설고 때로는 두려운 존재다. 내가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보내드리면, 어머니는 그 사진을 열어보는 방법을 물어보시고, 아버지는 다운로드한 사진이 어디에 저장되었는지 찾으신다. 같은 기기 안에서도 우리는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다면 이런 차이를 극복하고 서로 소통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답은 간단하다. 서로에게 맞춰가는 노력이다. 아이들에게는 그들의 호기심과 속도를 존중하면서도 디지털 기기의 위험성을 차근차근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부모님 세대에게는 그들이 이해하기 쉽고 익숙한 방식으로 설명하고 기다려주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몇 주 전, 부모님께 OTT 계정을 공유해 드리면서 로그인 방법을 다시 알려드렸다. 그날 밤, 아버지께서 보낸 메시지는 단 한 줄이었다.
“아들 고맙다. 땡큐!.”
그 짧은 문장이, 그동안 쌓였던 모든 설명의 피로를 잊게 만들었다.
결국, 디지털 세대 간의 차이는 극복하지 못할 벽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아이들에게 배우고, 부모님께 가르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디지털 기기가 세대의 차이를 드러내는 도구가 아니라, 세대를 연결하는 다리가 될 수 있도록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