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알람 소리에 지배당하는 하루

by 스페셜티

아침이 밝았다. 아니, 아침이 밝기 전에 알람이 나를 깨운다.

보통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알람을 4~5개쯤 맞춰놓는다. 그중 하나라도 놓치면 어쩔 수 없이 다음 알람에 기대를 건다. 그리고 결국에는 아내의 다그침에 일어나는 일이 다반사다. “좀 일어나라니까!” 이 소리에 놀라서야 겨우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하루의 첫 순간부터 알람에 지배당하는 기분이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다.

내가 깨어 있는 시간 동안 알람 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내가 설정하지 않은, 자동으로 켜져 있는 어플들의 알림이 시도 때도 없이 울려댄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메시지나 업데이트 알림이 핸드폰 화면을 가득 채운다. 단톡방은 말할 것도 없다. 어느새 50개가 넘는 메시지가 쌓여 있고, 중요한 메시지가 있을까 봐 무시할 수도 없다. 가끔은 몇몇 단톡방의 알림을 꺼놓기도 하지만, 정말 중요한 단톡방은 알림을 끌 수가 없다. 그래서 여전히 울려대는 알림에 귀를 기울이며 하루를 보낸다.


요즘은 스마트워치까지 연동되어 있으니 알림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더 어렵다. 핸드폰을 확인하지 않더라도, 손목에서 진동이 울린다. 나는 시계를 한 번 들여다보고 다시 한번 알림의 내용에 반응한다. 중요한 일이 있을까 봐 무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완전히 대응하지 않기에도 찝찝하다.

알림이 없으면 허전한 것 같으면서도, 많아지면 귀찮고 피로하다. 나는 하루 종일 알람 소리와 진동에 끌려다니는 기분이다.


그런데 문득 생각해 본다.

이 알림들이 정말 나에게 필요한 것일까? 물론, 중요한 메시지나 일정은 알람 덕분에 놓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외의 불필요한 알림까지 확인하는 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는 얼마나 될까? 하루에 몇 번이고 울리는 알람 소리에 따라 움직이는 나는, 정말 내 시간을 내가 주도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알람 소리에 휘둘리고 있는 걸까?


우리는 디지털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의 삶은 더 편리해졌고, 동시에 더 복잡해졌다. 알람과 알림은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일을 상기시켜 주지만, 때로는 우리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방해하기도 한다. 나는 하루를 마무리하며 알람 소리가 없는 시간에 대해 생각한다.

그 조용한 순간이야말로 진정한 평화를 느낄 수 있는 시간 아닐까? 어쩌면 알람을 잠시 꺼두는 것도 필요한 일이 아닐까 싶다.


오늘 밤, 나는 알람을 한 개만 맞추고 잠들어볼 생각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부모를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