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은 유독 어떤 삼촌만 만나면 겁먹고 울곤 한다. 그 동생이 정말 크고 뚜렷하게 생겨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3살, 4살 여자아이들은 남자 어른을 보면 무서워하는 것이 일반적이기도 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아빠와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 어른들을 보면 처음에는 경계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마음을 열곤 한다.
아이들은 무서운 것도 많고 신기한 것도 많다. 멀리서 바라보는 강아지나 고양이는 너무 귀엽지만, 가까이에서 만나면 또 무서워한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이런 변덕스러운 반응에 어느 장단에 맞춰줘야 할지 어려울 때가 많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다. 아이가 엄마를 바라볼 때의 시선이다.
아이가 엄마를 바라볼 때는 단 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사랑.
이 한 단어로도 부족하지만, 그 이상으로 더 적합한 단어를 찾을 수 없다. 아이는 수많은 것을 보고, 경험하고, 느낀 후에 다시 엄마를 바라본다. 그 시선에는 온전한 사랑이 담겨 있다. 엄마가 혼을 낼 때도, 밥을 먹을 때도, 놀이를 할 때도, 심지어 잠들기 전까지도 아이의 시선은 엄마를 향한다. 아이는 엄마를 통해 안정감을 얻고, 그 사랑을 통해 세상과 연결된다.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한다. 우리가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으로 바라본 적이 언제였던가? 아이들이 엄마를 바라보는 시선을 연인이나 가족 간에서도 유지할 수 있다면, 세상은 얼마나 따뜻해질까?
연인 관계에서 사랑이 빠져 있다면 그 관계는 유지될 수 없다. 가족도 마찬가지다. 가족 간에 사랑이 빠져 있다면 가정은 화목할 수 없다. 사랑은 단순히 안정감을 주는 감정이 아니다. 사랑은 서로를 완전하게 보완하고, 부족함을 채워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때로는 힘들고 지치는 순간이 찾아온다. 엄마가 피곤할 때도 있고, 아이의 끝없는 호기심에 지칠 때도 있다. 하지만 아이의 시선에는 언제나 사랑이 담겨 있다. 그런 아이의 사랑을 떠올리면, 모든 피로가 사라지는 순간이 있다. 아이가 온 마음으로 보내는 그 사랑의 시선을 부모가 더 많이 느끼고 기억한다면, 우리는 조금 더 행복한 가정을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도 누군가에게 그런 시선을 줄 수 있다면 어떨까?
단순히 상대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사랑과 이해로 상대를 마주할 수 있다면, 우리 주변의 관계와 세상은 조금 더 따뜻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