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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pecialA Sep 04. 2023

06 바이오 스타트업 시리즈 투자

앞선 글에 이어 투자유치 부분을 좀 더 알아보자면,


보통의 스타트업은 자본금 외 투자를 받아 운영이 된다. 물론 비즈니스 모델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회사를 키우고자 한다면 시드투자를 받고 시리즈 A, B, C 또는 D까지 하는 경우가 일반적일 거다. 보통 C 이후로 IPO를 준비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바이오 스타트업은 보통 임상단계까지 가면 시간과 자금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끝까지 간다는 게 쉽지 않다. 그런 특성 덕분에 작은 회사들은 일찌감치 시리즈 A, B 즈음에 License-out이나 M&A로 exit을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회사규모는 키우지 않고 적정한 파이프라인을 여러 개 만든 다음,


1) 될성부른 아이템을 어느 정도 만들어 팔고 새로운 거 또 연구해서 파는 License-out

2) License-out을 하면서 공동연구 형식으로 발을 걸쳐놓고. 특허출원이나 연구개발을 같이해나가거나

3) 회사를 째로 넘기고 새 아이템으로 새 회사를 설립하는 등


형태로 수익을 내는 거다. 경우에 따라 쭉 투자 라운드를 돌고 기술특례상장 쪽을 노리는 경우도 있다. 


본격적인 시리즈 투자유치는 최소 6개월에서 1년 전부터 준비한다. 이전에 투자 유치가 상시모집과 같다고 했는데 회사입장에서야 자금이 들어오는 건 대부분 환영할만한 일이다. 하지만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지분 희석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니 돈을 받는 것도 꽤나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이다. 준다고 아무한테나 받을 수도 없고, 후속투자유치에 도움이 될만한 탄탄한 곳에서 받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 후 회사경영에 너무 간섭이 심한 곳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모 회장님께 들었던 어떤 스타트업의 경우, 개인투자를 해주신 분이 있었는데 아침부터 회사로 출근해서 하루종일 지켜보다가 가고 매일 진척사항이 없냐고 전화하고 이메일로 자료 보내달라 하는 등 회사 입장에서 힘든 투자자도 있었다고 한다.


요즘에는 스타트업을 육성, 지원하고자 하는 곳이 많다.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에 들어가면 공유오피스를 제공해 준다거나 IR자료를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거나 사업화 모델을 컨설팅해 준다거나 하는 여러 종류의 지원을 받을 수가 있다. 여기서 후속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명이 되면 투자를 받을 수도 있고, 또 이런 곳에서 투자를 받아 주간사로 이끌어주면 다른 정부과제라던지 다른 기관 투자유치로 연결되기에도 좋다. 그렇기에 어떤 곳이 우리 회사의 value-up에 도움이 되는지 전략적으로 판단해서 투자를 유치해야 한다.


제약바이오처럼 전문분야인 경우 보통 해당 분야 전문 심사역이 있다. 여러 미팅을 하다 보니 바이오 심사역이 아예 없는 곳들도 있긴 했다. 이런 경우엔 기존 심사역들이 사업화 가능성에 대한 심사를 하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서 타깃 아이템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다. 바이오 심사역이 있는 곳들은 상대적으로 가부가 빨리 결정되는 반면, 외부 전문가들을 섭외하는 곳은 일정이 꽤 길어지는 경향이 있었던 것 같다.


보통 미팅을 하고 빠르면 하루이틀, 길면 일주일 이내로 결과를 전달받았다. 보완 또는 추가 설명을 요청하는 경우엔 미팅을 여러 번 하고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초기 바이오 스타트업은 아이템 외에 보통 팀구성 중요하게 본다.


창업팀이 얼마나 이 연구에 있어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지,
이 연구를 비롯하여 회사 경영을 끌어갈 만큼의 사업적 역량이 있는지,
사업에 대한 의지가 어느 정도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주로 전문분야인지라 연구자 출신들이 창업하는 경우 너무 비즈니스 세상을 잘 몰라서 사업적으로 고집을 부린다거나, 판단미스를 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실무행정(특히, 재무회계 부분)을 유야무야 넘어가다가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 이슈가 발생하지 않는 구조인지 회사 조직구성을 부차적으로 참고하는 것 같았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그 외 전체 인력 중 연구개발 인력이 어느 정도 있는지, 전체 경상비 지출 중 연구개발비 지출이 어느 정도 비중인지 등을 주요하게 본다. 그 말인즉슨, 회사에서 연구개발에 얼마나 진심으로 투자하고 있는지를 본다는 말이다. 말과 글로 우리가 얼마나 이 사업에 진심인지 수백수만 번을 설명 듣는 것보다 숫자로 보여주는 게 심사역들에겐 크게 와닿는다는 거다.




지금같이 바이오 분야 투자심리가 냉랭할 땐 투자유치가 꽤나 어렵지만 초기 스타트업은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을 투자받고자 하기 때문이고 그 정도의 투자금으로도 얼마든지 다음 라운드까지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는 시드투자 후 본격적인 시리즈 A 투자를 돌기 전에 Pre-A로 일부 투자금을 확보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많을 때는 주에 1,2곳 미팅이 잡히기도 하고 한두 달 미팅 없이 한가로운 때도 있었다. 투자 미팅이 잡힐 때마다 급작스레 요청자료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뭔가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바라는 설렘과 기대감에 들썩거리기도 했다. 그 와중에 가장 좋았던 건 내가 맡은 일 중에 가장 '기획스러운' 일을 하고 있다는 거였다. 


종종 감사하게도 내가 참여할 수 있는 미팅도 있었는데 덕분에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사실 회사의 경영전략을 짜는 건 프로젝트 하나 기획하는 것과는 사이즈부터가 다르고, 알아야 하는 범위 자체가 넘사벽이었기에 시야를 더 넓히고 더 디테일을 살려서 기획을 해볼 수 있는 게 굉장히 좋았다.


그게 바로 내가 이 회사로 이직을 결정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기업의 생리에 대해 더 알고 싶고, 내 역량을 시험해보고 싶었던 것을 모두 채울 수 있는 제일 적합한 기회였다. 무엇보다도 현업에 있는 전문가들로부터 전략에 대한 냉철한 피드백과 평가, 그리고 개선방향에 대한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건 굉장히 소중한 기회였다.


내가 퇴사하던 그날까지 투자 미팅은 쭉 이어졌다.

아직 별다른 소식을 들은 바는 없지만 모쪼록 잘되고 있길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으로 다음 편으로 넘어가야겠다.

  


요약 한 줄.

- 투자라운드 도는 거 너무 힘들어요... 마상을 입기도 하고.. 기가 빨리기도 하고...

- 이 회사에 와서 심사역이라는 직업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멋진 직업이면서 정말 냉철한 직업이었다. 음.. 나는 아마 죽었다가 다시 일어나면 할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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