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매거진
2024년의 이런저런 끄적임
실행
신고
라이킷
7
댓글
공유
닫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브런치스토리 시작하기
브런치스토리 홈
브런치스토리 나우
브런치스토리 책방
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SpecialA
Sep 30. 2024
08. 임신이 종료되었습니다
마음을 편하게 먹으라는, 담당의 선생님의 말씀에도 그것은 쉬이 되지 않았다.
다른 준비를 열심히 해나가고 있었지만 그것도
불안감을 온전히 해소해주기에는 몹시 부족했다
.
좀 더 지켜보기로 한 일주일이 지났고 우리는 병원에 갔다.
여전히 나는 불안과 초조에 시달렸다.
마치 병원에서 시한부 선고만 안 받았을 뿐 이미 죽을걸 알고 있는 사람 같았다.
병원에 가기 3일 전쯤.
자고 일어나니 배
가 땅기고 뻐근하게 아팠던 느낌이 사라지고 없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때 같이 평온했다.
신랑에게 느낌이 이상하다고 했다.
너무 고요하다고.
신랑은 이제 달콤이 가 자기가 지낼 집을 다 지은 모양이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인정하기 싫었을 뿐,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나의 임신이 끝나가고 있음을.
나를 위로하기 위해 신랑은 2일간 휴가를 내고 울었다
.
쉬었다를 반복하며 울먹이는 내 곁을 지켰다.
또 가지면 되지.
나는 네가 더 소중해.
네가 울고 힘들어하는 게 너무 속상해.
그가 나를 위로하는 방법이었다.
저녁을 먹고 있던 중이었다.
울컥, 커다란 덩어리가 몸 밖으로
나왔고 아랫도리에
묵직함이
느껴졌다.
이게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그 덩어리인가 보다.
곧 생리가
시작될 거예요.
주치의
선생님의 말씀이 유독 슬프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생리가
올 거고, 양이 보통 때보다 꽤 많을
거예요.
덩어리가 나올 수 있는데 놀랄만한 것은 아니에요.
혹시나 수술이 필요할까
걱정했는데
우리
달콤
이는, 알아서 나올 것 같으니 수술이나 약물은 필요 없을 것이라고 했다.
병원에서 아이가 떠날 것임을 알게 된 순간부터 나는 시도 때도 없이 울어댔다.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눈물이
마를 새가 없었다.
아무 생각을 안 하고 있어도 갑자기 그냥 눈물이 흘렀다.
그렇게 애지중지하고 기뻤던 것도 아니면서
,
슬픈 건지 아쉬운 건지 뭔지 나
스스로도
알 수 없는 그 감정에 휩싸여서 정체 모를 눈물을 계속 흘려댔다.
오히려 주말
부부여서 신랑이 집에 없는 것이 도움이
됐다.
신랑이 있었다면 더 자주
더 많이
울컥해서
울었을 것 같았다.
가족들로부터 위로의 전화가 계속
됐
다.
다들
흔한 일이니 걱정 말라며
곧 또
가지
면
된다
고 위로를 전해왔다.
다 맞
는 말인데, 눈물이 쉬이
멈추진
않았다.
그
말들은
시간이
흘러
주체 못 하는 이 감정을
추스르는데 도움이
되어줬다
.
스스로도 마음을 추스르려 이를 악물었다.
주말부부라 혼자 있을 나를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하루, 내 임신은
마무리되어 갔다.
묵직한 덩어리가 느껴진 순간, 지난 몇 주간 정말로 존재하는 것인지 의문을 가졌던 녀석이 실존했다는 사실과 동시에 정말로 떠났음을 실감했다.
그냥 뭐라 이루 말할 수 없는 느낌이 내 몸을 감쌌다.
나의 첫 번째 임신은 이렇게 끝이 났다.
keyword
임신출산
유산
임신
SpecialA
소속
직업
기획자
평생 기획일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하며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는 직장인입니다
구독자
24
제안하기
구독
매거진의 이전글
07. 달콤한 너의 인생을 기대해
09. 7주 간의 임신이 준 선물
매거진의 다음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