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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꽃 Dec 17. 2024

보듬다, 너를

어제도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정신없이 뛰어가는 너의 뒷모습을

핸드폰에 얼굴을 파묻고 가는 너의 뒷모습을

친구들과 깔깔대며 걸어가는 너의 뒷모습을 


오늘도 나는 베란다 창에 서서 한참을 

눈으로 마음으로 보듬는다.


발 디딜 틈 없는 네 방문을 열고 들어가 

책상 위 어지럽게 놓여있는 문제집이며

책이며 샤프며 화장품이며...

그것들의 제자리를 하나둘 찾아 

가지런히 정리하기 시작한다. 

작은 방안을 참 빼곡히 도 잘 어지르느라

너도 참 바쁘겠다 싶다.


이제 사춘기가 된 너를 

엄마는 그렇게 매일 엄마의 방식대로 보듬고 있단다.

너와 싸우는 날이 더 많아 

얼굴 맞대고 직접 보듬어 주진 못해도 뒷모습을 늘 지켜보고

네 방에 들어오는 걸 싫어하니

어질러진 네 방을 청소하며 너 대신 네가 쓰는 물건들을 보듬곤 해. 

언젠간 우리 다시 사이좋아질 날이 있겠지? 


오늘도 엄마의 보듬기 미션은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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