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죽게 만드는.
아직 미숙한 아이들이 모여 있는 곳이 학교입니다. 그래서 괴롭힘, 따돌림, 싸움 들이 종종 일어나기도 합니다.
사안이 생기면 우선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훈육이든 징계든 아이들의 말을 듣는 것부터가 시작이니까요.
그런데 가끔, 가슴이 철렁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럴만했다. 내 잘못이 아니다. 필요한 일이다. 오히려 내가 피해자다.”
화가 난 아이들은 싸움을 하고 싶어 합니다.
자신의 화는 불의에 대한 정의로움이길, 자신의 싸움은 정당한 투쟁이길 바라죠.
그래서, 화를 내도 될 만한 이유를 만들고 싸움에 굴복할 사람이나 집단을 특정하기도 합니다.
자신은 정당한 분노와 싸움을 했는데. 선생님이 되레 잘못한 사람처럼 대하니 가해 학생은 또다시 화가 납니다.
분노와 투쟁이 필요한 순간도 있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이 과정 속에서 순수한 분노와 투쟁인지. 아니면 누군가를 공격하고 싶어 하는 본성이 발현된 것인지 짐작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동안 이런 아이들에게 어떤 교육적 경험과 가르침을 구성해야 할지 고민이 많이 됩니다. 특히 ‘나의 생각과 행동은 옳다.’라는 강한 확신이 있는 아이를 어루만지기는 쉽지 않은 일이죠.
그렇다고 이 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아무 경험도 하지 못한다면 큰 직무유기라는 생각도 듭니다. 학교라는 틀 안에서 가지고 있던 분노를 그대로 사회로 가져가면, 자신이 자신을 책임져야 하는 사회에서 매우 위험하게 작동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혐오가 만연하고, 사람들은 자신만의 정의감에 취해있으며, 누군가에 대한 비난이 응원받는 지금의 시대에서. 서로 존중하고 살피고 예의 바르게 대하자는 당연한 가르침이 허공에서 사라지는 기분을 느낍니다.
직, 간접적으로 저를 지나치는 학생들이 사회의 구성원이 됐을 때.
그들의 정의로움이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 되기를
그들의 투쟁은 야만스럽고 싶은 자신과의 투쟁이기를 바랍니다.
-김포공무원 아무개님께 심심한 조의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