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딨어? 여기 봐!

by 김다라


강박적으로 머릿수를 센다.


친구들과 야구경기를 보러 갑니다. 저를 포함해 7명이 모여 함께 갔어요. 포스트 시즌이라 야구장으로 가는 버스부터 사람이 가득했죠. 다 큰 성인들이 대중교통으로 야구장에 가는 건데. 저는 자꾸만 일행의 머릿수를 셉니다. 마음 같아서는 짝을 지어주고 서로 손을 잡고 가라 그러고 싶은데 그럴 수는 없죠. 그저 틈이 날 때마다 하나, 둘, 셋 하고 수를 세요.


혹시 누구 낙오된 건 아닌가, 혹시 누가 다른 곳에 정신 팔려 잘 따라오지 못하고 있진 않나, 혹시 누가 길을 잃어버리진 않았나.


야구장 좌석은 또 옆으로 쭉 앉네요. 이닝이 넘어갈 때마다 앞뒤로 기웃거리며 머릿수를 셉니다. 저까지 7명이어야 하는데 한 명이 없습니다. 옆 친구에게 자리를 비운 친구가 어디 갔냐고 물어봅니다. 화장실 간 거 같다고 하는데 확실한 답이 아니어서 불안합니다. 우리 팀의 공격이 시작됐는데 집중이 안됩니다.


아, 자리를 비운 친구가 돌아왔네요. 어디 갔다 왔어? 물으니 화장실 다녀왔다고 합니다. 이제야 안심이 됩니다.





사진찍기를 멈출 수 없다.


오랜만에 만나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면서 저는 연신 사진을 찍습니다. 저는 SNS도 하지 않고 사진 찍는 일도 거의 없습니다. 혼자 있을 때, 혼자 여행을 할 때, 혼자 좋은 곳에 가더라도 사진을 거의 찍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친구들과 있을 땐 계속 카메라를 켭니다. 친구들의 모습을 찍어야 할거 같습니다.


친구 중 한 명은 그렇게 사진 찍어서 뭐 할 거냐고 물어봅니다. 굳이 말하지 않으면 보내주지도 않을 거면서 말이죠.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친구들의 모습을 계속 찍어야 할거 같습니다. 특히 “여기 봐봐~” 하면서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있을 때 얼른 한 장씩 카메라에 담습니다.


친구 중 한 명이 함께 셀카를 찍자고 하는데 저는 거절했습니다. 계속 카메라를 들이밀면서 정작 셀카 각도에서는 얼굴을 치우는 저를 보며 유치원 선생님인 친구가 피식 웃었습니다.


야구 경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전철에서, 그 친구가 저에게 말했습니다.

“너 특수교사 맞나 보다.”

저는 “왜?”라고 물었지만 친구는 “아냐” 하고 말았어요. 의아했지만 그러려니 하고 말았습니다.


그날 저녁, 자기 전에 핸드폰 사진을 보다 그때야 친구의 말을 이해했습니다. 제 사진첩에 담긴 친구들의 모습을 넘기다 보니 우리 반 학생들의 사진이 계속 나옵니다. 아, 특수교사 직업병 까지는 아니지만… 계속 머릿수를 세고 사진을 찍는 습관이 어느 순간 몸에 배어 버렸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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