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첨단 신문물의 등장

키오스크의 역습

by 김다라

슈퍼, 카페, 가게 등을 운영하시는 분들은 한 번씩 경험해 봤을 수도 있는 장면. 화폐 개념도 모를 것 같은 아이가 돈, 혹은 카드를 들고 계산을 하려는 모습 본 적 있으시죠? 아이의 보호자가 아이에게 실제 경험을 시켜주고자 “가서 주문해 봐, 계산해 봐.” 하는 모습 말이에요. 어설프게나마 계산을 마친 아이가 세상 뿌듯한 표정을 지으면 참 기특합니다.


특수교육에서는 아이들과 학교 밖 활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럴 때면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카드를 주며 “자기가 고른 건 자기가 계산하는 거예요~” 할 때가 많습니다. 간식을 사러 편의점에 가더라도 간식을 고르고 나면 선생님이 준 카드로 각자 계산하기도 하고요. 공연장 같은 다중 이용시설을 이용할 때도 여건만 된다면 일렬로 쭉 줄 세워서 각자 자신의 몫을 계산해 보기도 합니다.


실제 환경에서의 경험은 특히 장애학생들에게 매우 중요하고 효과적입니다. 동년배의 친구들이 자연스럽게 하게 되며 익히는 경험들을 우리 아이들은 겪지 못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엄청 많기 때문이에요.


“친구들이랑 놀다 올게요”

“머리끈 사게 용돈 좀 주세요.”

“버스카드 충전하게 돈 주세요.”


이런 말들이 장애학생들에게는 자연스럽지 않은 경우가 많죠. 장애 아이를 둔 보호자님 입장에서 걱정이 훅 밀려오기도 합니다. 저런 이야기를 스스로 할 수 있는 아이가 되길 누구보다 원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돈과 관련해선 불안하고 걱정이 됩니다. 그래서 행여 저런 이야기를 장애 아이가 하더라도,


“맛있는 거 해줄 테니 친구들을 초대할까?”

“이따가 마트 가는 길에 머리끈 사다 줄게.”

“버스카드 아빠가 충전해 줄게.”


라고 대답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특히 학년이 높은 학생일수록 기본적 사회기술로 여겨지는 경험이 부족할 때가 많아요.


그런데 최근, 새로운 도전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바로 키오스크의 등장. 아이들이 겨우겨우 화폐 교환 개념을 익히고 점원에게 계산을 시도해 보는 과정에서 이제는 첨단 디지털 기기가 등장하여 아이들을 당황하게 만듭니다. 게다가 신용카드나 체크카드가 없는 아이들도 많아서 “주문은 키오스크를 이용해 주세요.”라는 문구를 보면 선생님 입장에서 난처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직접 계산을 도와주시는 사장님이나 점원분들이 훨씬 많지만 가게에서 정한 규칙이 있을 땐, 특별한 부탁을 하기보다 그 규칙을 따르는 것도 중요한 교육이어서 생각이 많아지죠.


한 번은 아이들과 큰 쇼핑몰에 들어간 적이 있었어요. 함께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가를 찾았는데 이런. 온통 키오스크. 게다가 사람들이 줄을 서있어서 아이들과 손을 잡고 하나하나 알려주면서 주문하면 자칫 민폐가 될 것 같았어요.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비교적 한산한 가게로 찾아가 주문을 하는데, 정말 진땀을 뺐습니다. 어지간한 전자기기를 익숙히 다루는 저 역시도 낯선 신문물을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과정은 아주아주 험난했죠.


개인적으로 ‘최첨단 고도 발전기술’의 등장을 꺼리지 않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새로운 기술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그 기술을 잘 가르치고 경험하게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직원에게 직접 주문할 수 있는 방법도 병행하면 좋겠지만, 업장을 운영하시는 분들이 겪는 나름의 부침을 충분히 이해하기에 강하게 요구하고 싶지도 않아요.


다만, 교육용 키오스크 프로그램이나 모의 기기가 있다면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왜냐면….


지금 키오스크 주문을 연습할 수 있도록 파워포인트를 활용해 비슷하게 만들어 보려고 했지만 결과물이 너무 조악해 좌절하는 중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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