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친구가 없는 아이

"너는 절친 없니?"
아이를 빤히 바라보면 남편이 묻는다.
"아니 졸업식때 같이 사진 찍을 친구가 하나도 없어 어떻게?"
아이는 얼굴이 빨개진다.
"아니 여태 막 나대는 컨셉 아니고 조용히 있다가 사진 찍자고 나대는게 어디 쉬워?
당신은 초등때 절친 있었어. 초등때 절친이 뭔 말이야."
안그래도 속상할 아이를 다그치는 남편때문에
뾰족한 말투가 되어버린다.
아이도 속상한데 아빠 말을 들으니 더 기가 죽어서 아무 말도 없는 아이를 보니 속상함이 배가된다.
가족 분위기가 묘해진다. 졸업식을 축하하는 케익을 자르며 분위기를 띄워야할지 조용히 해야할지
망설이느라 둘째는 눈만 꿈뻑거린다.
"당신 나랑 잠깐 산책이라도 하고 옵시다."
분위기 전환을 위해 남편을 끌고 공원으로 나왔다.
"애도 속상한데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해. "
남편도 기분이 좋지 않은건 마찬가지였다.
"한심하니까 그렇지. 나 닮아서 인간관계 좁은 거 같아서 속상해서."
시작은 남편과 같은 기질이었을지 몰라도 분명한 것은 지금 아이는 남편과 같지 않다는 거였다.
"왜 내 친구들 중에 보면 내 나이 먹었어도 엄마랑 모든 일을 상의하는 애들 있다. 엄마가 제일 친한 친구인애들
나는 그애들이 정말 부러워. 난 사실 엄마가 그 역할을 못해줘서 친구 찾은 거거든. 아무도 내 이야길 잘 안들어주니까
외로워서 또래중에 찾은 거야. 절친을. 만약에 엄마가 그 친구들처럼 내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 기울였으면 나 절친
없었어도 괜찮았을 거야. 아무리 절친이라 해도 내가 승승 장구 할때 진심으로 기뻐하는 친구가 몇이나 될까 ?
하지만 엄마가 절친이라면 그런 걱정이 없잖아 진심으로 내 행복을 빌어주는 사람이니까.
나는 우리 아이들이 아직 절친이 없는 이유가 우리가 절친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인데 당신은 안그래?"
푸념이면서도 다짐이면서도 깨달음같은 말들을 주저리 주저리 내 뱉었다.
"나도 우리 아이 친구 관계 좁은 건 알아. 하지만 그게 크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아. 아직 우리가 역할을 해주고 있으니까.
점점 나이가 먹고 아이가 더 이상 우리와 나눌수 있는 말과 없는 말이 있다는 판단이 들면 그때 사귀겠지 절친을.
그러니까 그때까지 조금 더 즐기면 안될까?"
남편을 보는 눈에 소망을 한 가득 담았다.
"그러네. 이제 그런 얘기 안할게."
슬며시 남편이 내 손을 잡는다. 그런 부모가 되기 위해서 조금 더 신경쓰자는 의미같아 똑같이 손을 꼭 쥐어주었다.
아직은 부모 노릇에 조금 더 힘을 주어보자고 서로 마음을 도닥도닥이며 돌아오는 길. 따뜻한 바람이 살랑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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