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현옥의 중등필독신문 May 26. 2022
"안녕하세요. @@ 아파트 201동 사시죠? 그쪽 전화번호가 씌어있어서 전화를 했어요.
귤이 저희 집으로 배달이 잘못 왔네요."
근무 중 문자를 받았다. 주소지를 잘 못 쓴 모양이다.
퇴근후에 찾으러 가기엔 시간이 너무 늦다.
집에는 아이가 있으므로 아이에게 부탁을 해볼까?
아직 중1인 아이는 이런 일을 한 번도 해결해 본적이 없는데 괜찮을까?
고민은 찰나. 일단은 도전해보기로 한다.
타인과 이런 작은 문제들로 해결해 봐야 힘이 생길테니까.
못 먹어도 고~~
아이한테 전화를 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리고 101호에 가서 귤을 확인 한 후 가져올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아이는 잠시 망설였다. 그러더니 빠르게 판단했다.
"101호면 1층이네. 내가 일단 그 집앞에 가볼께. 가보고 있으면 가져오고 없으면 전화할게."
어린 아이한테 그런 심부름을 시켜놓고 내가 더 좌불안석이다.
상대방 집에서 무슨 아이가 찾으러 왔냐고 하는건 아닌지 아이가 집은 잘 찾아갈지 걱정스러웠다.
우리집이 몇호인지도 잘 모르는 아이다.
감각으로 찾아올뿐 주소를 외우라하면 헷갈려했다
물론 주소를 외우지 않게 한 내 잘못이긴 하지만.
어려서부터 집안일을 너무 많이 돕고 자랐다.
아이한테는 공부만 시키고 싶었다.
내가 부러워 하던 아이처럼 공부만 하는 아이로 기르고 싶었다.
그래서 였을까
아이는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어무 모르는 아이가 되어버렸다.
"그 집 앞에 귤이 없는데 ?"
아이에게서 곧 전화가 왔다.
"그럼 문 두드려서 귤 찾으러 왔다고 해."
"내가?"
아이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응. 해봐"
아이는 일단 알겠다고 전화를 끊었다.
<귤은 경비실에 가져다 두었습니다. >
두번째 문자가 왔다 .아뿔싸 그 집 문을 두드리는게 아니였다.
아이에게 급하게 전화를 했지만 아이는 이미 출발했는지 전화를 받지 않았다.
둘째에게 전화를 걸었다.
"누나 혼자 귤 찾으러 갔어."
"너는? 왜 같이 가지"
동생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누나 혼자 간다던데?"
k-장녀 답다.
둘째를 시켜 누나를 찾아 경비실 앞에 있는 귤을 찾아오라고 말해두고서야 사태는 일단락됐다.
퇴근하고 가보니 식탁의자위에 예쁘게 귤 한상자가 놓여있었다.
큰 딸을 보자마자 아이를 꼭 안아주며 말했다.
"k- 장녀 대견하다."
"뭐 이정도로."
아이는 꼭 안아주는 내 품에서 급하게 빠져나갔다.
아이는 내가 걱정하지 않아도 그렇게 급성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