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수업 거참.

“ 자 여기있어. 스마트폰. 엄마가 중학교 갈 때까지 안해줄려고 했는데 진짜. 너 진짜 이거 많이 하면 안돼.”

부질없는 잔소리입니다. 아이 핸드폰을 사줄 계획이 애초에 없었습니다. 남자 아이이고 영상에 미친 듯이 빠져드는 아이였으니까요. 잘못 게임의 맛을 들였다가는 이 아이와 나는 끝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절대 절대 그 세계로 발을 들여 놓지 않게 하리라 다짐을 했었습니다. 그러나. 결국 저는 3학년 어리디 어린 아들의 손에 핸드폰을 쥐어주고야 말았습니다. 원격수업이 시작되고 아이가 집에 혼자 있어야 하는 시간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네 살이 될 때까지 버티다 버티다 복직을 했습니다. ‘내 손으로 내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너무 강했으니까요. 남들이 말하는 팔자 좋은 신의 직장, 교사였기에 가능했습니다. 그 누구의 손도 빌리지 않고 아이를 제가 케어했습니다. 어릴 때 공부 시키고 싶지 않아서 유치원도 안 보냈습니다. 날이면 날마다 산으로 놀러가는 어린이집에 다녔습니다. 나뭇가지 주워서 꾸미는 게 일인 어린이집에서 아이는 행복했습니다. 아이가 학교가기 전까지 매주 산으로 들로 놀러만 다녔습니다. 아이에게 가족과 함께하는 따뜻한 기억을 남겨주고 싶었습니다. 피곤해 하는 남편을 겨우 설득해서 온갖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여기저기 참 많이 놀러 다녔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두각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순박하고 순진한 게 장점이라고 선생님들이 말씀하셨습니다. 요즘 아이들 같지 않게 순진하다구요. 아이는 아이답게 키우고 싶었습니다. 2학년이 되어서까지 매일 종이접기를 제일 좋아했습니다. 종이접기 책을 보며 몇 시간이고 자기만의 작품을 접었습니다. 아이 종이접기 작품으로 온 집안이 가득했습니다. 아이가 집중해서 자기가 접은 작품을 자랑할 때 그 반짝이는 눈빛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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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아빠가 출근하고 나면 아이는 혼자 집에 남습니다. 누나와 교차로 학교에 가기 때문입니다. 2학년때까지는 무섭다고 해서 이모를 자주 불렀습니다. 그런데 3학년이 되면서 워낙 학교 가는 날이 들쑥 날쑥하니 언니에게 부탁할 수도 없었습니다. 누나 혼자만 학교가는 날. 아홉시부터 열두시까지 혼자입니다. 물론 실시간 수업을 해서 선생님이랑 같이 공부하기는 하지만 접속이 끊어지거나 문제가 생기면 연락할 방법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불안할 아이를 위해서 수시로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눈물을 머금고 핸드폰을 사 주었죠. 그리고 그게 사단이었습니다.



어른인 저도 핸드폰 속 세상은 참 재미있습니다. 자제하고 멈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자연스럽게 잘 때 조차 옆에 두고 자니까요. 3학년 아이에게 핸드폰은 얼마나 신세계였을까요. 학교도 못가고 친구도 못 만나고 혼자 집에 갇혀 있어야 하는 아이에게 핸드폰은 친구이자 장난감이자 온 세상이었나 봅니다. 제가 퇴근하고 들어오면 인사만 하고 슬그머니 핸드폰을 옆구리에 숨겨 안방으로 들어갑니다. 문을 슬쩍 닫습니다. 저도 밥하는 동안은 그냥 둡니다. 혼자서 실시간 수업 듣느라 애썼으니 그 정도는 놔 두자 하지요.


그런데 밥 먹고 나서도 다시 스윽해서 방으로 들어갑니다. 주중에는 학교 실시간 수업이라도 있으니 덜합니다만 주말에는 어떻게요. 소파에 누워서 핸드폰 하는게 일입니다. 저도 지각없는 엄마 아닙니다. 처음 핸드폰에 맞들이기 전에는 친구들이 하는 게임 너도 기본은 알아야 한다며 일부러 깔아주고 함께 게임해주던 제 나름 깨어있는 엄마입니다. 그런데 아이가 핸드폰 하는 일이 이제 너무 자연스럽습니다. 연산공부 해야한다고, 학교 숙제 찾아봐야 한다고, 그림 그릴 것 검색한다고 스윽 핸드폰을 챙겨 방으로 들어갑니다.

뭐하나 하고 잠깐 놔뒀을 때 살펴보면 게임도 다 지웠고 인터넷 검색창도 깨끗합니다. 아주 솜씨가 여간 아닙니다. 꼬투리 잡힐 일은 안하겠다는 게 도둑으로 따지면 대도 수준이에요. 점점 그렇게 핸드폰 하고 있는 시간이 늘더니 영어 공부 영상 볼때도 한손에 핸드폰을 쥐고 보더군요. 그러지 말라고 하면 안 보는 척 내려놓는데 나중에 소파밑에 숨겨둔 핸드폰이 아주 뜨끈뜨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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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세상의 모든 미래화를 앞당겼다고 합니다. 미리 온 미래라고 합니다. 미리 온 미래에서 스마트폰 원주민 아이들은 나래를 활짝 펴게 되겠지요. 그것을 위해 아이들은 줌수업에서 다양한 도구들을 만져보고 학교에서 코딩도 배웁니다. 학교에서조차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조작하며 소통을 유도합니다. 하지만 저는 아직 아이의 그런 모습이 두렵습니다. 아직은 종이책을 더 보고, 아직은 종이를 접고 만지고, 아직은 저와 이야기를 더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2021년 12월 아들의 핸드폰을 해지했습니다. 그리고 아들에게 경고했습니다. 해지했지만 여전히 게임과 유튜브 시청이 가능한 핸드폰 사용시간이 과다할 경우 집에서 아예 핸드폰을 치우겠다고요. 그리고 조만간 핸드폰을 집에서 가지고 나와야 할 거 같습니다.


아이는 아직 미래의 세상을 받아들이기엔 불완전한 존재입니다.그런 존재에게 갑자기 다가온 코로나 미래가 자유자재로 핸드폰을 만지고 컴퓨터를 조작하기를 요구합니다. 배움이 빠른 아이들은 금새 적응하고 그것을 자기 생활화합니다. 그러나 저는 아직 아이가 미래에 살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직 인터넷 세상에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정보를 받아들이기 우리 아이는 겪어야할 세상이 너무 많습니다. 아이가 원하고 아이에게 맞다고 해서 계속해서 그 방향을 추구한다면 과연 내 아이가 이 세상에서 서로 눈을 맞추며 웃고 대화하는 즐거움을 느낄수 있을까요. 줌 수업으로 우리는 병을 피해서 아이에게 그 알량한 진도맞추기 공부를 시켰는지 모르겠지만 아이에게 더 많은 것을 뺏은 것은 아닌지 세상에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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