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숙제는 언제 할꺼야?

“과학 숙제가 여섯 개나 있어. 으하~”

저녁 산책을 하며 아이가 머리를 쥐어 뜯는다. 지난 번부터 과학 숙제 많다고 궁시렁거렸다.

몇 번의 주말이 지났는데 여전히 숙제는 여섯 개였다.

“ 숙제 언제까지인데?”

도대체 마감기한이 언제까지인데 그러는지 궁금한 생각이 들어 아이를 바라보며 물었다.

“내일까지?”

벌써 시계는 아홉시반을 가르치고 있었다.

‘오호 통제라.’

한마디 거들었다가는 잔소리가 길어질 거 같아 아무말 없이 집안으로 들어왔다.

아이는 아이방으로 나는 안방으로 들어왔다.

“엄마. 두꺼운 펜 있어? 지난번에 친구가 수행평가를 해왔는데 진짜 깔끔하게 잘 해왔더라. 나도 이번 수행평가는 정성을 들여서 해보고 싶어. 그 친구처럼 잘하고 싶어”

‘진작에 정성을 들일 노릇이지’라는 마음의 소리가 울렸지만 또 한번 참았다.

서랍 속에 있는 볼펜을 찾아 헤매다 아이는 이것저것 펜을 들고 다시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아함~ 졸려.”

시계를 보니 열 한시 반이었다.

이를 닦고 자려고 화장실로 가다가 아이 방을 슬쩍 바라봤다. 아이는 두꺼운 종이 위에 글씨를 이리저리 연습하고 있었다. 한시간 넘게 방에서 앉아서 뭘했나 봤더니 숙제 자료를 찾기는커녕 글자체를 연습하고 있었다.

“너무 늦지 않게 자. 그 속도로 하다가는 날 새겠다. 내일 학교가야 하니까 적당히 해.”


신경을 쓰지 않는 척 하고 잠이 들어설까? 새벽녘 환한 불빛에 눈치 떠졌다. 두시 반이었다. 아이 방에는 아직 불빛이 환히 비치고 있었다.

“딸아. 두시 반이다. 이제 그만 자야지. 멀었니?”

“거의 다 했어. 여섯 문제만 풀면 돼. 칠판에 나와서 문제 푸는 게 있는데 그거 걸리면 잘 풀어야 하거든.열심히 풀어야 내일 잘 하지”


매번 이런 상황에 잔소리 폭탄이었다. 미리 했어야지 진작에 왜 안했느냐 아이를 윽박지르다가 끝이 났었다. 새벽녘 굳이 감정을 올리고 싶지 않았다.

“대견하네. 숙제를 이 시간까지 열심히 하다니 수고가 많다. 우리 딸. 마무리 하고 어여 자”

마음 속과 다른 말을 건네며 나도 약간 머쓱해졌다.

마음속과 다른 말이었을까? 실상 끝까지 해내는 아이가 대견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에서 삼켜버렸던 그말은 아니었을까 생각하며 안방으로 들어와 다시 잠을 청했다.


‘띠리리리링’

일곱 시다. 출근을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세시가 다 돼서 잤을 녀석이 안쓰러워 방을 슬쩍 바라봤다. 아주 한밤중이다. 깊은 잠에 빠져있다. 가방을 슬쩍 열어봤다. 가방에 돌 덩어리를 넣어놓은 것처럼 가방 가득 책과 수업용 패드가 가득했다. 이 무거운 가방을 메고 다니면 얼마나 어깨가 아플까 싶었다. 가방속 파일 안에는 어제 새벽내내 정성들여 했을 숙제가 네 장 담겨있었다. 첫장에 틀린 부분은 한단어였다. 두 번째 세 번째 장으로 갈수록 틀린 글자를 고쳐 쓴 흔적이 늘어났다.

‘짜식. 화이트도 없나. 깔끔하게 쓴다더니 틀린 글자 투성이네.’

오늘 길에 수정펜이나 한두개 챙겨 사와야겠다고 생각하며 출근준비를 서둘렀다. 환한 아침 햇살이 아이 얼굴에 드리웠다. 아이가 얼굴을 살짝 찡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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