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

엄마 밥 다운 밥 없어?"

퇴근하고 부리나케 운동을 가려고 준비하는 나에게 딸아이가 물었다.

학원 가기전 집에 잠시 들러 쉬다가 가려보니 배가 고픈 모양이다.

"냉장고에 간식 있잖아. 찾아서 먹지. 배고프면 밥이랑 김치랑 차려줄까?"

아이는 그렇게 먹을 시간은 없단다. 당장 5분안에 나가야 한다는 거다.

"여태 한시간이나 있었는데 뭐했어. 배고프면 냉장고에서 뭐라도 찾아서 먹어야지."

아이는 학교 끝나고 와서 잠시 쉬었을 뿐이란다.

쉬다보니 학원 갈 시간이 되었고 그제야 출출한 생각이 든 모양이다.

먹을 것에 연연하지 않고 워낙 관심 없는 아이이긴 하지만 이건 심했다 싶었다.

"너는 네 손으로 음식 하나 꺼내서 못 먹니? 그게 뭐야. "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해서 였을까 되려 목소리가 커진 쪽은 나였다.

"제대로 된 밥. 그거 차려줬을때 제대로 먹은 적은 있어? 어디대고 음식 투정이야.

배가 덜 고팠지. 배 고프면 생 야채라도 다 꺼내 먹는다더라. 다른 애들은 ."

갑자기 울화가 치밀어 오르면서 잔소리가 폭발적으로 튀어 나오기 시작한다.

아이는 더 센 불통이 튈 세라 부리나케 가방을 챙기더니 나가 버린다.

"갔다올게."

아이 뒤통수에 대고 몇마디 잔소리를 날렸지만 화는 쉬이 가라앉질 않았다.

나 역시 운동을 하러 가면서 애먼 남편에게 카톡 폭탄을 뿌리기 시작했다.

"아니. 딸년이 밥다운 밥을 먹고 싶대. 당신이 어려서부터 너무 차려줘버릇 해서

애가 아주 싸가지가 없어. 제 밥 하나 못챙겨 먹는게 사람이니. 공부하러 다닌다고 유세인 모양인데 저만 공부해. 공부하는거 유세 떨려면 전국 아니 전교에서 1등이나 하면서 그래야지. 남들 다 하는거 겨우 남들 하는 수준밖에 못하면서 어디서 유세야. 공부보다 제 밥 차려 먹는게 중요하지."

카톡으로 다다다다 퍼부으니 남편이 나를 워워시킨다.

"아직 어리잖아. 애야."

언제까지 애 취급을 해야 하냐며 나는 계속 화를 퍼 부었다.

이유없이 타오른 화는 쉽사리 걷히지 않았다.

요가 명상을 하며 잠시 생각했다.

'내가 무엇 때문에 이리 화가 났을꼬.'

아마 어제 유튜브에서 본 동영상 때문인 듯하다.

사춘기 전문가인 조선미 의사의 유튜브였다.

"사춘기 아이들은 엄마에게 관심이 하나도 없어요. 그저 엄마는 밥 챙겨주는 사람. 그자리에 있는 사람이죠. 사춘기의 아이에게 엄마 존재감을 주려고 하지 마세요. 어차피 엄마는 안중에도 없으니까요. 엄마는 아이 관심사가 아니랍니다. 그저 집에 돌아왔을때 당연히 있어주는 사람일 뿐이에요. "

그 이야기가 마음에 딱 꽂힌거다.

'내가 아무리 신경쓰고 저를 걱정해도 아이는 나에게 아무 관심도 없는거다.'

박사님 말마따나 아이가 겉으로는 평온해보여도 내적외적으로 정말 큰 변화를 겪는 사춘기다.

아이는 혼란스럽고 많이 아프다. 그런 상황에서 엄마까지 신경쓸 겨를이 없는거다.

언제나 내 곁에서 내 사랑의 눈길을 호소하며 곁에 머물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거다.

그 생각을 하니 뭔가 마음이 헛헛해진 모양이다.

아이의 한마디에 삐죽 솟아서 퍼붓는걸 보니......

아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여전히 식물들 곁에 누워 유튜브를 듣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

아이가 현관에 들어서더니 대뜸 나에게로 온다.

"엄마는 왜 맨날 거기 누워있는 거야. 거기 집 빌렸어?전세야 월세야."

아이가 나에게 던져주는 농담에 사뭇 고마워진다.

얼른 일어나 부억으로 다가가 아이에게 다정한 말을 건네려다가

어제 영상이 생각나 그냥 둔다. 어차피 지금 아이에게 필요한 건 내가 아닐테니까.

"떡볶이 데워서 먹어. "

아이는 밥다운 밥이 아니지만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떢볶이라는 메뉴에

즐거운 모양이다. 호로록 호로록 아이가 맛있게 먹는 소리만이 거실안을 가득채운다.

오늘도 밥다운 밥은 없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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